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상담 리퍼(Refer)를 상담사의 실패가 아닌 내담자의 복지를 위한 가장 윤리적인 전문적 결정으로 정의합니다.
- 슈퍼비전을 통한 지속 가능성과 리퍼가 필요한 임상적 기준 및 내담자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따뜻한 인계' 대화법을 제시합니다.
- 리퍼 시 준수해야 할 행정적, 윤리적 체크리스트와 AI 도구를 활용한 효율적인 사례 요약 및 이관 방법을 안내합니다.
상담실 문을 닫고 난 뒤, 깊은 한숨과 함께 "과연 내가 이 내담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 적이 있으신가요? 이는 상담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윤리적인 고민의 시작입니다. 내담자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라포(Rapport)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답보 상태에 빠지거나, 상담사의 역량을 넘어서는 임상적 증상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리퍼(Refer, 의뢰)'를 고민하게 됩니다.
많은 상담사들이 리퍼를 자신의 '실패'나 '무능력'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임상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시기의 리퍼는 내담자의 복지(Welfare)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장 윤리적이고 용기 있는 전문적 결정입니다. 미국심리학회(APA) 윤리 강령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담 윤리 규정은 '전문성(Competence)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우리가 훈련받고 경험한 범위 내에서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막상 리퍼를 결정하더라도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에게 가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내담자가 느낄 수 있는 거절감(Rejection)이나 유기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치료적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고 안전하게 다른 전문가에게 인계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상담사가 역량의 한계를 느낄 때, 전문가답고 세련되게 리퍼를 진행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판단 기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
1. '도전'인가 '한계'인가? 리퍼 결정의 임상적 기준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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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비전으로 해결 가능한지 점검하기
상담의 어려움이 단순히 경험 부족에서 오는 막막함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역량의 한계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만약 특정 기법(예: EMDR, 변증법적 행동치료 등)에 대한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기법이 필수적인 내담자를 만났다면 이는 명백한 리퍼 사유가 됩니다. 하지만,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로 인한 일시적인 거부감이나 혼란이라면, 이는 슈퍼비전을 통해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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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갈등과 다중 관계 확인
역량 부족 외에도 상담사 개인의 가치관과 내담자의 문제가 심각하게 충돌하여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거나(예: 성소수자 이슈, 종교적 신념 등), 내담자와의 사적 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경우 즉시 리퍼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상담사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을 넘어 내담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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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과 의뢰(Refer)의 비교 기준
언제 멈추고 언제 지속해야 할지 헷갈리는 상담사분들을 위해, 임상 현장에서 통용되는 판단 기준을 정리해보았습니다.
2. 내담자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따뜻한 인계(Warm Handoff)'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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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이 아닌 "최선의 이익"으로 프레임 전환하기
내담자에게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요"라고 말하는 것은 솔직해 보이지만, 내담자에게는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내담자의 필요(Needs)에 초점을 맞추세요. "OO님의 현재 호소하시는 문제는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가와 작업할 때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상담사가 내담자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고민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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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리퍼 스크립트 예시
- 전문 분야 불일치 시: "지난 몇 회기 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검토해보니, OO님의 어려움은 트라우마 치료 전문 자격이 있는 분과 함께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제가 신뢰하는 전문가 목록을 준비했는데 함께 보시겠어요?"
- 상담 성과 부진 시: "우리가 함께 노력해왔지만, 최근 OO님의 증상 호전 속도가 우리가 기대한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제 마음이 무겁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새로운 관점을 가진 전문가와 시작하는 것이 OO님의 변화를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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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정서 다루기 (버림받음의 공포)
리퍼 통보를 받은 내담자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너무 까다로운 사람인가?", "선생님이 나를 포기했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는 내담자의 서운함이나 분노를 충분히 표현하게 하고, 이를 수용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리퍼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교정적 정서 경험'이 되도록, 마지막까지 따뜻하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3. 리퍼 전후, 상담사가 챙겨야 할 행정적·윤리적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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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명 이상의 전문가 추천하기
특정인 1명만 추천할 경우, 만약 그곳에서도 상담이 원활하지 않을 때 내담자는 대안이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내담자의 선택권(Autonomy)을 존중하기 위해, 지역, 비용, 전문 분야가 조금씩 다른 3곳 정도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입니다. 기관명, 연락처, 추천 이유를 정리하여 제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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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공 동의서 작성 및 기록 철저
리퍼를 할 때는 반드시 내담자로부터 '상담 기록 이관에 대한 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리퍼를 결정하게 된 배경, 내담자에게 설명한 내용, 내담자의 반응, 추천한 기관 목록 등을 상담 기록(Case Note)에 매우 상세히 남겨야 합니다. 이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법적 분쟁에서 상담사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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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회기(Termination Session) 갖기
가능하다면 전화나 문자로 리퍼를 통보하지 말고, 대면 회기를 통해 종결 작업을 진행하세요. 지난 상담 과정을 요약하고, 내담자가 이룬 성취를 지지해주며, 새로운 상담자와의 만남을 격려하는 시간은 내담자가 안전하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됩니다.
결론: 리퍼는 상담사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이 사례는 제가 못 하겠습니다."라고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전문적 한계를 명확히 알고, 내담자에게 더 나은 치료적 환경을 제공하려는 전문가적 양심의 발로입니다. 우리는 모든 내담자를 고칠 수 있는 '신'이 아니며, 때로는 적절한 연결자(Connector)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치료적 개입을 한 것입니다.
다만, 리퍼 과정은 매우 섬세한 소통과 정확한 기록을 요구합니다. 내담자가 거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언어를 고르고, 상담 과정을 요약하여 다음 전문가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합니다. 이럴 때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신 AI 기술은 상담 내용을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해줄 뿐만 아니라, 상담 맥락을 분석하여 내담자의 핵심 호소 문제와 그동안의 개입 과정을 요약하는 데 탁월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리퍼 소견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상담 내용 중 놓쳤던 내담자의 미세한 반응을 다시 검토하여 리퍼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혹시 감당하기 버거운 사례를 붙들고 혼자 끙끙 앓고 계시진 않나요? 그렇다면 심호흡을 한 번 하시고, 동료나 슈퍼바이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기록을 점검해보세요. 건강한 리퍼는 내담자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상담사에게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성장의 기회를 선물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