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보웬의 삼각관계 개념을 통해 부부 및 가족 상담 중 상담사가 중립성을 잃게 되는 심리적 기제 분석
- 초심 상담사가 주의해야 할 세 가지 병리적 패턴(심판자, 구원자, 메신저)과 그로 인한 임상적 결과 제시
- 탈삼각화 및 순환적 질문 등 치료적 중심을 잡기 위한 구체적인 개입 전략과 객관적 성찰 방법 제안
개인 상담에서는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상담사들도 부부 상담이나 가족 상담 장면에서는 유독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실의 공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지고, 내담자들은 상담사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비난 공방을 벌입니다. "선생님, 들어보세요. 이게 말이 됩니까?", "당신이 문제라니까 상담사님도 아무 말 안 하시잖아!"와 같은 말들이 쏟아질 때, 초심 상담사의 심박수는 급격히 올라갑니다.
가족 치료의 선구자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이 제시한 '삼각관계(Triangulation)' 개념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두 사람(부부 혹은 부모-자녀) 사이의 불안과 긴장이 높아지면, 그들은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제3자(상담사)를 끌어들여 안정을 찾으려 합니다. 이때 상담사가 전문적인 중립성을 잃고 그 역동에 휘말리는 순간, 치료적 힘은 상실되고 상담사 역시 그 '문제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립니다.
특히 임상 경험이 부족한 신입 상담사나 수련생들은 자신의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나 불안 때문에 이러한 삼각관계의 덫에 쉽게 걸려듭니다. 본 글에서는 상담사가 임상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직면하는 세 가지 삼각관계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며 치료적 동맹을 유지하는 대처법을 심도 있게 다루어보겠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빈번한 3가지 '병리적 삼각관계' 유형 분석
상담사가 삼각관계에 휘말렸음을 인지하는 것은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하지만 내담자들의 호소는 매우 절박하고 강력하기 때문에, 상담사는 자신이 이미 그들의 게임에 말려들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은 초심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세 가지 패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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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1: 심판자(Judge)가 되어주길 바라는 함정
가장 흔한 유형으로, 부부나 가족 구성원이 상담사를 '재판관'의 위치에 올리려는 시도입니다. 이들은 상담사에게 "누가 옳은지 판결해 달라"고 암묵적 혹은 명시적으로 요구합니다. 초심 상담사는 내담자의 혼란을 정리해주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남편분의 행동은 아내분께 상처가 될 수 있겠네요"와 같이 섣불리 한쪽의 편을 드는 개입을 하게 됩니다. 이는 즉시 다른 한쪽의 저항을 불러오며, 상담 관계의 균열을 초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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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2: 구원자(Rescuer)와 박해자 구도
상담사가 가족 중 '약자'로 보이는 특정 구성원(주로 자녀나 우울한 배우자)에게 과도하게 이입할 때 발생합니다. 상담사는 무의식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비난하는 배우자나 부모)'를 교정하려 듭니다. 이는 상담사의 개인적인 미해결 과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결과적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내담자는 상담에서 이탈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고수하게 되어 가족 시스템의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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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3: 메신저(Messenger) 역할의 수행
갈등이 심한 부부는 서로 눈을 마주치거나 직접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상담사를 통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선생님, 저 사람한테 제발 저 좀 그만 괴롭히라고 전해주세요."라며 상담사를 통로로 이용합니다. 상담사가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 내담자들은 직접적인 소통 기술을 연습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상담사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패턴들을 명확히 구분하고 대처하기 위해, 각 유형별 특징과 상담사의 내적 반응을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삼각관계에서 벗어나 치료적 힘을 되찾는 3가지 전략
그렇다면 상담사는 이 강력한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전문적인 개입을 할 수 있을까요? 삼각관계의 압력을 견디며 치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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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삼각화(Detriangulation)와 '나-입장(I-Position)' 고수하기
보웬 이론의 핵심인 탈삼각화는 상담사가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으면서 두 사람과 각각 접촉하는 것입니다. 상담사는 차분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내담자가 상대를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남편분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 아내분의 마음 안에서는 어떤 감정이 일어나나요?"와 같이 질문의 초점을 '상대방의 행동'에서 '화자의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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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적 질문(Circular Questioning)의 활용
밀란(Milan) 학파의 가족치료 기법인 순환적 질문은 인과관계를 단선적으로 보지 않고 관계의 맥락을 파악하게 돕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에게 "남편이 화를 낼 때, 자녀들은 어떻게 반응하나요?"라고 묻거나, 남편에게 "아내가 우울해할 때, 당신은 그것이 장모님과의 관계와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묻는 것입니다. 이는 상담사가 심판자가 되는 것을 막고, 가족들이 서로의 행동이 연결되어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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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편파성(Multidirected Partiality) 유지하기
나지(Nagy)의 맥락적 가족치료에서 강조하는 이 개념은 '중립'을 지키되, 기계적인 중립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입장을 번갈아 가며 지지하고 공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담사는 순차적으로 각 구성원의 고통과 타당성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아내분은 외로움이 크셨군요. 그리고 남편분은 그 불만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무력감이 크셨겠네요."라고 양쪽의 진실을 모두 다루어줌으로써 신뢰를 형성합니다.
결론: 객관적 자기 점검과 기술적 보완을 통한 전문성 확보
부부 및 가족 상담에서의 삼각관계는 피할 수 없는 치료 과정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것은 삼각관계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상담사가 그 안에서 자각(Awareness)하고 빠져나오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초심 상담사일수록 자신의 불안을 다루기 위한 교육 분석과 슈퍼비전이 필수적입니다. 내가 누구의 편을 들고 싶어 하는지, 어떤 감정이 자극되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또한, 복잡한 다자간 대화 속에서 놓치기 쉬운 역동을 파악하기 위해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상담이 끝난 후,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하여 축어록을 작성하다 보면 상담사의 주관적 편향(Bias)이 개입되어 중요한 삼각관계의 단서를 놓칠 수 있습니다.
최근 상담 현장에서는 AI 기반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AI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내담자들의 발화 비율, 끼어들기 횟수, 주요 키워드 등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여줍니다. "내가 아내보다 남편의 말에 더 많이 호응했구나", "이 시점에서 내가 메신저 역할을 했구나"와 같은 사실을 AI가 분석한 스크립트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슈퍼비전만큼이나 강력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정확한 기록과 객관적 데이터는 상담사가 삼각관계의 늪에서 빠져나와 가족 시스템을 조망하는 제3의 눈이 되어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