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심리적 반발 이론과 자기결정성 이론을 바탕으로 청소년 게임 중독의 근본 원인을 고찰합니다.
- 무조건적인 금지 대신 내담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변화 동기를 끌어내는 동기 강화 상담(MI) 전략을 제시합니다.
- 게임의 기능을 인정하는 공감적 태도와 실질적인 조절력을 키워주는 구체적인 임상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청소년 내담자의 표정을 기억하시나요? 스마트폰 과의존이나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 문제로 의뢰된 청소년들은 대부분 잔뜩 찌푸린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깊숙이 파묻히곤 합니다. 그들의 비언어적 신호는 명확합니다. "내 폰을 뺏으려 한다면, 당신과는 한마디도 섞지 않겠어."
많은 상담사 선생님들이 게임 및 스마트폰 중독 상담에서 딜레마를 겪습니다. 보호자는 "당장 게임을 못 하게 해달라"며 빠른 행동 교정을 요구하지만, 정작 내담자인 청소년에게 무조건적인 금지를 제안하는 순간 라포(Rapport)는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뇌과학적으로 전두엽이 발달 중인 청소년에게 도파민 경로를 강제로 차단하는 것은 극심한 금단 증상과 반발심(Psychological Reactance)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게임을 그만두게 할까?'가 아니라, '이 아이는 왜 게임 속 세상으로 대피해야만 했을까?'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게임 중독 상담에서 내담자의 방어를 낮추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임상적 접근법과 구체적인 상담 전략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1. 왜 '무조건 금지'는 상담을 망치는가?: 심리적 반발과 자기결정성 이론
심리적 반발(Psychological Reactance)의 역설
심리학자 잭 브렘(Jack Brehm)이 제시한 '심리적 반발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자유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그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반대되는 행동을 더 강력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담사가 초기 회기부터 "게임 시간을 줄여보자"라며 통제적인 개입을 시도할 경우, 청소년은 이를 '치료'가 아닌 '자유 침해'로 인식합니다. 이는 결국 저항(Resistance)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상담의 조기 종결로 이어지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게임이 채워주는 결핍: 자기결정성 이론(SDT)의 관점
Ryan과 Deci의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인간의 기본 심리 욕구로 자율성(Autonomy), 유능성(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을 제시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학업 스트레스, 부모와의 갈등, 또래 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 욕구들이 좌절된 청소년들에게 게임은 가장 손쉽게 이 세 가지를 충족시켜 주는 대안적 공간입니다.
게임 속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 통제권을 가지며(자율성), 레벨업을 통해 즉각적인 성취를 맛보고(유능성), 길드원들과 협력하며 소속감(관계성)을 느낍니다. 따라서 대안 없이 게임을 금지하는 것은 내담자의 유일한 생존 기제를 박탈하는 것과 같습니다.
2. 저항을 다루고 동기를 강화하는 상담 전략
효과적인 스마트폰 및 게임 과의존 상담을 위해서는 '지시적 교육'이 아닌 '동기 강화 상담(Motivational Interviewing, MI)'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상담사는 내담자의 저항과 함께 춤을 추듯(Rolling with resistance)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전략 1: 게임의 '기능'을 인정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무슨 게임을 하니?", "그 게임에서 너의 역할은 뭐니?"와 같이 게임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보여주세요. 내담자는 상담사가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비로소 마음을 엽니다. 이를 통해 게임이 내담자에게 제공하는 심리적 보상(예: 스트레스 해소, 현실 도피, 사회적 연결)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전략 2: 양가감정(Ambivalence)의 표면화
내담자 내부에도 게임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공존합니다. 상담사는 변화 진술(Change Talk)을 포착해야 합니다.
"게임이 재밌긴 한데, 밤새우고 학교 가면 머리가 멍하긴 해요."라는 말이 나올 때, 이를 놓치지 않고 반영해 주어야 합니다.
👉 "게임이 주는 즐거움도 크지만, 다음 날 컨디션이 망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있구나."전략 3: '금지'가 아닌 '건강한 조절'로 목표 재설정 (Harm Reduction)
단번에 끊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기능을 회복하는 수준에서의 '디지털 다이어트'를 제안하세요. 무조건적인 시간 제한보다는 '수면 시간 확보', '식사 시간 폰 내려놓기' 등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내담자가 직접 정하게(Self-determined)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상담 기록과 분석: 디테일이 치료적 성과를 만든다
청소년 상담, 특히 중독 상담은 내담자의 미묘한 언어적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담자가 내뱉는 수많은 저항의 말들 속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변화의 단서'를 잡아내는 것이 상담사의 역량입니다. 하지만 상담 도중 펜을 들고 기록하는 행위는 예민한 청소년 내담자에게 "내 말을 평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라포를 해칠 수 있습니다.
임상적 통찰을 위한 스마트한 기록 관리
상담 후 축어록을 정리하다 보면, 현장에서는 놓쳤던 내담자의 핵심적인 방어 기제나 반복되는 인지적 오류가 발견되곤 합니다.
- 패턴 분석: "엄마가 잔소리만 안 하면 안 해요"와 같은 투사(Projection)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 파악합니다.
- 변화 진술 추적: 상담 회기가 거듭될수록 '유지 진술(Sustain Talk)'이 줄어들고 '변화 진술(Change Talk)'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합니다.
결론: 통제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변화
게임 중독 상담의 목표는 게임을 0시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게임 없이도 현실 세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돕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금지는 상담 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뿐입니다. 내담자의 욕구를 이해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며, 그들 스스로 조절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돕는 '동반자'가 되어주세요.
이 과정에서 상담사는 내담자의 눈을 바라보며 온전히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상담 내용을 기억하고 분석하는 부담은 AI 기술에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신 AI 상담 기록 서비스를 활용하면, 상담 중 필기에 대한 부담 없이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에만 몰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내담자의 은어, 비언어적 뉘앙스, 그리고 변화의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기술은 상담사의 임상적 통찰력을 한층 더 강화해 줄 것입니다.
지금 바로, 펜을 내려놓고 내담자의 눈을 바라보세요. 그 연결된 시선 속에서 치유는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