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자기돌봄

역전이(Countertransference) 관리: 내담자에게 감정적으로 휘둘릴 때 점검할 것들

상담 중 느끼는 답답함과 무력감을 내담자를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로 바꾸는 역전이 활용법과 구체적인 임상 대처 전략을 공개합니다.

January 13, 2026
blog-thumbnail-img
ic-note
Editor's Note
  • 주관적·객관적 역전이 구분을 통한 감정의 근원 파악 및 진단적 활용

  • 신체적 징후 포착과 '담아내기'를 통해 감정적 휩쓸림을 방지하는 법

  • 사실과 주관적 경험을 분리한 기록법으로 상담사의 객관적 통찰 확보

상담실 문이 닫히고 내담자가 떠난 후, 유독 가슴이 답답하거나 이유 모를 분노, 혹은 강렬한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가장 중요한 임상적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상담사로서 자질이 부족한가?"라는 죄책감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는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내담자의 무의식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프로이트 시대에는 역전이를 분석가의 '맹점(Blind spot)'으로 취급하며 엄격히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현대 정신분석과 대인관계 심리치료에서는 역전이를 '내담자의 내적 세계가 상담사에게 투사되어 유발된 감정'으로 재해석하며, 이를 치료적 도구로 적극 활용합니다. 문제는 이 감정에 압도당해 객관성을 잃을 때 발생합니다. 오늘은 상담사가 내담자의 감정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파도를 타고 내담자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임상적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blog-content-img

1. 감정의 출처 파악하기: 주관적 역전이 vs 객관적 역전이

역전이를 관리하는 첫 번째 단계는 이 감정이 '누구의 것인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상담 중에 느끼는 모든 감정이 내담자로부터 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인리히 라커(Heinrich Racker)가 제안한 분류를 기반으로, 현재 경험하고 있는 감정의 뿌리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주관적 역전이 (Subjective Countertransference)

    상담사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나 과거 경험이 현재의 내담자에게 투사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반항적인 청소년 내담자를 보며 자신의 엄격했던 부모님이 떠올라 과도하게 통제하려 한다면, 이는 상담사의 개인적 이슈입니다. 이 경우 자기 분석(Self-Analysis)개인 상담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2. 객관적 역전이 (Objective Countertransference)

    내담자가 무의식적으로 상담사에게 특정 감정을 유발하는 경우입니다. 내담자가 평소 타인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상담사가 상담실 안에서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경계선 성격장애 내담자가 끊임없이 상담사를 비하할 때 느끼는 분노는 내담자의 분열된 투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감정은 내담자의 대인관계 패턴을 이해하는 핵심 데이터가 됩니다.

두 가지 역전이는 임상적 대처 방안이 완전히 다르므로, 아래의 표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figure><table><thead><tr><th>구분</th><th>주관적 역전이 (Subjective)</th><th>객관적 역전이 (Objective)</th></tr></thead><tbody><tr><td><strong>원인 제공자</strong></td><td>상담사 (자신의 과거/이슈)</td><td>내담자 (투사/행동화)</td></tr><tr><td><strong>임상적 의미</strong></td><td>치료의 방해 요인 (왜곡 발생)</td><td>진단을 위한 핵심 정보 (진단적 가치)</td></tr><tr><td><strong>주요 감정</strong></td><td>특정 내담자에게만 과도한 애착/회피</td><td>대부분의 사람이 그 내담자에게 느낄 보편적 감정</td></tr><tr><td><strong>대처 방안</strong></td><td>개인 분석, 수퍼비전 필수</td><td>"담아내기(Containing)" 및 공감적 직면</td></tr></tbody></table><figcaption>[표 1] 주관적 역전이와 객관적 역전이의 비교 및 임상적 적용</figcaption></figure>
blog-content-img

2.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의 고리를 끊으세요

가장 다루기 힘든 역전이는 내담자가 자신의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상담사에게 던져놓고(Projecting), 상담사가 그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게 만드는(Acting out) '투사적 동일시'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내담자에게 휘둘린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이 고리에 걸려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 신체적 징후(Somatic Marker)를 먼저 알아차리기

    우리의 인지는 감정보다 느릴 때가 많습니다. 특히 강렬한 역전이는 신체 감각으로 먼저 찾아옵니다. 상담 중에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거나, 가슴이 조여오거나, 근육이 긴장된다면 이는 역전이의 신호입니다. 내담자의 말이 들리지 않고 내 머릿속이 하얘진다면, 즉시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 내 몸이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2. 감정을 '되돌려주기' 전 '소화하기' (Metabolizing)

    비온(Bion)의 담아내기(Containing) 개념처럼, 상담사는 내담자가 던진 '날것의 감정(Beta element)'을 받아서 소화 가능한 형태(Alpha function)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내담자가 화를 낼 때 같이 화를 내거나(동일시),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지금 OO님이 느끼는 격렬한 분노가 저에게도 전해지네요. 마치 제가 적으로 느껴질 만큼 두려우신 것 같아요."라고 언어화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이 파괴적이지 않고 수용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합니다.

<figure><table><thead><tr><th>단계</th><th>과정</th><th>설명</th></tr></thead><tbody><tr><td>1단계</td><td>내담자의 투사</td><td>내담자가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상담사에게 던짐</td></tr><tr><td>2단계</td><td>상담사의 내사/경험</td><td>상담사가 투사된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처럼 느낌</td></tr><tr><td>3단계</td><td>상담사의 소화/재진술</td><td>상담사가 감정을 소화(Metabolizing)하여 안전한 형태로 언어화</td></tr><tr><td>4단계</td><td>내담자의 재내사/통합</td><td>내담자가 정화된 감정을 다시 받아들이고 통합함</td></tr></tbody></table><figcaption>투사적 동일시의 순환 과정 (Projective Identification Process)</figcaption></figure>
blog-content-img

3. 정확한 기록을 통한 '제3의 눈' 확보하기

역전이에 매몰되면 상담사의 기억은 왜곡됩니다. 내담자의 특정 발언은 과장되어 기억되고, 상담사에게 유리한 맥락만 남기 쉽습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과 나의 '주관적 경험'을 분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 기록의 질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1. 감정 일지(Affect Log) 병행 작성

    공식적인 상담 기록(SOAP 노트 등) 외에, 상담 직후 상담사가 느낀 날것의 감정을 적는 별도의 메모가 필요합니다. "오늘 이 내담자가 너무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를 구원해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와 같은 솔직한 고백은 수퍼비전에서 가장 귀중한 자료가 됩니다.

  2. 사실과 해석의 분리

    감정에 휩싸이면 "내담자가 공격적이었다"라고 퉁쳐서 기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담자가 주먹을 꽉 쥐고 3분간 침묵했다"가 팩트(Fact)입니다. 팩트와 나의 느낌을 철저히 분리해서 기록해야만, 내가 내담자의 어떤 행동 포인트에서 '트리거(Trigger)'가 되었는지 역추적할 수 있습니다.

결론: 역전이, 두려워 말고 활용하세요

상담사도 인간이기에 내담자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탐색하고 치료적 언어로 번역해내는 능력입니다. 역전이를 잘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상담사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치열한 성찰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상담 직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객관적인 축어록을 작성하거나 내용을 복기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이때 상담사의 인지적 부하를 줄여줄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전략입니다.

최근 상담 현장에서 주목받는 AI 기반 상담 기록 및 분석 서비스는 상담 내용을 텍스트로 정확히 변환해줄 뿐만 아니라, 상담사가 놓친 비언어적 맥락이나 반복되는 키워드를 객관적으로 제시해 줍니다. AI가 기록해 준 '사실(Fact)'과 상담사가 느낀 '감정'을 대조해보는 과정은 역전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제 감정에 휘둘리는 상담사가 아니라, 감정을 도구로 쓰는 프로페셔널로 거듭나시길 응원합니다.

blog-content-img
상담사를 위한 AI 노트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AI로 상담은 더욱 심도있게, 서류 작업은 더욱 빠르게
지금 시작하기
관련 추천 글

자기돌봄

의 다른 글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