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상담 중단의 심리적 역동(저항, 치료적 파열, 건강으로의 도피) 분석
- 내담자의 종결 통보에 대응하는 3단계 전문적 대화 전략 및 스크립트
- 상담 기록 복기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임상적 성장 및 소진 예방
상담센터의 전화벨이 울리고, 수화기 너머로 내담자의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저... 다음 예약 취소하고 싶어서요. 이제 상담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이 순간, 아무리 경험 많은 상담 전문가라 할지라도 심장이 '덜컥'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지난 회기에 내가 놓친 공감의 순간이 있었나?', '치료적 동맹이 깨진 것인가?'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갑작스러운 상담 중단(Drop-out)은 상담사에게 좌절감을 주기도 하지만,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데이터이자 성장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심리상담의 약 20%~47%가 조기 종결로 끝난다고 합니다. 즉, 이는 당신만의 실패가 아니라 상담 과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임상적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떠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마지막 접점인 '전화 통화'를 어떻게 치료적으로 다루고 마무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당황스러운 종결 통보 전화에 전문적으로 대처하고, 내담자의 안전을 확보하며, 상담사의 소진을 막는 구체적인 스크립트와 전략을 다룹니다.
갑작스러운 종결 통보, 그 이면의 심리 역동 분석
내담자가 상담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 표면적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 "비용이 부담되어서", "다 나은 것 같아서" 등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임상 심리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그 이면에 숨겨진 역동을 파악해야 합니다. 내담자의 'Drop-out' 선언은 때로는 저항(Resistance)의 표현일 수도 있고, 치료적 파열(Rupture)의 신호일 수도 있으며, 혹은 건강으로의 도피(Flight into health)일 수도 있습니다.
전화 통화라는 제한된 채널을 통해 이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놓치면 내담자는 영영 상담실로 돌아오지 않거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안고 떠나게 됩니다. 아래 표를 통해 내담자의 종결 통보 유형에 따른 심리적 기제와 상담사의 체크포인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상황별 전화 상담 대응 스크립트 및 3단계 전략
전화로 종결 통보를 받았을 때 가장 피해야 할 태도는 '방어적인 태도'와 '지나친 매달림'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내담자를 억지로 상담실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결정을 존중하되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추후 상담이 필요할 때 다시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심리적 여지'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다음은 구체적인 3단계 전략과 추천 스크립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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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수용과 타당화 (Validating & Normalizing)
내담자의 결정을 즉시 부정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마세요. 우선 내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전화를 통해 의사를 밝혀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이는 내담자의 불안감을 낮추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만듭니다.
- 권장 스크립트: "OO님, 이렇게 직접 전화 주셔서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상담을 중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군요. 말씀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셔서 고마워요."
- 핵심 포인트: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 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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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부드러운 탐색과 피드백 요청 (Exploration)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종결 사유를 탐색합니다. 이는 상담사의 방어 기제가 아니라, 내담자를 돕기 위한 마지막 점검 과정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상황 A (증상 호전 주장 시): "요즘 좀 더 편안해지셨다니 다행입니다. 혹시 갑작스러운 종결이 나중에 다시 어려움을 줄 수도 있어서요, 우리가 한 번만 더 만나서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종결 세션을 갖는 건 어떨까요?"
- 상황 B (불만족/도움 안 됨 시): "상담이 기대하셨던 만큼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느끼셨군요. 저에게는 OO님의 피드백이 정말 중요합니다. 혹시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우셨는지, 제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짧게라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 상담사나 혹은 OO님의 추후 관리를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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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열린 결말과 안전 확보 (Open Door & Safety)
내담자가 종결 세션을 거부한다면,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음을 알립니다. 단, 자살 위험이나 심각한 위기 상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안전 계획을 확인해야 합니다.
- 권장 스크립트: "알겠습니다. OO님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지금은 중단하시지만, 살아가시다가 다시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다시 연락 주셔도 됩니다. 상담실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 안전 점검(필요 시): "다만 걱정되는 마음에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지금 당장 스스로를 해치고 싶은 충동이나 위험한 상황은 아니신 거지요?"
종결도 상담의 일부, 기록과 회고를 통한 성장
내담자의 갑작스러운 종결 통보는 상담사에게 뼈아픈 경험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임상적 통찰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난 후, 상담사는 반드시 '왜 지금인가?'를 복기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지난 회기들의 상담 기록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습니다. 내담자가 흘리듯 말했던 불만의 신호, 미세한 침묵, 저항의 뉘앙스를 당시에는 놓쳤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정확한 축어록과 상담 기록의 중요성이 대두됩니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훌륭한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AI는 상담사의 주관적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상담 내용을 있는 그대로 텍스트화하여 보여줍니다. "지난 회기 후반부 10분 동안 내담자의 발화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이라든지, "부정적 정서 단어의 빈도가 증가함"과 같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파열(Rupture)의 징후를 사후에라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이번 내담자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래는 것을 넘어, 다음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조기 종결을 예방하고 치료적 동맹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밑거름이 됩니다.
Action Plan for Counselors:
- 이번 주, 갑작스럽게 종결한 사례가 있다면 '실패'라고 자책하기보다 '전화 응대 기록지'를 작성해 보세요.
- 통화 내용을 복기하며 위의 스크립트 중 어떤 요소를 활용했는지, 놓친 부분은 무엇인지 점검하세요.
- 반복되는 조기 종결이 고민이라면, AI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여 자신의 상담 패턴과 내담자의 미세한 반응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