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교류분석(TA) 이론을 바탕으로 상담을 정체시키는 '네, 하지만' 게임의 무의식적 동기와 심리 구조를 분석합니다.
- 상담사가 구원자 함정에 빠지는 카프만 드라마 삼각형의 역동을 설명하고 감정적 소진을 예방하는 법을 다룹니다.
- 조언 대신 내담자의 성인(Adult) 자아를 자극하여 스스로 대안을 찾게 만드는 4가지 구체적인 임상 전략을 제시합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긴 한데요..." 상담을 늪에 빠뜨리는 '네, 하지만(Yes, But)' 게임 탈출하기
상담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상황입니다. 내담자가 호소하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조언이나 대안을 제시합니다. 내담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듯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말합니다. "네,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그건 제 상황에서는 힘들 것 같아요." 혹은 "좋은 생각이네요. 하지만 전에도 해봤는데 안 됐어요."
이 패턴이 반복되면 상담사는 점차 무력감을 느끼거나, '내가 능력이 부족한가?'라는 자기 의심에 빠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내담자에게 은밀한 화(Countertransference)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죠.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는 당신의 무능함 때문이 아닙니다. 이것은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 TA) 창시자 에릭 번(Eric Berne)이 정의한 전형적인 심리적 '게임(Game)' 상황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상담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네, 하지만(Yes, But)' 게임의 심리적 구조를 분석하고, 상담사가 이 늪에서 빠져나와 치료적 동맹을 회복하는 구체적인 임상 전략을 알아보겠습니다. 🧩
1. 왜 내담자는 도움을 거절할까? : 게임의 이중 구조 분석
교류분석에서 말하는 '게임'은 단순한 장난이 아닙니다. 이는 '이면의 동기(Ulterior motive)'를 가진 일련의 상호작용으로, 명확한 심리적 보상(Payoff)을 목표로 진행됩니다. '네, 하지만' 게임을 주도하는 내담자는 겉으로는 "도와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지만, 무의식 수준에서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있습니다. 상담사가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담자가 던지는 '미끼'를 물게 되고, 결국 상담사는 지치고 내담자는 자신의 비극적 각본을 강화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상담사가 내담자의 표면적 메시지와 이면적 메시지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 표를 통해 두 차원의 차이를 명확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2. 카프만 드라마 삼각형으로 보는 상담의 함정
이 게임이 지속되면 상담 관계는 카프만 드라마 삼각형(Karpman Drama Triangle)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초기에는 내담자가 '희생자(Victim)'의 위치에서, 상담사를 유능한 '구원자(Rescuer)'로 초대합니다. 상담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내담자를 돕고자 하는 선의로 이 초대에 응합니다.
하지만 내담자가 상담사의 모든 제안을 "Yes, But..."으로 거절하는 순간, 역동은 급격히 변화합니다. 상담사는 자신의 노력이 거부당함에 따라 무력감을 느끼며 다시 '희생자'의 위치로 떨어지거나, 내담자를 답답해하며 비난하는 '박해자(Persecutor)'의 위치로 이동하게 됩니다. 반면 내담자는 상담사를 무능하게 만듦으로써 상황을 통제하는 승리자가 됩니다.
이러한 역동을 인지하지 못하면, 상담사는 내담자를 '저항이 심한 사람'으로 라벨링 하거나, 상담사로서의 효능감을 잃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악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한 생존 방식(스트로크를 얻는 방식)을 상담실에서 재연하고 있다는 점을 통찰하는 것입니다.
3. 게임을 중단하고 성인(Adult) 자아를 깨우는 임상 전략
그렇다면 상담사는 이 끈질긴 '네, 하지만' 게임을 어떻게 멈추고, 내담자를 성장의 길로 이끌 수 있을까요? 단순히 게임을 무시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교차 교류(Crossed Transaction)를 통해 게임의 흐름을 끊어야 합니다. 다음은 실무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4가지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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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Rescuer) 역할에서 내려오기: 조언 금지
가장 강력한 첫 번째 단계는 해결책 제시를 멈추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답을 주는 대신 공을 다시 내담자에게 넘겨야 합니다. 이는 상담사가 부모(Parent) 자아 상태에서 내담자의 아동(Child) 자아를 돌보는 구조를 깨고, 성인(Adult) 대 성인(Adult)의 대화를 유도합니다.
- 상담사: "글쎄요, 저도 딱 맞는 정답을 찾기가 어렵네요. OO님은 이 상황에서 어떤 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상담사: "이전에 시도했던 방법 중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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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화(Validation)와 직면의 균형
내담자의 거절을 비난하지 않고, 그 어려움 자체를 깊이 타당화해 주는 것입니다. 이는 내담자가 기대했던 '박해자'나 '실망한 부모'의 반응을 주지 않음으로써 게임의 보상을 차단합니다. 동시에 부드러운 직면을 통해 패턴을 인식시킵니다.
- 상담사: "듣고 보니 정말 진퇴양난의 상황이네요. 제가 어떤 제안을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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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체를 주제로 다루기 (메타 커뮤니케이션)
신뢰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었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화 패턴을 상담의 주제로 올릴 수 있습니다. 단, 내담자가 비난받는다고 느끼지 않도록 '우리'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상담사: "잠깐 멈춰볼까요? 제가 몇 가지 제안을 드렸는데, OO님은 그때마다 그게 왜 안 되는지 설명해주셨어요. 마치 우리가 '안 되는 이유 찾기'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OO님은 어떻게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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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Adult) 자아의 기능 강화 질문하기
감정적인 호소나 의존적인 태도 대신, 내담자가 현실적인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내담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 상담사: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1년이 지나면, OO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 상담사: "변화를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불편함의 크기는 0에서 10점 중 어느 정도인가요?"
마치며: 보이지 않는 패턴을 읽어내는 힘
'네, 하지만' 게임은 상담사를 지치게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내담자의 핵심적인 대인관계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상담사가 이 게임에 말려들지 않고, 성인(Adult) 자아를 유지하며 내담자의 자율성을 자극할 때, 비로소 진정한 치료적 변화가 시작됩니다. 상담사의 역할은 정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담자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거울을 비추는 사람임을 기억해 주세요.
하지만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내담자의 미묘한 언어적 뉘앙스와 상담사 자신의 역전이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상담이 끝난 후 "아, 그때 내가 말려들었구나!"라고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죠.
이럴 때 AI 상담 기록 및 축어록 분석 서비스가 훌륭한 수퍼바이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을 텍스트로 정확히 변환하고 분석해 보면, 내담자가 "하지만", "그렇지만"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그리고 상담사가 그 타이밍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패턴 발견: 내담자의 방어 기제와 반복되는 언어 습관(Game Pattern)을 시각적으로 확인
- 🔍 자기 점검: 상담사가 조언(Rescuing)을 과도하게 시도한 구간 식별
- 💡 통찰 확장: 다음 회기를 위한 성인(Adult) 자아 강화 질문 미리 계획
상담의 질을 높이는 것은 상담사의 직관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회고와 분석에서 시작됩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여러분의 상담실에 숨겨진 '게임'을 발견하고, 더 깊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