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상담 스킬

부부 상담: 서로 비난하며 싸우기 시작할 때 상담자가 끼어드는 '중재의 기술'

부부 상담 중 비난과 갈등이 폭발할 때 상담사가 주도권을 되찾고 치료적 중재를 이끄는 4단계 실전 전략을 공개합니다.

January 8, 2026
blog-thumbnail-img
ic-note
Editor's Note
  • 부부의 격앙된 감정 뒤에 숨겨진 '정서적 홍수' 상태를 이해하고 생리적 안전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 잘잘못을 가리는 '내용' 중심의 개입에서 벗어나, 관계를 해치는 부정적 '상호작용 패턴'에 집중해야 합니다.

  • 단호한 개입부터 새로운 대화 시도까지 이어지는 실전 4단계 중재 기술을 통해 상담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부부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차분하게 시작된 세션이 내담자 한 쪽의 비난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고성이 오가는 '전쟁터'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야!", "내가 언제 그랬어? 당신이 먼저 시작했잖아!"

이러한 고조된 갈등 상황(High-Conflict)은 상담사에게도 큰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초심 상담사는 당황하여 위축되기도 하고, 숙련된 상담사조차도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이 격한 감정을 어떻게 담아내야(Container) 할지 매 순간 윤리적이고 임상적인 딜레마에 빠집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부부가 상담실에서 싸운다는 것은 치료의 결정적인 기회**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반복되던 파괴적인 패턴이 '지금-여기(Here and Now)'에서 재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상담사가 적절하게 개입(Intervention)하여 이 패턴을 끊어주지 못한다면, 내담자들은 "상담 받아봤자 소용없더라"는 무력감을 안고 돌아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로를 비난하며 감정이 격해진 부부 사이를 어떻게 하면 **'치료적으로'** 중재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부부 상담의 난제인 '비난과 싸움'을 다루는 효과적인 중재 기술과 임상적 전략을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blog-content-img

1. 왜 그들은 멈추지 못하는가?: 정서적 홍수(Emotional Flooding)의 이해

중재 기술을 논하기 전에, 왜 부부가 상담실 내에서도 서로를 멈추지 못하고 비난하는지 심리학적 기제를 이해해야 합니다. 가트맨(John Gottman) 박사는 이를 **'정서적 홍수(Emotional Flooding)'**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심박수가 분당 100회를 넘어가고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인간의 뇌는 전두엽의 이성적 판단 기능을 상실하고 투쟁-도주(Fight or Flight) 반응을 주관하는 편도체가 지배하게 됩니다. 이때는 상대방의 말이 정보가 아닌 '공격'으로만 인식됩니다. 즉, **상담사가 아무리 논리적인 대화를 유도해도, 생물학적으로 '듣기'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상담자의 첫 번째 목표는 '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이 생리적 각성을 낮추고 **'안전감'을 회복**시키는 데 있어야 합니다.

blog-content-img

2. 효과적인 중재를 위한 '구조화'와 '개입' 전략 비교

많은 상담사가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자극하거나,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오해를 받곤 합니다. 단순한 '제지'와 치료적 '중재'는 다릅니다. 아래의 표를 통해 우리의 개입 방식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구분</th> <th>비효율적 개입 (피해야 할 태도)</th> <th>치료적 중재 (지향해야 할 기술)</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초점 (Focus)</strong></td> <td> 내용(Content)에 집중<br> <em>"누가 먼저 그랬나요?", "정말 그 말을 했나요?"</em> </td> <td> 과정(Process)에 집중<br> <em>"지금 두 분이 대화하는 방식에 주목해 봅시다."</em> </td> </tr> <tr> <td><strong>태도 (Stance)</strong></td> <td> 심판자(Judge) 혹은 방관자<br> <em>잘잘못을 가리려 하거나, 싸움이 끝날 때까지 방치함</em> </td> <td> 적극적 지휘자(Director)<br> <em>단호하게 대화를 멈추고 안전한 구조를 제공함</em> </td> </tr> <tr> <td><strong>목표 (Goal)</strong></td> <td> 갈등의 일시적 봉합<br> <em>"자, 진정하시고 다른 이야기 합시다."</em> </td> <td> 부정적 고리(Cycle)의 인식<br> <em>"이런 패턴이 집에서도 반복되어 두 분을 아프게 하는군요."</em> </td> </tr> </tbody> </table> <figcaption>표 1. 부부 상담 시 비효율적 개입과 치료적 중재의 비교</figcaption> </figure>
blog-content-img

3. 실전: 상담실의 주도권을 되찾는 4단계 중재 기술

이론적으로는 이해했지만, 막상 내담자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상담사도 얼어붙기 쉽습니다. 다음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4단계 중재 프로세스입니다.

  1. 1단계: 단호한 개입과 '일시 정지' (The Stop Action)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싸움을 멈추는 것입니다. 이때는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제스처가 중요합니다. 손바닥을 들어 보이거나 몸을 앞으로 기울여 물리적인 개입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 상담사 멘트: "잠시만요! 두 분 모두 멈춰주세요. 지금 이 대화 방식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방의 안전을 위해 잠시 개입하겠습니다."

  2. 2단계: 문제의 외재화 (Externalizing the Problem)

    부부 싸움의 원인을 상대방의 인격이 아닌, 두 사람 사이의 '부정적 상호작용 패턴(Cycle)'으로 돌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내담자들은 서로를 적으로 보는 대신, 함께 싸워야 할 '패턴'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정서 중심 치료(EFT)에서 매우 강조하는 기법입니다.
    🗣️ 상담사 멘트: "보세요, 또다시 그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남편분이 물러서면 아내분은 더 강하게 추궁하고, 그러면 남편분은 더 입을 다물게 되는 이 악순환 말입니다. 적은 남편도 아내도 아닙니다. 이 '고리'가 두 분의 적입니다."

  3. 3단계: 표면 감정(Secondary) 아래의 애착 욕구(Primary) 읽어주기

    비난과 분노는 대개 두려움, 외로움, 거절감과 같은 일차적 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입니다. 상담사는 내담자의 날 선 말속에 숨겨진 연약한 감정을 포착하여 대변해주어야 합니다.
    🗣️ 상담사 멘트: "아내분이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게는 '당신이 나를 떠날까 봐 너무 두렵다'는 외침으로 들립니다. 지금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남편분과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이 무서운 것 아닌가요?"

  4. 4단계: 새로운 상호작용의 시도 (Enactment)

    상담사의 해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비난이 아닌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도록 직접 코칭합니다.
    🗣️ 상담사 멘트: "방금 저에게 하신 말씀을 남편분의 눈을 보고 다시 해주실 수 있을까요? '당신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어서 힘들었다'고 말이죠."

4. 중재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한 제언

부부 상담에서의 중재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합니다. 상담사는 내담자의 언어적 메시지뿐만 아니라 미묘한 표정 변화, 호흡, 자세 등 비언어적 단서를 실시간으로 포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격렬한 감정이 오가는 상황에서 상담사가 모든 데이터를 놓치지 않고 기억하여 기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싸움을 말리느라 정작 중요한 '촉발 요인(Trigger)'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단어에서 내담자의 표정이 굳어졌는지 놓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션이 끝난 후, 냉철한 복기가 필수적입니다.

  • 자신의 역전이(Countertransference) 점검: 나는 왜 특정 내담자가 화를 낼 때 더 위축되거나 공격적이 되는가?
  • 패턴의 미세 분석: 싸움이 시작된 0.1초의 순간, 누가 어떤 비언어적 신호를 보냈는가?
  • 기록의 효율화: 상담 중 필기에 몰두하느라 내담자와의 눈맞춤(Eye-contact)을 놓치지 않았는가?

부부 상담에서 내담자들이 싸우기 시작할 때, 상담사의 개입은 단순한 '심판'이 아니라 두 사람을 안전하게 담아내는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정서적 홍수 상태를 인지하고, 비난의 내용보다는 과정에 개입하며, 숨겨진 애착 욕구를 건드려줄 때 부부는 비로소 서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현장에서 매우 빠르게 지나갑니다. "아까 그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개입했더라?", "내담자가 화내기 직전에 했던 말이 뭐였지?"와 같은 고민은 상담사라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상담사가 세션 내용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많은 임상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AI 기반 상담 기록 서비스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 중에는 오직 내담자의 역동에만 집중하고, 정확한 대화 내용과 감정의 흐름은 AI가 텍스트로 변환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성이 오가는 부부 상담의 경우, AI 축어록을 통해 '갈등이 고조된 결정적 순간'을 다시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은 다음 세션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Case Conceptualization) 강력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다음 부부 상담 세션에서는 펜을 내려놓고, 두 사람의 눈과 감정에 더 깊이 몰입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상담사의 온전한 존재(Presence)야말로 가장 강력한 중재 도구입니다.

blog-content-img
상담사를 위한 AI 노트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AI로 상담은 더욱 심도있게, 서류 작업은 더욱 빠르게
지금 시작하기
관련 추천 글

상담 스킬

의 다른 글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