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자극추구(NS)와 위험회피(HA)가 모두 높은 '갈등형' 기질의 내적 역동과 임상적 특징 분석
- 양가감정 수용, 멈춤 기술 훈련, 자율성(SD) 강화를 통한 구체적인 상담 개입 전략 제시
- 내담자의 비언어적 신호 포착 및 AI 기술을 활용한 상담 기록 고도화의 중요성 강조
선생님, 혹시 상담 장면에서 이런 내담자를 만나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지난주에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떠올라서 당장 시작하겠다"며 눈을 반짝이더니, 이번 주에는 "실패하면 어쩌나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며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내담자 말입니다.
상담사로서 우리는 종종 내담자의 변화무쌍한 태도에 당혹감을 느낍니다. 특히 기질 및 성격 검사(TCI)에서 자극추구(Novelty Seeking, NS)와 위험회피(Harm Avoidance, HA) 척도가 동시에 상위권(백분위 70% 이상)을 기록하는 이른바 '갈등형' 기질을 가진 내담자들은 상담실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우면서도, 깊은 이해가 필요한 대상입니다. 이들은 마치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것과 같은 내적 긴장 상태에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내담자들은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안정을 집착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했다가도 곧바로 극심한 후회와 불안에 시달립니다. 상담사에게는 이들의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큰 에너지 소모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이 복잡미묘한 '갈등형' 기질의 역동을 임상적으로 분석하고, 상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개입 전략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갈등형 기질(High NS & High HA)의 임상적 역동 이해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전쟁: 접근-회피 갈등
Cloninger의 심리생물학적 모델에 따르면, 자극추구(NS)는 도파민성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되어 행동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위험회피(HA)는 세로토닌성 시스템과 관련되어 행동의 억제를 유도합니다. 보통의 경우 한쪽이 높으면 다른 쪽이 낮아 균형을 이루거나 특정 성향이 뚜렷해지지만, 두 기질이 모두 높을 경우 내담자는 만성적인 내적 갈등(Approach-Avoidance Conflict)을 겪게 됩니다.
이들은 새로운 보상이나 흥미로운 자극을 발견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려 하지만(High NS), 행동을 개시하려는 순간 혹은 직후에 잠재적 위험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여 행동을 멈추거나 철회(High HA)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내담자는 심리적 소진(Burnout)을 경험하고, '나는 왜 이렇게 변덕스러울까?', '왜 꾸준히 하는 게 없을까?'라는 자기 비난에 빠지기 쉽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관찰되는 주요 특징
- 정서적 불안정성 (Emotional Instability): 기분이 고양되었다가 급격히 우울해지는 등 양극성 장애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 충동적 행동 후의 반추: 홧김에 물건을 사거나 말을 내뱉고(NS), 집에 돌아와서 그 행동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걱정(HA)합니다.
- 대인관계의 양가감정: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고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NS), 동시에 거절당할까 봐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HA).
- 섭식 및 중독 문제 취약성: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폭식을 하거나 알코올을 찾지만(NS), 이후 건강 염려와 죄책감(HA)으로 인해 구토를 하거나 우울해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갈등형 내담자를 위한 효과적인 상담 개입 전략
갈등형 기질의 내담자를 상담할 때는 단순히 '불안을 낮추거나', '충동을 억제하는'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질 자체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기질적 특성을 이해하고 성격(Character) 차원에서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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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적 양가감정의 수용과 명명화 (Validation & Naming)
내담자는 자신의 변덕스러움을 '성격 파탄'이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며 괴로워합니다. 상담자는 이것이 '액셀과 브레이크가 모두 성능이 좋은 고성능 자동차'와 같은 기질적 특성임을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TCI 결과를 활용하여 "내담자님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지만, 동시에 신중함도 갖춘 분입니다. 이 두 가지가 부딪힐 때 에너지가 많이 쓰이셨을 거예요"라고 해석해 주는 것만으로도 내담자는 큰 안도감을 느낍니다. 자신의 혼란스러움에 이름을 붙여주는(Naming) 과정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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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Pause)' 기술 훈련: 충동과 불안 사이의 공간 만들기
High NS가 발동하여 충동적으로 행동하려 할 때, High HA의 불안이 덮치기 전 '잠시 멈춤'을 연습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언가 저지르고 싶을 때(NS) 바로 실행하지 않고 5분만 기다리게 하거나, 불안해서 도망치고 싶을 때(HA) 바로 회피하지 않고 심호흡을 하며 머무르는 훈련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감정을 행동화(Acting out)하지 않고 언어화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 기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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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Self-Directedness, SD) 강화: 기질을 다루는 운전대
TCI 이론에서 기질은 타고난 '재료'라면, 성격은 그 재료로 집을 짓는 '설계도'입니다. 갈등형 기질이 병리적으로 발현되지 않으려면 성격 차원, 특히 자율성(SD) 척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자율성이 높으면 High NS를 '창의성'으로, High HA를 '사려 깊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상담 목표를 단순한 증상 완화가 아닌, '작은 성취 경험 쌓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목표 설정하기' 등 자율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설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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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화된 상담 환경과 명확한 한계 설정
이들은 상담 시간에도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거나(NS), 상담사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토라질(HA) 수 있습니다. 상담사는 따뜻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상담 구조(시간, 비용, 연락 방식 등)를 유지해야 합니다. 일관성 있는 한계 설정(Setting Limits)은 내담자에게 예측 가능한 안전감(HA 충족)을 주는 동시에, 충동성(NS)을 조절하는 모델링이 됩니다.
3. 상담 기록과 분석의 고도화: 놓치기 쉬운 단서를 잡으세요
High NS와 High HA가 공존하는 내담자의 상담 회기는 매우 다이내믹합니다. 말이 매우 빠르거나 주제가 쉴 새 없이 바뀌다가도(NS), 특정 주제에서는 갑자기 침묵하거나 미세한 떨림, 주저함(HA)을 보입니다. 상담사가 내담자의 화려한 언변(NS)에 매료되어, 그 이면에 숨겨진 미세한 회피 신호(HA)를 놓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언어적 내용'과 '비언어적 신호'의 불일치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저는 그 프로젝트 정말 하고 싶어요! 아무 문제 없어요!"라고 빠르고 크게 말하지만, 동시에 다리를 떨거나 시선을 피한다면 이는 NS와 HA가 충돌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최근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역동을 놓치지 않기 위해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단순히 대화를 텍스트로 바꾸는 것을 넘어,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상담사에게 통찰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패턴 분석: 내담자가 어떤 주제에서 발화 속도가 빨라지는지(NS 활성화), 어디서 침묵이나 망설임이 길어지는지(HA 활성화)를 데이터로 시각화하여 보여줄 수 있습니다.
- 정확한 기록: 내담자의 말이 빠르고 횡설수설할 때, 상담사가 필기에 집중하느라 래포(Rapport) 형성을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상담 내용의 정확성을 보장합니다.
- 슈퍼비전 자료: 갈등형 내담자의 상담은 역전이가 일어나기 쉬우므로, 객관적인 AI 축어록을 통해 슈퍼바이저와 함께 상담사의 반응을 면밀히 검토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결론: 혼란을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하기
자극추구와 위험회피가 모두 높은 내담자는 분명 다루기 힘든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풍부한 감수성과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상담사가 이들의 내적 갈등을 깊이 이해하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적절히 조절하는 운전법(자율성)을 가르쳐준다면, 이들은 그 어떤 기질보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오늘 만나는 내담자가 변덕스럽고 예민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면에 있는 치열한 내적 전쟁을 떠올려주세요. 그리고 그 전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최신 기술 도구와 동료들의 슈퍼비전을 적극 활용하여 선생님 자신도 소진되지 않도록 돌보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안정된 존재 자체가 갈등형 내담자에게는 가장 큰 치유적 도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