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로샤 검사의 두 축인 Exner(CS)와 R-PAS의 핵심 차이점 및 장단점 비교 분석
- 임상 현장의 실질적 상황을 고려한 수련생 맞춤형 3단계 학습 전략 제안
- 정확한 채점과 효율적인 보고서 작성을 위한 최신 기록 기술 활용 방안 제시
로샤(Rorschach)의 두 세계, Exner와 R-PAS: 수련생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
임상 현장에서 심리 평가(Psychological Assessment)를 수행하는 수련생과 전문가들에게 로샤(Rorschach) 검사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골치 아픈 도구입니다. "마음의 MRI"라고 불릴 만큼 내담자의 무의식과 성격 구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지만, 그 복잡한 채점 방식과 해석 과정은 엄청난 학습량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임상 심리학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존 엑너(John Exner)의 종합 체계(Comprehensive System, CS)'와 '로샤 수행 평가 시스템(R-PAS)' 간의 대립과 전환입니다.
혹시 수련 과정에서 이런 고민에 빠진 적 없으신가요? "병원에서는 여전히 Exner를 쓰는데, 대학원 수업에서는 R-PAS가 과학적이라고 가르칩니다. 도대체 저는 무엇을 기준으로 공부해야 하나요?" 이는 단순히 여러분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이는 투사 검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하려는 임상 심리학계 전체의 과도기적 진통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시스템의 핵심적인 차이를 명확히 분석하고, 혼란스러운 수련 과정에서 어떤 로드맵을 그려야 할지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해 드리고자 합니다.
Exner(CS)와 R-PAS,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이 두 시스템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왜'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1970년대, 엑너는 당시 난립하던 5가지 로샤 채점 방식을 통합하여 '종합 체계(CS)'를 만들었고, 이는 수십 년간 로샤의 표준 언어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CS의 규준(Norm)이 현대 인구 집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과도한 반응 수(R)가 병리적 지표를 왜곡할 수 있다는 통계적 약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R-PAS입니다.
R-PAS는 단순히 새로운 버전이 아닙니다. 이는 로샤를 '지각-인지적 과제 해결 검사'로 재정의하며, 경험적 데이터와 국제적 규준을 기반으로 타당도를 극대화하려는 시도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반응 수의 통제(R-Optimized)'입니다. CS에서는 반응이 많을수록 복잡한 점수가 나올 확률이 높았지만, R-PAS는 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하여 보다 객관적인 프로파일을 제공합니다. 아래의 표를 통해 두 시스템의 결정적인 차이를 한눈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임상 수련생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 가이드: 3가지 전략
이론적인 차이는 이해했지만, 당장 수퍼비전을 받아야 하고 보고서를 써야 하는 수련생에게는 "그래서 뭘 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임상 현장은 아직 CS가 지배적인 곳이 많지만, R-PAS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이러한 과도기에서 똑똑하게 살아남기 위한 3가지 전략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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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기관의 '언어'를 우선순위로 두세요.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여러분이 속한 병원이나 센터의 수퍼바이저가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는지가 1순위입니다. 만약 수퍼바이저가 CS에 익숙하다면, R-PAS로 보고서를 작성해 가는 것은 의사소통의 단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R-PAS의 해석적 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CS 점수를 산출하되, 해석 시에는 R-PAS에서 강조하는 '반응 수에 따른 왜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하이브리드'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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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를 '기초'로, R-PAS를 '확장'으로 학습하세요.
R-PAS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CS를 기반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CS의 코드(Coding) 규칙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면, R-PAS로 넘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처음부터 R-PAS만 배우면 기존 문헌이나 선배들의 케이스 스터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CS를 통해 로샤의 구조적 원리를 탄탄히 다지고, R-PAS 매뉴얼을 통해 '어떤 변인이 삭제되고 통합되었는지'를 공부하면 임상적 통찰력이 배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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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시행(Administration) 단계부터 'R-Optimized'를 연습하세요.
채점 프로그램은 바꿀 수 있지만,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R-PAS의 가장 큰 장점인 '반응 수 조절(카드당 2~3개 유도)' 기술은 CS를 채점할 때도 유용합니다. 지나치게 빈약하거나 방대한 반응은 어떤 시스템에서도 해석을 어렵게 만듭니다. 따라서 검사 시행 기술만큼은 R-PAS 방식을 차용하여 적절한 반응 수를 확보하는 훈련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도구는 변해도 '기록'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Exner CS와 R-PAS, 어느 쪽을 선택하든 변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내담자의 반응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평가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로샤 검사에서 내담자가 사용하는 미묘한 단어("피가 흐르는 것 같아요" vs "빨간 물감 같아요"), 멈칫거림, 비언어적 제스처는 채점(Coding)의 결정적인 근거(특수 점수, 결정인)가 됩니다. 수련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도 바로 검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이 모든 것을 받아 적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록에 집중하다 보면 내담자의 표정을 놓치고, 관찰에 집중하다 보면 핵심 키워드를 놓치는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이러한 임상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AI 기반의 상담 및 검사 기록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녹음을 넘어, 내담자의 발화를 정확한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AI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한다면, 검사자는 '기록'이라는 노동에서 해방되어 온전히 내담자의 '반응'과 '수행'을 관찰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로샤와 같이 언어적 뉘앙스가 채점에 직결되는 검사에서,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검토 및 수정을 진행한다면 보고서 작성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채점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로샤 시스템의 변화는 결국 내담자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든, 최신 도구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임상적 통찰을 넓혀가는 현명한 전문가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