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상담 스킬

내담자의 저항(Resistance) 다루기: 지각, 결석, 침묵에 담긴 심리 읽기

내담자의 지각과 침묵 뒤에 숨겨진 무의식적 의미를 분석하고, 이를 치료적 동맹의 기회로 바꾸는 3단계 실전 개입 전략을 제안합니다.

January 9, 2026
blog-thumbnail-img
ic-note
Editor's Note
  • 내담자의 저항(지각, 결석, 침묵)을 치료의 방해물이 아닌 무의식적 의사소통 수단으로 재정의

  • '타당화-즉시성-해석'으로 이어지는 3단계 실전 개입 전략을 통한 치료적 동맹 강화

  • 정확한 상담 기록의 중요성과 AI 기술을 활용한 내담자의 비언어적 패턴 분석 방법 제시

상담실 문이 열리고 내담자가 들어옵니다. 약속 시간보다 정확히 15분 늦은 시각입니다. 지난 회기에 꽤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번 회기에는 그 핵심 감정을 다루기로 약속했었습니다. 하지만 내담자는 숨을 헐떡이며 "차가 너무 막혀서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긴 침묵을 지킵니다.

동료 상담사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내담자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상담사일수록 이러한 저항(Resistance)의 순간에 좌절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내가 신뢰를 주지 못했나?', '치료적 접근이 틀렸나?'라며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Freud)가 일찍이 지적했듯, 저항은 치료의 방해물이 아니라 '치료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지각, 결석, 침묵은 내담자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무의식적 갈등을 행동화(Acting out)하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상담 실무자에게 있어 저항을 다루는 능력은 단순히 상담을 이어가는 기술을 넘어,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심층적인 통찰로 이끄는 핵심 역량입니다.

오늘 블로그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흔히 마주하는 세 가지 저항 형태인 지각, 결석, 침묵의 심리적 의미를 분석하고, 이를 치료적 동맹(Therapeutic Alliance) 강화의 계기로 삼는 구체적인 개입 전략을 나누고자 합니다.

blog-content-img

1. 행동화된 메시지 해독: 지각, 결석, 침묵의 임상적 의미

내담자의 저항은 의식적인 거부가 아닌,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입니다. 이를 '나쁜 태도'로 규정하면 치료적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우리는 이 행동 이면에 숨겨진 역동을 읽어내야 합니다.

지각(Lateness): 통제와 회피의 줄다리기

습관적인 지각은 종종 상담 시간에 대한 양가감정(Ambivalence)을 드러냅니다. 오고 싶지만 동시에 오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또한, 상담사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하는 수동 공격적(Passive-aggressive)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규칙(시간)에 온전히 따르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결석(Absence): 압도된 감정의 방어

예고 없는 결석(No-show)이나 당일 취소는 내담자가 직면해야 할 고통스러운 주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지난 회기에서 너무 많은 수치심을 느꼈거나, 상담사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 자체가 두려워 도망치고 싶은 욕구의 발현일 수 있습니다.

침묵(Silence): 가장 시끄러운 저항

침묵은 상담사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침묵은 공격(거부), 방어(생각 정리), 혹은 휴식(머무름)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특히 내담자가 상담사의 반응을 기다리며 침묵할 때는, 과거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 패턴(전이)이 재현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 표를 통해 각 저항 행동의 표면적 이유와 임상 심리학적 해석, 그리고 상담사의 역전이 반응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저항 행동</th> <th>표면적 이유 (내담자 보고)</th> <th>임상 심리학적/무의식적 의미</th> <th>상담사의 흔한 역전이</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지각</strong></td> <td>교통 체증, 업무 지연, 알람 실수</td> <td>상담 중요도 절하, 권위 대상에 대한 반항, 불안 조절 실패</td> <td>짜증, 무시당하는 느낌, 시간 관리에 대한 강박</td> </tr> <tr> <td><strong>결석</strong></td> <td>갑작스러운 일정, 신체적 아픔</td> <td>핵심 갈등 직면 회피, 처벌 욕구(자신 또는 상담사), 치료 종결 시도</td> <td>걱정, 거절당함에 대한 상처, 매출/생계에 대한 현실적 불안</td> </tr> <tr> <td><strong>침묵</strong></td> <td>"할 말이 없어요", "모르겠어요"</td> <td>공격성 표현, 상담사의 주도권 테스트, 정서적 압도됨</td> <td>지루함, 무능력감,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td> </tr> </tbody> </table> <figcaption>표 1. 저항 행동 유형별 임상적 의미 및 역전이 비교</figcaption> </figure>
blog-content-img

2. 저항을 다루는 실전 개입 전략: 3단계 접근법

저항을 만났을 때 상담사가 해야 할 일은 저항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을 탐색(Explore)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3단계 접근법입니다.

  1. 1단계: 타당화 및 안전한 환경 조성 (Validation)

    내담자가 지각하거나 침묵할 때, 즉시 해석하려 들거나 비난하지 마세요. 우선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내담자의 현재 상태를 수용해야 합니다. 이는 라포(Rapport)가 깨지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 지각 시: "오시는 길이 많이 복잡했군요. 급하게 오시느라 숨이 차 보이는데, 잠시 숨을 고르고 시작할까요?"
    • 침묵 시: "지금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계시지만, 그 침묵 속에도 많은 생각이나 감정이 있을 것 같아요. 편안해지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2. 2단계: '여기-지금(Here and Now)'에서의 즉시성 (Immediacy)

    상담 윤리적으로도 중요한 것은 내담자와의 관계를 투명하게 다루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패턴이 보인다면, 상담실 안에서 일어나는 역동을 직접적으로, 그러나 부드럽게 언급해야 합니다.

    • "최근 세 번의 회기에서 우리가 조금씩 늦게 시작하게 되네요. 혹시 우리 상담이나 저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드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침묵이 길어질 때, 혹시 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되거나 기대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3. 3단계: 저항의 기능 분석 및 해석 (Interpretation)

    충분한 신뢰가 쌓였다면, 저항 행동이 내담자의 삶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연결합니다. 내담자 분석의 깊이가 더해지는 단계입니다.

    • "어쩌면 늦게 오시는 것이, 선생님이 저에게 화가 났다는 것을 안전하게 표현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밖에서 화를 내는 것은 위험했지만 여기서는 어떨까요?"
<figure> <table> <thead> <tr> <th>단계</th> <th>주요 과정</th> <th>상세 내용</th> </tr> </thead> <tbody> <tr> <td>시작</td> <td>저항 행동 발생</td> <td>지각, 침묵, 결석 등</td> </tr> <tr> <td>1단계</td> <td>상담사의 역전이 점검</td> <td>상담사의 감정 인식 및 분리</td> </tr> <tr> <td>2단계</td> <td>과정(Process)에 주목</td> <td>내용보다는 행동의 기능 탐색</td> </tr> <tr> <td>3단계</td> <td>공감적 직면 및 탐색</td> <td>안전한 환경에서 패턴 언급</td> </tr> <tr> <td>4단계</td> <td>통찰 및 행동 변화</td> <td>무의식적 의도 자각 및 행동 수정</td> </tr> </tbody> </table> <figcaption>그림 1. 저항 다루기 프로세스 흐름도</figcaption> </figure>
blog-content-img

3. 정확한 기록이 주는 임상적 통찰력

저항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패턴입니다. 이 패턴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상담 기록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침묵이 발생하는지, 혹은 상담사가 '직면'을 시도한 다음 회기마다 지각하는지는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미세한 저항의 신호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다음 사항들을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 지각 시간의 추이: 5분 -> 10분 -> 15분으로 늘어나는가?
  • 침묵의 길이와 맥락: 침묵 직전에 오고 간 대화 주제는 무엇인가?
  • 비언어적 단서: 침묵하는 동안의 시선 처리, 손짓, 호흡의 변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담 중에 모든 비언어적 단서를 관찰하면서 동시에 내용을 완벽하게 받아 적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기록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내담자의 눈빛'을 놓치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결론: 기술을 활용하여 온전히 내담자에게 집중하기

내담자의 저항은 상담사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그들이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우리는 그 행동 뒤에 숨겨진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사의 예민한 감수성과 더불어,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최근 상담 현장에서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AI 상담 기록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AI 기술은 단순한 녹취를 넘어 다음과 같은 임상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1. 정확한 침묵의 측정: 대화 중 침묵이 발생한 구간과 시간을 정확히 표시하여, 어느 주제에서 저항이 발생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줍니다.
  2. 비언어적 맥락의 보존: 텍스트로만 남기면 사라질 수 있는 음성의 고저, 떨림, 속도 변화 등을 분석하여 내담자의 감정 상태를 데이터화합니다.
  3. 상담사의 현존(Presence) 강화: 기록에 대한 부담을 덜어냄으로써, 상담사는 온전히 내담자의 눈을 바라보고 '지금-여기'의 상호작용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저항을 다루는 과정은 험난하지만, 그만큼 값진 치료적 성과를 가져옵니다. 다음 회기에 내담자가 또다시 늦거나 침묵한다면, 기록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고 그 침묵의 공기를 함께 호흡해 보세요. 그 순간이 바로 치유가 시작되는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blog-content-img
상담사를 위한 AI 노트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AI로 상담은 더욱 심도있게, 서류 작업은 더욱 빠르게
지금 시작하기
관련 추천 글

상담 스킬

의 다른 글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