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효율적인 상담 기록을 위한 DAP(Data, Assessment, Plan) 구조화 전략 제시
- 상담 일지 작성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개조식 작성과 약어 활용 노하우
- AI 기술을 활용한 기록 보조와 상담사 소진 예방을 위한 자기 돌봄의 중요성
퇴근이 늦어지는 상담사를 위하여: 상담 일지(Case Note) 작성 시간, 절반으로 줄이는 DAP 전략 📝
선생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쏟아지는 내담자의 감정을 담아내고, 그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느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셨을 텐데, 아직 책상 위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죠. 바로 '상담 일지(Case Note)' 작성입니다. 많은 상담 전문가들이 내담자와의 만남 그 자체보다, 이후에 이어지는 기록 업무에서 더 큰 소진(Burnout)을 경험하곤 합니다.
"이 내용을 다 적어야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슈퍼바이저가 보기에 부족해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때문에 상담 내용을 소설처럼 길게 나열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상담 기록은 내담자 분석과 치료의 연속성을 위한 필수적인 윤리적 책임이지만, 이것이 상담사의 '저녁 있는 삶'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은 임상 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록 방식으로 통용되는 DAP(Data, Assessment, Plan) 형식을 활용하여, 기록의 질은 높이고 작성 시간은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려 합니다.
1. 왜 우리의 상담 기록은 끝이 없을까요?: 서술형 기록의 함정
많은 초심 상담사, 혹은 꼼꼼한 성향의 임상가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상담 내용을 '축어록'처럼 모든 대화 흐름을 복기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타이핑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임상적 필터링(Clinical Filtering)'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작성하는 Case Note는 내담자의 자서전이 아니라, 전문가의 '임상적 판단이 담긴 요약본'이어야 합니다. 모든 발화를 기록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핵심적인 치료적 개입과 내담자의 역동을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 기록의 목적은 '정보의 보존'이 아니라 '치료적 통찰의 구조화'에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기록은 다음 회기 준비 시간을 줄여주고, 위기 개입 시 신속한 판단을 돕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합니다.
2. DAP 형식: 구조화된 기록이 가져오는 자유
DAP 형식은 Data(객관적 정보), Assessment(임상적 평가), Plan(치료 계획)의 세 가지 영역으로 기록을 구조화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미국 등 해외 임상 현장에서 표준처럼 사용되며, 불필요한 서술을 줄이고 핵심 정보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기존의 나열식 기록(Narrative Note)과 DAP 기록을 비교하면 그 효율성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아래 표를 통해 두 방식이 임상적 유용성과 작성 시간 면에서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십시오.
DAP 작성의 핵심 포인트
-
Data (객관적 정보): 내담자가 호소한 내용과 관찰된 행동을 적습니다.
- 작성 팁: "내담자가 우울하다고 말했다"보다는 "내담자가 '잠을 못 자고 식욕이 없다'고 보고함(Dx: MDD 관련 증상)"과 같이 구체적 행동이나 증상 위주로 기술하세요.
-
Assessment (임상적 평가): 상담사의 전문가적 시각이 가장 빛나는 구간입니다. Data를 바탕으로 현재 내담자의 상태, 진행 중인 역동, 위험 요소를 평가합니다.
- 작성 팁: "많이 힘들어 보임" 대신 "정서적 고통으로 인한 인지적 왜곡이 관찰됨", "라포 형성이 안정적이나 저항이 나타남" 등 임상 용어를 활용하여 간결하게 압축하세요.
-
Plan (치료 계획): 다음 회기의 목표, 수정된 치료 전략, 내담자에게 부여한 과제(Homework)를 적습니다.
- 작성 팁: 단순히 "다음 주에 만남"이 아니라, "CBT 사고기록지 점검 예정", "트라우마 안정화 기법 교육" 등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을 명시하세요.
3. 실전 적용: 시간을 더 줄여주는 3가지 노하우
DAP 형식을 안다고 해서 당장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습관이 되기까지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간 단축 전략을 소개합니다.
1) 문장이 아닌 '개조식'과 '약어'를 활용하세요
상담 일지는 문학 작품이 아닙니다. 완벽한 문장 구조를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긴 문장 대신, 핵심 키워드 위주의 개조식 작성을 생활화하세요. 또한, 상담실 내부 혹은 동료들끼리 통용되는 약어를 적극 활용하면 타이핑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예시: "내담자는 지난주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우울감이 증가했다고 보고함."
→ "母와의 갈등 후 Depressive mood ↑" - 추천 약어: Ct(내담자), Th(상담자), HX(병력), SX(증상), INT(개입), SI(자살사고)
2) 나만의 '상담 문구 템플릿'을 만드세요
자주 사용하는 임상적 표현이나 개입 문구는 미리 템플릿으로 만들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초기 면접, CBT 개입, 종결 회기 등 상황별로 자주 쓰는 Assessment 문구를 정리해 두면, 고민하는 시간 없이 적절한 문장을 선택하여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록의 표준화를 돕고, 슈퍼비전 시에도 전문성을 드러내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3) 최신 기술(AI)을 똑똑하게 활용하세요 (Smart Assistant)
아무리 효율적인 형식을 사용해도, 결국 기억에 의존하여 타이핑하는 과정은 에너지가 듭니다. 최근에는 상담 윤리와 보안을 준수하면서도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해 주는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제는 AI가 단순히 녹취를 풀어주는 것을 넘어, 상담 내용을 분석하여 DAP 형식의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상담사는 AI가 정리한 Data와 1차 Assessment를 검토하고, 임상가로서의 최종 통찰만 덧붙이면 됩니다. 이는 기록 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상담사가 놓쳤을지 모르는 내담자의 미세한 언어적 단서를 재확인하는 '제2의 귀' 역할을 수행합니다.
4. 결론: 기록의 노예에서 해방되어, 치료의 본질로 🕊️
상담 일지는 내담자를 돕기 위한 도구이지, 상담사를 괴롭히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DAP 형식은 상담사의 사고를 구조화하여 임상적 명료성을 높여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처음에는 형식을 맞추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익숙해진다면 기록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내담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담사 자신의 소진 예방(Self-care)에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바로 지난 회기의 상담 내용을 DAP 형식으로 짤막하게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반복되는 행정 업무에 지쳤다면, AI 기반의 상담 기록 보조 도구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기술의 도움으로 확보된 시간은 결국 내담자를 향한 더 따뜻한 시선과 여유로 환원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책상이 서류 더미 대신, 내담자와의 의미 있는 변화의 기록들로 채워지기를 응원합니다.
관련 추천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