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조증과 경조증의 임상적 구분을 통한 상담 지속 및 개입 방향 결정
- 통찰 지향적 접근에서 벗어난 현실 검증 중심의 지시적 상담 전략
- 의료진과의 공조 및 치료 구조화를 통한 내담자의 임상적 안전 확보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담자의 에너지가 평소와 확연히 다릅니다. 우울감으로 힘겨워하던 지난주와 달리, 오늘은 화려한 옷차림에 목소리는 한 톤 높아져 있고, 눈빛은 지나치게 반짝입니다. "선생님, 저 이제 다 나은 것 같아요! 사업 아이템이 떠올라서 밤새 기획서를 썼는데, 이건 정말 대박이에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말(Pressured Speech)과 과도한 자신감. 상담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직면하게 되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내담자의 '조증 삽화(Manic Episode)'** 순간입니다.
이때 상담사는 깊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 에너지를 긍정적인 변화로 봐야 할까, 아니면 병리적인 증상으로 보고 제동을 걸어야 할까?'** 혹은 **'지금 상담을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내담자의 비현실적인 사고를 강화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윤리적이고 임상적인 고민입니다. 실제로 조증 상태에서의 상담은 자칫하면 치료적 동맹을 깨뜨리거나, 내담자의 충동성을 제어하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재정 파탄, 성적 일탈, 공격성 표출 등)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양극성 장애 내담자가 조증 삽화를 보일 때 상담사가 취해야 할 임상적 판단 기준과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심도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상담 지속 여부의 핵심: 조증(Mania)과 경조증(Hypomania)의 임상적 구분과 위험성 평가
상담을 지속할지, 아니면 잠시 중단하고 의학적 개입을 최우선으로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상태가 '경조증'인지 '심한 조증'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경조증 상태에서는 내담자가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기능할 수 있어, 상담 장면에서 통찰 지향적 접근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성 조증(Acute Mania)** 상태에서는 현실 검증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통찰이 부재하므로, 전통적인 '대화 치료'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증 시기에는 **전이(Transference)**가 강렬하게 일어납니다. 내담자는 상담사를 자신의 위대함을 알아봐 주는 유일한 사람으로 이상화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적으로 간주하여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동 속에서 상담사가 준비 없이 내담자의 말에 공감만 할 경우, 내담자의 망상적 사고를 강화하는 부작용(Collusion)을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비교표를 통해 현재 내담자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실무적 해결책: 조증 시기, 상담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담자가 급성 조증 상태라 판단되더라도, 즉시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모드(Mode)'를 변경해야 합니다. 통찰과 정서적 탐색을 멈추고, **'관리와 지지, 그리고 구조화'**로 상담의 방향을 급선회해야 합니다. 다음은 임상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입니다.
통찰 지향적 접근 중단 및 지시적 개입 전환
조증 시기에는 내면의 무의식을 탐색하거나 정서적 깊이를 건드리는 상담은 피해야 합니다. 이는 내담자의 흥분 상태를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대신 "지금 이 계획이 현실적으로 3일 안에 가능한가요?", "지난번 약은 언제 드셨나요?"와 같이 구체적이고 현실 검증적인 질문을 던지는 '지시적(Directive)'이고 '교육적(Psycho-educational)'인 접근을 취해야 합니다.
치료 세팅의 구조화 (Limit Setting)
내담자의 산만함과 충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상담 구조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 50분 상담이었다면 20~30분으로 시간을 단축하여 자극을 줄이거나, 내담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과도한 행동을 할 때 즉시 제지하는 단호함이 필요합니다. 이는 상담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에게 외부 통제력을 제공하여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와의 긴밀한 공조 (Medication First)
조증 삽화에서 심리상담만으로는 증상을 호전시키기 어렵습니다. 약물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상담사는 내담자가 약물을 자의적으로 중단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보호자 동의 하에 주치의에게 내담자의 현재 상태(수면 시간 감소, 다변 등)를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이때, "상담 선생님도 내가 약을 안 먹어도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는 식으로 내담자가 왜곡하여 전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기록의 중요성과 AI 기술을 활용한 안전망 구축
양극성 장애 내담자의 조증 시기는 상담사에게도 큰 스트레스와 도전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견뎌내고 안전하게 관리한다면, 내담자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강력한 치료적 동맹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증 시기에 상담을 '지속'하되, 그 형태는 '심리 치료'가 아닌 '위기 관리 및 사례 관리(Case Management)'여야 합니다.** 무리한 해석보다는 내담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윤리적 태도가 요구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 기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집니다. 조증 내담자의 **언어 압박(Pressured Speech)**과 **사고의 비약(Flight of Ideas)**은 상담사가 수기로 받아적기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방대합니다. 이때 상담사가 기록에 집중하다 보면 내담자의 미세한 비언어적 징후(눈동자의 움직임, 공격적 제스처 등)를 놓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최신 **AI 기반 축어록 및 상담 노트 서비스**의 활용을 적극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 정확한 증상 포착: AI는 쏟아지는 내담자의 발화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하여, 추후 내담자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라고 부인할 때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패턴 분석: 조증이 시작될 때 나타나는 특정 단어의 반복이나 문장 구조의 파괴 등을 AI가 분석하여, 재발 경고 신호(Relapse Warning Sign)를 탐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임상적 집중: 기록에 대한 부담을 AI에 맡김으로써, 상담사는 내담자와의 'Here and Now' 상호작용과 안전 관리에 100%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Action Plan:
지금 당장 내담자 리스트를 점검해 보세요.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최근 수면 패턴이 깨진 내담자가 있다면, 위기 개입 매뉴얼을 책상 위에 준비하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쏟아지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AI 기록 도구 도입을 검토하여 임상적 안전망을 한 층 더 강화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