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게슈탈트 치료의 핵심인 '여기-지금'의 개념과 임상적 중요성 분석
- 신체 감각 자각 및 빈 의자 기법 등 실전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3가지 상담 전략
- 상담사의 온전한 현존을 돕기 위한 현대적 도구 활용과 상담 역량 강화 방안
과거의 늪에 빠진 내담자를 '지금'으로 데려오는 힘: 게슈탈트 치료의 '여기-지금(Here and Now)'
상담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과거의 상처나 미래의 불안 속에 갇혀 있는 내담자들을 만납니다. "그때 부모님이 저를 쳐다보지만 않았어도...", "나중에 실패하면 어떡하죠?"와 같은 내담자의 언어는 상담실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곤 합니다. 물론 내담자의 생애사를 탐색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상담이 과거의 '고고학적 발굴'에만 그쳐서는 내담자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상담사로서 우리는 종종 이런 딜레마에 빠집니다. "어떻게 하면 내담자의 과거 경험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로 그들을 초대할 수 있을까요?"
게슈탈트 치료(Gestalt Therapy)의 창시자 프리츠 펄스(Fritz Perls)는 "과거는 기억이고, 미래는 예견일 뿐, 실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지금(Here and Now)'은 단순한 시간적 개념이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감각, 감정, 욕구와 생생하게 접촉하게 만드는 강력한 치료적 도구입니다. 최신 신경과학 연구들 또한 트라우마 치료에 있어 언어적 서술보다 신체 감각과 현재의 정서적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뇌의 재구조화에 효과적임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내담자를 현재의 생동감 넘치는 경험으로 안내하는 구체적인 임상 전략과 그 중요성을 깊이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때-거기'와 '여기-지금'의 질적 차이 분석
많은 상담 초심자들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내담자가 과거 이야기를 할 때, 상담사 역시 그 과거의 사건 내용(Content)에만 매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치유는 과거 사건의 재구성이 아니라, 그 사건이 현재 내담자의 신체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차림(Awareness)'할 때 일어납니다.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이를 '접촉(Contact)'이라고 부릅니다.
임상적으로 '회피'는 종종 과거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나타납니다. 내담자가 현재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지적인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것이죠. 이때 상담사의 역할은 내담자를 안전하게 '지금'의 경험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이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전통적인 분석적 접근과 게슈탈트의 현상학적 접근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전통적 접근 vs 게슈탈트 접근의 임상적 차이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지금'의 핵심은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을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생생하게 재경험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법의 차이가 아니라 상담의 철학적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상담실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여기-지금' 적용 전략
그렇다면 실제 상담 장면에서 어떻게 내담자를 '여기-지금'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내담자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유도하는 3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합니다. 이 방법들은 상담사의 임상적 직관을 날카롭게 다듬어줄 것입니다.
1. '왜(Why)' 대신 '무엇(What)'과 '어떻게(How)' 질문하기
- 질문의 전환: "왜 그렇게 화가 나셨나요?"라는 질문은 내담자로 하여금 과거의 원인을 찾아 설명하게 만듭니다. 반면, "지금 화가 날 때 가슴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나요?", "당신은 지금 어떻게 주먹을 꽉 쥐고 있나요?"라는 질문은 내담자의 주의를 즉시 현재의 신체 감각과 행동으로 돌립니다.
- 현상학적 탐색: 내담자가 상황을 설명하려 할 때, 정중하게 멈추고 현재의 경험을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시만요, 방금 그 말씀을 하실 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어떤 감정이 올라오고 있나요?"와 같은 개입이 필요합니다.
2. 신체 감각을 통한 우회적 접근 (Somatic Awareness)
언어는 속일 수 있어도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담자가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다리를 떨거나 시선을 피한다면, 그 신체 신호가 바로 '여기-지금'의 진실입니다.
- 미러링(Mirroring): 상담사가 내담자의 비언어적 행동을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지금 말씀을 하시면서 계속 웃고 계시는데, 눈가는 조금 슬퍼 보입니다. 이 두 가지가 내 안에서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 감각의 증폭: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셨는데, 그 답답함에 목소리가 있다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싶을까요?"와 같이 신체 감각을 의인화하여 현재의 욕구를 탐색하게 합니다.
3. 과거의 인물을 '빈 의자'에 초대하기
과거의 미해결 과제(Unfinished Business)가 현재를 방해할 때, 게슈탈트의 '빈 의자 기법'은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 현재형으로 대화하기: 내담자가 과거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빈 의자를 가리키며 "아버지가 지금 여기 이 의자에 앉아 계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분에게 직접(Directly) 말씀해 보세요"라고 제안합니다.
- 직면과 해소: "그때 왜 그랬어요?"가 아니라 "당신이 나를 쳐다볼 때 나는 지금 너무 무서워요"라고 현재 시제로 감정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과거의 망령을 현재의 상호작용으로 끌어내어 해소합니다.
온전한 접촉을 위한 제언: 기술을 통한 임상 역량 강화
상담사가 내담자를 '여기-지금'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상담사 자신도 온전히 그 순간에 머물러야 합니다. 상담사가 다음 질문을 고민하거나, 상담 기록을 작성하느라 내담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Micro-expression)를 놓친다면, 진정한 의미의 접촉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지금-여기'에서의 만남은 상담사의 전적인 현존(Presence)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사의 '현존'을 돕는 현대적 도구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상담 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는 단순한 행정 업무의 효율화를 넘어 임상적 가치를 지닙니다.
- 몰입의 극대화: 상담 중 필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으면, 상담사는 내담자의 호흡, 톤, 눈빛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에 100%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게슈탈트 치료에서 강조하는 '나와 너(I-Thou)'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 정확한 현상학적 데이터 포착: AI는 내담자가 사용한 구체적인 단어, 반복되는 문장, 침묵의 길이 등을 정확하게 기록합니다. 상담 후 이를 검토하면 "내담자가 이 순간에 '지금'이라는 단어를 5번 사용했구나"와 같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내담자의 현존 수준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자기 성찰(Self-Reflection)의 도구: 축어록을 통해 상담사 자신의 개입이 내담자를 과거로 돌려보냈는지, 아니면 현재로 이끌었는지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수퍼비전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결국 게슈탈트 치료의 '여기-지금'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치유의 핵심 원리입니다. 내담자가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이 아닌, 현재의 생동감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여정입니다. 이번 주 상담 세션에서는 펜을 잠시 내려놓고, AI 기록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내담자의 눈을 더 깊이 바라보며 이렇게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