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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Grief) 상담: 애도 과정 5단계를 넘어 '충분히 슬퍼하게' 돕는 법

퀴블러-로스의 5단계를 넘어 현대적 애도 이론과 지속성 비애 장애 구분법, 상담 효율을 높이는 임상 전략을 통해 내담자의 온전한 회복을 돕는 방법을 확인해보세요.

January 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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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현대적 애도 이론인 이중 과정 모델과 지속적 유대 이론을 통한 새로운 상담 패러다임 제시

  • 정상적 애도와 지속성 비애 장애(PGD)를 구분하는 명확한 임상 진단 기준 안내

  • 의미 재구성 기법과 AI 기술을 활용하여 상담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인 개입 전략 요약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담자들 중, 사별(Grief)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깊은 무력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눈물이 나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다들 이제 그만 잊고 산 사람 살라고 하는데, 저는 그게 안 돼요."라는 호소 앞에서 상담사는 어떤 답을 주어야 할까요?

우리는 학부 시절 퀴블러-로스(Kübler-Ross)의 '죽음의 5단계(DABDA)'를 배웠지만, 실제 임상 현장은 그 이론처럼 순차적이지도, 깔끔하게 종결되지도 않습니다. 애도는 직선형 과정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파도와 같습니다. 최신 임상 연구와 상담 트렌드는 이제 '단계의 완수'가 아닌 '통합과 지속적 유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담자가 죄책감 없이 충분히 슬퍼하고, 상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은 상담사의 섬세한 개입을 필요로 합니다. 본 글에서는 고전적인 단계 이론을 넘어, 내담자의 복잡한 애도 과정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임상적 전략과 실질적인 개입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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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도의 재정의: 단계(Stages)가 아닌 진자 운동(Oscillation)으로

많은 내담자(그리고 때로는 상담사)들이 겪는 가장 큰 오해는 애도에 '끝'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입니다. 그러나 현대 애도 상담 이론, 특히 스트로브와 슈트(Stroebe & Schut)의 이중 과정 모델(Dual Process Model)은 애도를 정적인 상태가 아닌 역동적인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1. 상실 지향(Loss-Oriented)과 회복 지향(Restoration-Oriented)의 균형

    내담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은 자를 그리워하며 통곡하다가도(상실 지향), 밀린 공과금을 처리하거나 친구와 잠시 웃으며 대화하기도(회복 지향) 합니다. 이것은 모순이거나 회피가 아니라, 건강한 적응 기제입니다. 상담사는 내담자가 "슬퍼하다가 웃는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 '왔다 갔다 함(Oscillation)'이 지극히 정상적인 치유 과정임을 교육(Psychoeducation)해야 합니다.

  2. 지속적 유대(Continuing Bonds) 이론의 적용

    과거 프로이트식 접근은 고인에 대한 리비도를 거두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데니스 클래스(Dennis Klass)의 '지속적 유대' 이론은 다릅니다. 고인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부재하지만 존재하는(absent but present)' 새로운 관계 방식을 재정립하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상담에서는 "그분을 잊으세요"가 아니라 "그분은 지금 당신의 마음속 어디에 위치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2. 정상적 애도와 '지속성 비애 장애(PGD)'의 임상적 구분

상담사는 내담자의 슬픔을 충분히 수용하되, 이것이 병리적인 상태로 넘어가는지 감별할 수 있는 임상적 눈을 가져야 합니다. DSM-5-TR에 새로 등재된 지속성 비애 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 PGD)는 일반적인 애도와 구분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기간이 길다고 해서 병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상 기능의 현저한 저하와 극심한 정서적 고통이 동반된다면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figure> <figcaption><strong>[표 1] 정상적 애도 반응 vs 지속성 비애 장애(PGD) 임상 비교</strong></figcaption> <table border="1" cellpadding="10" cellspacing="0" width="100%"> <thead> <tr> <th>구분</th> <th>정상적 애도 (Normal Grief)</th> <th>지속성 비애 장애 (PGD)</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시간적 경과</strong></td> <td>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도가 서서히 감소함 (파도처럼 옴)</td> <td>사별 후 12개월(아동/청소년 6개월) 이상 강렬한 비애 지속</td> </tr> <tr> <td><strong>자존감</strong></td> <td>대체로 유지됨</td> <td>극심한 자기 비하, 존재 가치 상실감</td> </tr> <tr> <td><strong>긍정적 정서</strong></td> <td>간헐적으로 기쁨이나 유머를 느낄 수 있음</td> <td>긍정적 정서가 거의 불가능하며 정서적 마비 상태</td> </tr> <tr> <td><strong>고인에 대한 생각</strong></td> <td>그리움과 추억 중심</td> <td>집착에 가까운 몰입 혹은 극단적인 회피</td> </tr> <tr> <td><strong>치료 목표</strong></td> <td>지지적 상담, 애도 작업 동반</td> <td>인지행동치료(CBT), 약물 치료 병행 고려, 트라우마 치료</td> </tr> </tbody> </table>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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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적 개입 포인트:

  • 의미 재구성(Meaning Reconstruction): 상실 사건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그 상실이 내담자의 인생 서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색합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질문을 "이 슬픔을 안고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전환하도록 돕습니다.
  • 이중 추적(Two-Track) 접근: 한 트랙에서는 고인과의 관계(기억, 감정)를 다루고, 다른 트랙에서는 내담자의 현재 기능(직업, 대인관계)을 다루며 두 트랙이 균형을 이루도록 슈퍼비전을 통해 점검해야 합니다.
<figure> <figcaption><strong>[표 2] 사별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스트레스 수준 변화: 정상 애도 vs 복합성 비애</strong></figcaption> <table border="1" cellpadding="10" cellspacing="0" width="100%"> <thead> <tr> <th>시간 경과</th> <th>정상 애도 반응 (Normal Grief)</th> <th>복합성 비애 (Complicated Grief)</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사별 직후 (Acute)</strong></td> <td>매우 높음 (충격, 부인)</td> <td>매우 높음 (극심한 고통)</td> </tr> <tr> <td><strong>3~6개월</strong></td> <td>점진적 감소 (파도처럼 오르내림)</td> <td>높은 수준 유지 (변화 없거나 악화)</td> </tr> <tr> <td><strong>1년 이상</strong></td> <td>안정화 (통합 및 일상 복귀)</td> <td>고착화 (만성적 우울, 기능 저하 지속)</td> </tr> </tbody> </table>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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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담 효율성을 높이는 기록과 기술의 활용

사별 상담은 감정의 밀도가 매우 높고, 내담자가 쏟아내는 이야기 속에 고인과의 관계 역동, 죄책감의 원인, 은유적 표현들이 숨어 있습니다. 상담사가 이 모든 뉘앙스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충분한 애도'를 돕기 위해서는 상담 기록과 분석 방식의 고도화가 필수적입니다.

  1. 비언어적 단서와 은유의 포착

    내담자는 "슬퍼요"라고 말하는 대신 "가슴에 돌덩이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은유는 치료의 핵심 열쇠입니다. 상담 중에 필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담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나 목소리의 떨림, 그리고 결정적인 은유를 놓칠 수 있습니다. 내담자와의 눈 맞춤(Eye-contact)을 유지하며 온전히 공감하는 것이 '함께 있어줌(Being with)'의 핵심입니다.

  2. AI 기술을 통한 임상적 통찰 확보

    최근 상담 현장에서는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가 상담사의 든든한 보조 치료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화를 텍스트로 바꾸는 것을 넘어, 상담 회기 동안 내담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정서 단어, 침묵의 빈도, 주제의 전환 패턴을 분석해 줍니다.

    예를 들어, 상담사는 AI가 정리한 데이터를 통해 "지난 3회기 동안 내담자가 '죄송함'이라는 단어를 15번 사용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내담자의 애도가 '그리움'이 아닌 '죄책감'에 고착되어 있음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다음 회기의 치료 목표를 '자신에 대한 용서'로 설정하는 등 정밀한 개입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상담사가 번거로운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내담자의 슬픔을 담아내는 그릇(Container)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애도 상담은 내담자의 찢어진 마음을 꿰매어 흉터를 없애는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물어, 남은 삶의 무늬로 통합되도록 돕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퀴블러-로스의 단계를 넘어, 이중 과정 모델과 지속적 유대 이론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고유한 슬픔의 리듬을 존중해 주세요.

이제 상담실에서 우리는 "이제 그만 슬퍼하세요" 대신, "당신만의 속도로, 충분히 슬퍼하고 기억해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깊은 대화의 여정에서 놓칠 수 있는 소중한 단서들은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기록하고 분석해 보세요. 상담사의 따뜻한 시선과 냉철한 데이터 분석이 만날 때, 내담자는 비로소 온전한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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