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REBT ABCDE 모델을 통한 비합리적 신념의 식별 및 사건 재구성의 중요성
- 임상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세 가지 논박(논리적·현실적·실용적) 전략
-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기반 접근 및 AI 기술 활용 방안 제시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따라가질 않아요." 상담 현장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입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고통이 상황(Event) 때문이라고 믿지만, 상담사는 그 이면에 숨겨진 해석(Belief)이 문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알버트 엘리스(Albert Ellis)가 창시한 REBT(합리적 정서 행동 치료)는 단순한 인지적 교정을 넘어, 내담자의 삶을 지배하는 당위적 사고를 흔들어 놓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론을 아는 것과 실제 세션에서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뚫고 들어가는 '논박(Disputation)'을 수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많은 초심 상담사들이 내담자의 비합리적 신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논쟁으로 비치거나, 공감적 유대가 깨질까 두려워 주저하곤 합니다. 혹은 너무 이론적인 설명에 치우쳐 내담자가 지루해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담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임상적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REBT의 핵심인 ABCDE 모델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상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화 예시와 전략을 다룹니다. 이를 통해 상담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고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1. REBT의 핵심: 사건이 아닌 '해석'을 재구성하라
REBT의 가장 큰 매력은 문제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의 인지 과정에서 찾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내담자에게 "당신은 상황의 희생자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주체"라는 힘을 부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B(Belief, 신념)와 C(Consequence, 결과)를 구분하지 못하는 내담자가 대다수입니다. "시험에 떨어져서(A) 우울하다(C)"고 말하는 내담자에게, 그 사이에 "나는 반드시 합격해야만 했다(B)"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숨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비합리적 신념(iB) vs 합리적 신념(rB) 구별하기
상담사가 내담자의 발언 중 어떤 것이 수정되어야 할 신념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치료는 겉돌게 됩니다. 엘리스는 비합리적 신념의 핵심 요소로 '반드시 ~해야 한다(Musturabation)'를 꼽았습니다. 다음은 임상 장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신념의 차이를 비교한 표입니다.
상담사는 내담자의 언어 습관에서 위 표의 '비합리적 신념'에 해당하는 단서(Cue)들을 포착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그 사람은 저를 무시하면 안 돼요!"라고 외칠 때, 상담사는 이것이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현실을 거부하는 '당위적 요구'임을 인지하고 개입 준비를 해야 합니다.
2. 상담 현장을 위한 실전 대화 기법 (D: 논박의 기술)
ABCDE 모델의 꽃은 바로 D(Disputation, 논박)입니다. 하지만 '논박'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격적인 어감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적으로 논박은 '공격'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통한 인지적 유연성 확보 과정입니다. 다음은 실제 상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논박 전략과 대화 예시입니다.
- 논리적 논박 (Logical Disputation): 사고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합니다.
- 상담사: "승진을 원한다는 것(소망)과 승진을 못 하면 나는 무가치한 인간이라는 결론(신념) 사이에 어떤 논리적 연결 고리가 있나요?"
- 상담사: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해야만 한다는 법이 우주 어디에 쓰여 있나요?"
- 경험적/현실적 논박 (Empirical Disputation): 현실 검증력을 활용합니다.
- 상담사: "발표를 망치면 인생이 끝장난다고 하셨는데, 과거에 실수했을 때 실제로 인생이 끝났었나요? 지금 우리는 이렇게 대화하고 있지 않나요?"
- 상담사: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나요? 주변에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는 사람들은 없나요?"
- 실용적/기능적 논박 (Pragmatic Disputation): 신념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묻습니다.
- 상담사: "그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 당신의 우울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나요, 아니면 더 힘들게 하나요?"
- 상담사: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부르는 것이 다음 면접을 준비하는 데 어떤 유익을 주나요?"
CASE STUDY: 완벽주의 성향의 직장인 내담자
상황(A): 팀 프로젝트에서 작은 실수를 하여 상사에게 지적을 받음.
내담자의 반응(C): 심한 불안, 불면, 퇴사 고려.
상담사: "지적을 받았을 때(A),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나요?"
내담자: "저는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됐어요. 상사가 저를 무능하다고 생각할 게 뻔해요. 저는 끝장이에요(iB)."
상담사: "실수를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인간이 실수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가 있을까요? (논리적 논박)"
내담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완벽해야 인정받잖아요."
상담사: "완벽해야만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지금 OO님을 더 잘하게 만드나요, 아니면 불안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나요? (실용적 논박)"
내담자: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상담사: "그렇다면 그 생각을 '실수해서 아쉽지만, 이걸 계기로 더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꿔본다면(E), 기분이 어떨까요?"
내담자: "저는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됐어요. 상사가 저를 무능하다고 생각할 게 뻔해요. 저는 끝장이에요(iB)."
상담사: "실수를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인간이 실수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가 있을까요? (논리적 논박)"
내담자: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완벽해야 인정받잖아요."
상담사: "완벽해야만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지금 OO님을 더 잘하게 만드나요, 아니면 불안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나요? (실용적 논박)"
내담자: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상담사: "그렇다면 그 생각을 '실수해서 아쉽지만, 이걸 계기로 더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꿔본다면(E), 기분이 어떨까요?"
3. 상담의 깊이를 더하는 데이터 기반 접근과 결론
REBT는 강력하지만, 상담사가 내담자의 '핵심 비합리적 신념'을 놓치거나, 논박의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내담자는 저항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50분의 상담 시간 동안 쏟아지는 수많은 대화 속에서 "반드시(Must)", "항상(Always)", "전혀(Never)"와 같은 인지적 오류 키워드를 실시간으로 모두 포착하고 기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확한 개입을 위한 디테일의 힘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담 후에 자신의 개입을 복기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내담자가 스쳐 지나가듯 말했던 "어차피 저는 안 될 거예요"라는 말을 놓치지 않았는지, 나의 논박이 너무 공격적이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이때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현명한 전략입니다.
최근 많은 임상가들이 활용하는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는 단순한 녹취를 넘어 상담의 흐름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 🗣️ 비합리적 신념 키워드 추출: AI가 텍스트화한 상담 내용에서 내담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부정적/절대적 단어를 검색하여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 📊 객관적 복기: 상담사의 발화 비율과 질문 유형을 분석하여, 내가 충분히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유도했는지, 아니면 일방적인 설교를 했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 📝 슈퍼비전 자료 준비 시간 단축: 정확한 축어록은 슈퍼비전을 받을 때 내담자의 핵심 역동을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됩니다.
결국 REBT의 성공은 '정교한 듣기'와 '적확한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말속에 숨겨진 '절대적 당위'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당위를 '유연한 선호'로 바꾸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대화를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다면, 최신 AI 도구들을 보조 상담사(Co-therapist)로 활용하여 여러분의 임상적 통찰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