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단순한 놀이를 넘어 치료적 관계와 존재감(Being)을 확립하는 방법
- 아동의 놀이 주제와 비언어적 정서를 해독하는 임상적 통찰력
- 역전이 방지와 효율적 상담 기록을 위한 구체적인 역량 강화 전략
"선생님, 그냥 아이랑 놀아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 임상 현장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직간접적으로 접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놀이치료실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치열한 심리적 탐색과 재구조화의 과정이라는 것을요. 게리 랜드레스(Garry Landreth) 박사가 말했듯, "놀이는 아동의 언어이고, 장난감은 그들의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 언어를 유창하게 해석하고, 아동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담아내는 그릇(Container)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초심 상담사, 그리고 심지어 숙련된 전문가들조차 딜레마에 빠집니다. '나는 지금 치료적으로 반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교육적으로 훈육하고 있는가?', '방금 아이가 보인 미세한 표정 변화와 놀이의 주제를 놓치지 않고 기록했는가?' 놀이치료사는 아동의 무의식적 역동을 다루면서 동시에 윤리적 경계를 지키고, 부모 상담까지 아울러야 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오늘은 아동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 놀이치료사가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자질과 태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임상 능력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하는 것(Doing)'보다 '머무르는 것(Being)': 치료적 존재감의 확립
놀이치료의 성패는 현란한 기법이나 화려한 장난감의 개수가 아니라, 치료사와 아동이 맺는 치료적 관계의 질에 달려 있습니다. 로저스(Rogers)의 인간중심 이론을 기반으로 한 엑슬린(Axline)의 8가지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 즉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입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치료실을 엉망으로 만들 때, 혹은 아무런 반응 없이 침묵할 때, 치료사의 내면은 요동치기 쉽습니다. 이때 필요한 자질이 바로 '치료적 제한 설정'과 '안전한 기지(Secure Base)'로서의 역할입니다.
일반적인 양육자나 교사의 태도와, 훈련받은 놀이치료사의 태도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르치려 하거나', '평가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 아동의 놀이는 멈추거나 왜곡됩니다. 아래 표를 통해 우리의 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 놀이의 주제(Theme)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민감성
아동이 보여주는 놀이 패턴은 무작위적이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놀이에는 반드시 아동의 핵심 갈등이나 미해결 과제가 숨어 있습니다. 유능한 놀이치료사는 아동이 자동차를 줄 세우는 행동에서 '통제 욕구'나 '강박적 불안'을 읽어내고, 인형을 묻었다가 꺼내는 행동에서 '유기 불안'이나 '트라우마의 재경험'을 가설적으로 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임상적 통찰력(Clinical Insight)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선 고도의 인지적, 정서적 작업입니다.
아동의 언어를 해독하는 3단계 프로세스
- 내용(Content) 관찰: 아동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가? (공격적 장난감, 양육적 장난감, 혹은 무구조적 재료 등)
- 과정(Process) 분석: 아동이 치료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치료사를 놀이에 초대하는가, 배제하는가? 놀이의 시작과 끝이 매끄러운가, 단절적인가?
- 정서(Affect) 포착: 놀이 중에 나타나는 아동의 미세한 표정 변화, 호흡, 신체적 긴장도는 어떠한가?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정서가 일치하는가?
특히, 아동의 놀이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이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놀이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많은 치료사들이 세션 직후 축어록을 작성할 때 "아까 아이가 뭐라고 중얼거렸더라?", "그때 표정이 정확히 어땠지?"라며 기억의 한계에 부딪히곤 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누락은 사례 개념화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3. 치료사의 자기 조절 능력과 구체적인 역량 강화 전략
아동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치료사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역전이(Countertransference)'입니다. 아동의 거부적인 태도에 무력감을 느끼거나, 부모의 과도한 요구에 불안을 느끼면 치료사는 아동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놀이치료사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수련과 자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다음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량 강화 방안입니다.
임상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3가지 솔루션
- ACT 제한 설정(Limit Setting)의 숙달: 아동의 문제 행동을 다룰 때 감정은 충분히 읽어주되(Acknowledge), 제한을 명확히 하고(Communicate), 대안을 제시하는(Target) ACT 기법을 체화해야 합니다. 이는 아동에게 안전감을 줌과 동시에 치료사가 소진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 슈퍼비전과 자기 분석의 생활화: 자신이 유독 힘들어하는 아동의 유형이 있다면, 그것은 치료사 내면의 문제와 공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기적인 슈퍼비전을 통해 나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해야 합니다.
- 효율적인 기록 시스템 구축 및 기술 활용: 상담의 질은 기록의 정확도와 비례합니다. 하지만 세션 내내 필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녹음이나 영상 촬영 후 이를 텍스트로 변환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아동의 비언어적 단서와 놀이의 상징을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결론: 기술을 넘어선 '진정성', 그리고 도구의 현명한 활용
놀이치료사는 아동의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열쇠의 재료는 인내심, 통찰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전문적 태도입니다. 아동의 놀이에 담긴 은유를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되 함몰되지 않는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전문가적 자질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료사를 돕는 환경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상담이 끝난 후, 기억에 의존해 축어록을 작성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기보다는, AI 기반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자동화 서비스와 같은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보시길 권합니다. AI가 아동의 언어적 발화와 대화 내용을 정확히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동안, 치료사는 아동의 눈빛과 놀이의 맥락(Context)을 분석하는 '본질적인 치료 행위'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여러분의 놀이치료실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더 가벼워진 행정 업무의 부담 속에서, 아이의 마음에 더 깊이 닿을 수 있는 한 주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