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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개념화 & 이론

경계선 성격장애(BPD) 내담자의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견디는 상담자의 태도

경계선 성격장애 내담자의 극단적 이상화와 비난 속에서 상담사가 중심을 잡고 치료적 동맹을 유지하는 3가지 실전 전략을 전해드립니다.

December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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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경계선 성격장애 내담자의 핵심 방어기제인 '분열'과 이상화·평가절하의 역동 이해

  • 내담자의 공격에도 살아남는 '버텨주기'와 감정 타당화 및 한계 설정 전략

  • 상담사의 역전이 관리와 객관적 사례 분석을 위한 AI 상담 기록 도구의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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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가장 도전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많은 임상가들이 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BPD) 내담자와의 작업을 이야기합니다. 방금 전까지 선생님은 "제 인생을 구원해 준 유일한 사람"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내담자가, 사소한 거절이나 지연에 돌변하여 "당신은 돈만 밝히는 사기꾼이고 내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라며 맹렬한 비난을 쏟아낼 때, 상담사는 깊은 당혹감과 소진(Burnout)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상화(Idealization)와 평가절하(Devaluation)의 급격한 교차는 BPD의 핵심 증상이자 방어 기제인 '분열(Splitting)'에서 기인합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상담실에서 그 정동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내담자의 강렬한 전이(Transference)는 필연적으로 상담사의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를 자극하며, 이는 치료적 동맹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됩니다. 과연 우리는 이 격렬한 롤러코스터 속에서 어떻게 치료적 중립성을 지키고, 그들을 '통합'의 길로 안내할 수 있을까요?

분열(Splitting)의 역동: 내담자의 생존 전략 이해하기

내담자의 극단적인 태도 변화를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이 그들의 내적 대상 관계가 외부로 투사된 것임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대상관계 이론적 관점에서 BPD 내담자는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을 통합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들에게 대상은 '전적으로 좋거나(All good)' 혹은 '전적으로 나쁜(All bad)' 존재로만 인식됩니다. 이러한 분열은 유기 불안(Abandonment Anxiety)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상담사가 내담자의 요구를 들어줄 때는 '박해하지 않는 이상적인 구원자'로 지각되지만, 한계 설정(Limit Setting)을 하는 순간 '나를 버리는 박해자'로 돌변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가 겪는 혼란을 명료화하기 위해 내담자의 행동 양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figure><table><thead><tr><th>구분</th><th>이상화 (Idealization) 단계</th><th>평가절하 (Devaluation) 단계</th></tr></thead><tbody><tr><td><strong>내담자의 언어</strong></td><td>"선생님만이 저를 이해해요.", "최고의 전문가세요."</td><td>"선생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다른 상담사와 똑같아."</td></tr><tr><td><strong>전이 양상</strong></td><td>전능한 구원자, 완벽한 부모상 투사</td><td>거절하는 부모, 적대적인 박해자 투사</td></tr><tr><td><strong>상담사의 역전이</strong></td><td>우월감, 구원 환상, 과도한 책임감</td><td>분노, 무력감, 방어적 태도, 죄책감</td></tr><tr><td><strong>주요 위험</strong></td><td>전문적 경계(Boundary) 붕괴, 의존성 강화</td><td>치료 조기 종결, 치료적 동맹 파괴</td></tr></tbody></table><figcaption>표 1. BPD 내담자의 이상화와 평가절하 단계별 임상적 특징 비교</figcaption></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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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상화 단계에서의 찬사는 평가절하 단계의 비난만큼이나 치료적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가 이상화에 도취되어 경계를 늦추면, 이어지는 평가절하의 충격은 더욱 커지며 치료의 구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figure><table><thead><tr><th>상담 진행 (회기)</th><th>내담자의 정동 (Emotional Wave)</th><th>상담사의 태도 (Straight Line)</th></tr></thead><tbody><tr><td><strong>초기/이상화</strong></td><td>급격한 고양, 과도한 찬사 (High Peak)</td><td>차분함 유지, 경계 설정 (Stable)</td></tr><tr><td><strong>중기/갈등</strong></td><td>급격한 추락, 분노와 비난 (Low Peak)</td><td>동요하지 않음, 버텨주기 (Stable)</td></tr><tr><td><strong>위기 상황</strong></td><td>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파동 (Chaos)</td><td>일관된 구조와 안전 제공 (Stable)</td></tr></tbody></table><figcaption>표 2. 상담 회기별 내담자의 정서적 파동과 상담사의 일관된 태도 대비</figcaption></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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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을 견디는 상담사의 3가지 치료적 태도

임상 현장에서 BPD 내담자의 분열을 다루고 통합을 돕기 위해 상담사가 견지해야 할 실질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관성(Consistency)과 버텨주기(Holding)

    도널드 위니콧(D.W. Winnicott)이 말한 '버텨주기'는 BPD 치료의 핵심입니다. 내담자가 상담사를 '나쁜 대상'으로 규정하고 공격할 때, 상담사가 실제로 나쁜 대상이 되거나(맞대응하거나 비난함), 혹은 관계를 끊어버리지(포기함) 않고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는(Surviving)'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내담자의 극단적인 감정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담 시간, 장소, 태도, 비용 등의 치료적 구조(Setting)를 엄격하고 일관되게 유지하십시오. 이는 내담자에게 "내 파괴적인 충동이 상담사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안도감을 주며, 분열된 대상을 통합하는 기초가 됩니다.

  2. 변증법적 태도와 타당화(Validation)

    마샤 리네한(Marsha Linehan)의 변증법적 행동치료(DBT)에서 강조하듯, 상담사는 '수용'과 '변화'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내담자의 고통스러운 감정과 유기 불안에 대해서는 "지금 그렇게 화가 나고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며 깊이 있게 타당화(Validation)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파괴적인 행동이나 언어적 공격에 대해서는 명확한 한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당신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담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지만 차분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정은 수용하되 행동은 교정하는 이중적인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3. 역전이의 적극적 활용과 자기 보호

    BPD 내담자는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를 통해 자신의 견딜 수 없는 감정을 상담사에게 심어놓습니다. 상담 중에 느껴지는 강렬한 분노나 무기력감은 상담사 자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내담자의 내면이 투영된 임상적 데이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감정을 행동화(Act out) 하지 않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강렬한 좌절감이 내담자가 평소에 느끼는 감정이구나"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료 슈퍼비전이나 개인 분석을 통해 자신의 역전이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결론: 임상적 통찰을 위한 기록의 중요성과 기술의 활용

경계선 성격장애 내담자와의 상담은 상담사에게 '살아있는 보루'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그들의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견디는 힘은 상담사의 인격적 성숙함뿐만 아니라, 정확한 사례 개념화와 객관적인 자기 점검에서 나옵니다. 특히 내담자의 정동이 격렬할수록 상담사는 그 순간의 대화 내용을 놓치거나, 자신의 역전이에 의해 기억을 왜곡할 위험이 큽니다. 이때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는 상담사에게 든든한 보조 자아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 객관적 패턴 분석: 격앙된 감정 속에서 놓쳤던 내담자의 미세한 언어적 습관이나 분열이 촉발되는 트리거(Trigger) 포인트를 AI가 기록한 정확한 텍스트를 통해 복기할 수 있습니다.
  • 역전이 점검: 상담사 자신이 내담자의 공격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방어적으로 대꾸하지는 않았는지 축어록을 통해 냉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 에너지 보존: 기록에 대한 부담을 덜어냄으로써, 상담사는 회기 내에서 내담자의 감정을 담아내는 '버텨주기'에 온전히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습니다.
상담사는 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흔들릴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흔들리는 와중에도 치료적 구조를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 태도 자체가 내담자에게는 치유의 시작입니다. 오늘 하루도 폭풍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선생님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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