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리더와 차별화된 코리더의 고유한 역할인 사각지대 관찰과 비언어적 단서 포착의 중요성 강조
- 집단 역동을 살리는 3가지 실전 전략(제3의 눈, 모델링, 정서적 완충)을 통한 구체적 개입 방법 제시
- 상담 기록 부담을 줄이고 현존감을 높이기 위한 기술 활용 및 디브리핑을 통한 성장 제언
"오늘 회기에서 저는 병풍 같았어요. 제가 꼭 거기에 있어야 했을까요?"
수련 과정에 있는 많은 초심 상담사나 코리더(Co-leader)를 맡은 선생님들이 슈퍼비전 시간에 자주 토로하는 고민입니다. 집단상담에서 주 리더(Main Leader)는 전체적인 구조를 잡고 역동을 이끌어가는 선장 역할을 하지만, 코리더의 역할은 종종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리더의 그림자에 가려진 듯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의욕이 앞서 리더의 개입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기도 하죠.
하지만 얄롬(Yalom)을 비롯한 집단상담의 대가들은 "숙련된 코리더는 집단의 치료적 요인을 두 배로 증폭시킨다"고 강조합니다. 코리더는 단순히 보조자가 아닙니다. 리더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밝히고, 집단의 안전기지(Secure Base)가 되어주며, 때로는 리더와 다른 시각을 제공하여 내담자들에게 풍부한 대인관계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치료적 자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리더의 권위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임상적 전문성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코리더가 집단상담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
집단상담의 숨은 조력자, 코리더와 리더의 역할 균형 분석
코리더가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더와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합니다. 많은 코리더가 실패하는 지점은 리더와 '똑같은' 역할을 수행하려 하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극단적인 태도를 취할 때 발생합니다. 효과적인 코리더십(Co-leadership)은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성에 기반합니다.
임상적으로 건강한 코리더십 모델에서 두 치료자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구분되면서도 연결되어야 합니다. 아래의 표를 통해 내가 현재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이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코리더는 리더가 '전경(Figure)'에 집중할 때 '배경(Ground)'을 살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리더가 숲을 볼 때, 코리더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죠. 이러한 역할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첫걸음입니다.
리더를 빛내고 나를 증명하는 3가지 실전 전략
역할을 이해했다면, 이제 실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단순히 관찰만 해서는 치료적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적재적소에 개입하여 집단의 역동을 살리는 3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합니다.
1. '제3의 눈' 활용하기: 비언어적 단서의 큐레이터가 되라
메인 리더가 현재 말을 하고 있는 내담자 A와 상호작용할 때, 코리더의 시선은 A가 아닌 침묵하고 있는 다른 구성원들을 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코리더만이 가질 수 있는 '제3의 눈'입니다.
- 관찰 포인트: A의 이야기에 눈물을 훔치는 B, 불편한 듯 팔짱을 끼는 C, 지루해하며 바닥을 보는 D를 포착하세요.
- 개입 예시: A의 발언이 끝난 후, 혹은 적절한 타이밍에 이렇게 말해보세요.
"방금 영수(A)님이 어머니 이야기를 하실 때, 민지(B)님 표정이 많이 슬퍼 보이셨어요. 혹시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효과: 이는 소외된 구성원을 집단으로 초대(Inviting)하고, '여기-지금(Here and Now)'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강력한 개입이 됩니다. 리더가 놓친 부분을 챙김으로써 집단의 응집력을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2. '모델링(Modeling)'의 주체가 되라: 건강한 피드백의 표본 보여주기
집단 초기, 구성원들은 어떻게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할지 몰라 두려워합니다. 이때 코리더는 가장 훌륭한 시범 조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리더와 코리더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한 의사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전략: 리더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기보다, 건강하게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 개입 예시: "리더 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저는 철수님의 그 행동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오히려 용기 있는 시도로 보였거든요."
- 효과: 권위자(리더)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집단원들이 리더에게 느낄 수 있는 권위적 전이를 해소하고 더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3. '이중 초점(Dual Focus)' 유지와 완충 작용
집단상담 중에는 리더가 내담자를 강하게 직면(Confrontation)하거나, 집단원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이때 코리더는 정서적 완충지대(Buffer) 역할을 해야 합니다.
- 전략: 리더가 '내용(Content)'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코리더는 '감정(Emotion)'과 '수용'에 초점을 맞추세요.
- 개입 예시: 리더의 직면 후 내담자가 위축되었을 때, "지금 리더님의 피드백을 듣고 마음이 좀 복잡하실 것 같아요.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라고 물으며 감정을 다룰 공간을 마련해 줍니다.
- 효과: 이는 내담자가 방어기제 뒤로 숨지 않고, 직면을 소화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리더와 코리더가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의 기능을 나누어 수행함으로써 교정적 정서 체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성장하는 코리더를 위한 제언: 기록과 디브리핑의 힘
훌륭한 코리더가 되기 위한 여정은 상담 회기가 끝난 후에도 계속됩니다. 사실상 코리더의 실력이 가장 많이 느는 시간은 회기 종료 후 리더와 함께하는 디브리핑(Debriefing)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음 회기의 질이 달라집니다.
많은 코리더들이 상담 도중 내담자의 발언을 받아적느라 정작 중요한 비언어적 단서나 역동을 놓치곤 합니다. "기록하느라 내담자의 눈을 못 봤어요"라는 실수는 이제 기술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내가 관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기계적인 기록 업무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최근 임상 현장에서는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해주는 AI 축어록 서비스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타자를 치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을 넘어, 코리더에게 다음과 같은 임상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 온전한 현존(Presence): 기록에 대한 부담 없이 내담자의 표정과 집단 전체의 공기를 읽는 데 100% 집중할 수 있습니다.
-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디브리핑: "아까 그분이 뭐라고 했더라?"라는 기억의 오류 없이, AI가 정확히 기록한 텍스트를 보며 리더와 정밀한 사례 개념화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 놓친 단서의 재발견: 현장에서는 듣지 못했던 내담자의 작은 혼잣말이나 뉘앙스를 축어록 복기를 통해 발견하고, 다음 회기 개입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코리더의 존재감은 '얼마나 말을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보고, 민감하게 반응했느냐'에서 나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3가지 전략—비언어적 단서 포착, 모델링, 정서적 완충—을 다음 집단상담 회기에서 하나씩 시도해 보세요. 그리고 회기 후에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리더와 깊이 있는 토의를 나누어 보시길 권합니다. 당신은 리더의 그림자가 아니라, 집단을 치유로 이끄는 또 하나의 빛입니다.
Action Item for You:
이번 주 집단상담에서는 노트 필기를 잠시 멈추고(또는 녹음/AI 도구에 맡기고), 가장 말이 없는 집단원 한 명을 정해 그분의 비언어적 반응만 10분간 관찰해 보세요. 그리고 적절한 때에 그 관찰을 나눈다면, 집단의 공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직접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