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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이(Countertransference)는 죄가 아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싫어하게 될 때 대처법

상담자가 내담자를 싫어하는 감정, 역전이를 죄책감 대신 내담자 이해와 치료 통찰의 도구로 전환하는 방법.

Decembe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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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부정적인 감정(역전이)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특히 '객관적 역전이'는 내담자의 관계 방식과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강력한 진단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 부정적 역전이를 죄책감 대신 치료적 통찰로 전환하려면, 감정의 출처를 주관적/객관적으로 구분하고, 감정을 명명하고 담아내는 연습과 함께 투사적 동일시를 역추적하며 동료 슈퍼비전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 감정에 휩쓸려 왜곡될 수 있는 상담자의 기억을 보완하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기반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여 내담자의 실제 발언과 맥락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슈퍼비전의 질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상담실 문이 닫히고 내담자가 떠난 뒤, 깊은 한숨과 함께 이런 생각이 스친 적이 있으신가요? "아, 정말 이 내담자와 상담하기 힘들다... 아니, 솔직히 싫다."

우리는 훈련 과정에서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을 뼈에 새기도록 교육받았습니다. 그래서 내담자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 지루함, 분노, 혹은 혐오감을 느끼는 순간 상담자는 깊은 죄책감에 빠집니다. '내가 자격이 부족한 건 아닐까?', '나의 미해결 과제가 투사된 건 아닐까?'라며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죠.

하지만 임상 심리학의 거장 위니코트(D.W. Winnicott)는 이미 1949년 논문 <Hate in the Countertransference>에서 상담자가 내담자를 미워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는 상담의 방해물이 아니라, 내담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진단적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상담자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죄책감이 아닌 임상적 통찰로 전환할 수 있는지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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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이의 두 얼굴: 나의 문제인가, 내담자의 정보인가?

역전이를 다루는 첫 번째 단계는 이 감정의 '출처'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과거 프로이트 학파는 역전이를 상담자의 분석되지 않은 신경증적 갈등(Blind Spot)으로만 보았지만, 현대 관계 정신분석 및 대인관계 심리치료에서는 이를 상담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서적 반응을 포함하는 '전체론적(Totalistic)'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상담자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슈퍼비전과 자기 분석의 핵심입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구분</th> <th>주관적 역전이 (Subjective)</th> <th>객관적 역전이 (Objective)</th> </tr> </thead> <tbody> <tr> <td><b>정의</b></td> <td>상담자 개인의 과거 경험, 미해결 과제가 내담자에게 반응하는 것</td> <td>내담자가 유발하는 감정으로, 내담자가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의 반영</td> </tr> <tr> <td><b>원인</b></td> <td>상담자의 콤플렉스, 가치관, 트라우마</td> <td>내담자의 <b>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b></td> </tr> <tr> <td><b>예시</b></td> <td>"내담자의 말투가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서 화가 난다."</td> <td>"이 내담자와 있으면 누구나 무력감과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td> </tr> <tr> <td><b>대처</b></td> <td>개인 분석 및 교육 분석 필요</td> <td>내담자의 대인관계 패턴을 이해하는 <b>치료적 도구</b>로 활용</td> </tr> </tbody> </table> <figcaption>표 1. 주관적 역전이와 객관적 역전이의 비교 분석</figcaption>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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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상담자가 느끼는 '싫음'이 객관적 역전이에 해당한다면, 이는 내담자가 평소 타인에게 유발하는 감정을 상담자가 상담실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대신 느껴주는 것입니다. 즉, 당신이 느끼는 분노나 지루함은 내담자의 주변 사람들이 그를 떠나게 만드는 핵심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 감정을 포착하는 순간, 상담은 단순한 '대화'를 넘어 내담자의 관계 패턴을 수정하는 '교정적 정서 경험'의 장으로 변모합니다.

부정적 역전이를 임상적 통찰로 바꾸는 3가지 전략

내담자가 싫어지는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면, 상담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으로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이를 건강하게 다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정의 이름표 붙이기 (Labeling & Containment)

    상담 도중 화가 나거나 지루함이 밀려올 때, 이를 외면하지 말고 속으로 인정하세요. "지금 나는 이 내담자의 수동 공격적인 태도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명명하는 것입니다. 비온(Bion)의 '담아내기(Containing)' 이론처럼, 상담자는 내담자가 쏟아내는 참을 수 없는 감정 덩어리를 받아내어, 소화 가능한 형태로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내가 느끼는 이 혐오감이 내담자가 평생 짊어지고 온 고통의 무게일 수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혐오감은 연민이나 분석적 호기심으로 전환됩니다.

  2. 투사적 동일시의 역추적

    내담자가 나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지 분석해보세요. 내담자가 상담자를 '무능한 부모', '비판적인 교사', 혹은 '자신을 버릴 애인'의 위치에 놓고 무의식적으로 조종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상담자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내담자의 시나리오에 말려들어 갔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즉각적인 반응(Action out)을 멈추고, "방금 내담자의 말에 제가 꽉 막힌 느낌을 받았는데, 혹시 평소 다른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답답해하는 경우가 있었나요?"와 같이 '지금-여기(Here and Now)'의 대화로 풀어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3. 동료 슈퍼비전 그룹의 적극적 활용

    많은 상담자가 자신의 부정적 역전이를 수치스럽게 여겨 슈퍼비전에서도 숨기곤 합니다. 하지만 "이 내담자가 싫다"고 고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고 윤리적인 행동입니다. 안전한 동료 그룹에서 이 감정을 털어놓음으로써, 이것이 나의 개인적 문제인지 내담자의 역동인지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figure><table><thead><tr><th>단계</th><th>프로세스 명</th><th>핵심 활동</th></tr></thead><tbody><tr><td>1</td><td>감정 인식 (Awareness)</td><td>자신의 불편한 감정(분노, 지루함 등)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지하기</td></tr><tr><td>2</td><td>출처 분석 (Analysis)</td><td>해당 감정이 나의 문제(주관적)인지 내담자의 투사(객관적)인지 구분하기</td></tr><tr><td>3</td><td>담아내기 (Containing)</td><td>감정을 즉각 행동화(Action out)하지 않고 내면에서 소화하여 의미 해석하기</td></tr><tr><td>4</td><td>상담 개입 (Intervention)</td><td>해석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여기'에서의 교정적 정서 경험 제공하기</td></tr></tbody></table><figcaption>그림 1. 상담자 역전이 관리 프로세스</figcaption></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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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을 확보하는 기술: 기록과 AI의 활용

역전이가 강하게 일어나는 세션은 상담자의 인지적 왜곡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감정에 압도되면 내담자의 핵심 발언을 놓치거나, 상담자의 해석이 편향될 위험이 큽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실(Fact)'과 '감정(Feeling)'의 분리입니다.

1. 감정 섞인 기억의 한계 극복

우리의 뇌는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 기억을 재구성합니다. 상담 후 축어록을 작성하려 하면, 내담자가 실제로 한 말보다 상담자가 느꼈던 모욕감이나 답답함이 기억을 지배하여 기록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음 회기 준비에 치명적인 오판을 낳을 수 있습니다.

2. 제3의 관찰자로서의 AI 축어록

최근 많은 임상가들이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AI는 역전이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인 제3의 관찰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 정확한 언어 포착: 상담자가 감정적으로 방어하느라 놓쳤던 내담자의 미묘한 단어 선택, 반복되는 문장 패턴을 AI는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 맥락의 재발견: 텍스트로 변환된 축어록을 눈으로 다시 읽을 때, 상담 현장에서는 '공격'으로 느껴졌던 말이 사실은 '살려달라는 호소'였음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슈퍼비전 자료의 질적 향상: 기억에 의존한 요약본이 아닌, 정확한 대화 내용이 담긴 AI 축어록을 통해 슈퍼바이저는 역동을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론: 당신은 여전히 좋은 상담자입니다

내담자를 싫어하는 감정이 든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상담자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감정은 상담실 안에 중요한 정보가 떠다니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등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느냐, 아니면 잠시 멈춰 서서 신호의 의미를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역전이 감정이 올라올 때 죄책감을 갖는 대신, "내담자가 나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려 하는가?"를 질문해 보세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정확한 기록과 AI 도구들의 도움을 받아 객관성을 유지하시길 권장합니다. 역전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담자의 가장 깊은 고통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Action Item: 이번 주, 가장 대하기 힘든 내담자와의 세션을 마친 후 감정 일지를 작성해보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해당 세션의 녹음본을 AI 축어록으로 변환하여, 텍스트로 된 대화 내용을 차분히 복기해 보시길 바랍니다.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역동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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