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대상관계 이론을 통한 모녀 갈등의 심리적 원인과 분리-개별화 과업 분석
- 내담자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건강한 독립을 돕는 3단계 상담 개입 전략
-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담사의 전이 활용법과 AI 기술 도입의 필요성
상담 현장에서 우리는 모녀 관계의 갈등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을 수없이 만납니다. "엄마 때문에 미치겠어요",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요"라며 격렬한 분노를 토해내면서도, 상담이 끝나면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보고하는 내담자들. 이러한 이중적인 역동(Ambivalence)은 상담사들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단순한 성격 차이나 세대 갈등으로 치부하기엔, 모녀 관계는 훨씬 더 깊고 원초적인 심리적 탯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대상관계 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의 관점에서 볼 때, 해결되지 않은 성인 자녀의 모녀 갈등은 '심리적 탄생'을 위한 진통이자, 유아기 분리-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 단계의 재현일 수 있습니다. 상담사는 이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담자가 죄책감 없이 독립된 자아(Self)를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 기지'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거릿 말러(Margaret Mahler)의 이론을 바탕으로 모녀 갈등의 본질을 분석하고, 임상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담 개입 전략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1. 왜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할까? : 임상적 진단과 분석
많은 내담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거나(유착), 어머니의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합니다. 이는 대상관계 이론에서 말하는 '분리-개별화' 과업의 미완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생후 24개월 전후에 완료되어야 할 심리적 독립이 성인기까지 지연된 상태, 즉 '성인 아이'의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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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접근기 위기(Rapprochement Crisis)의 고착
말러에 따르면 유아는 세상을 탐험하다가도 불안해지면 다시 양육자에게 돌아와 정서적 재충전을 하려 합니다. 이때 어머니가 자녀의 독립 시도를 '배신'으로 여기거나, 반대로 자녀의 의존 욕구를 '귀찮음'으로 거부했다면, 자녀는 '삼켜짐에 대한 공포(Engulfment)'와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Abandonment)'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게 됩니다. 성인 내담자가 엄마를 밀어내면서도(독립 욕구) 동시에 엄마에게 매달리는(의존 욕구) 패턴은 바로 이 시기의 위기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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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적 동일시와 감정의 대물림
어머니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결핍이나 불안이 딸에게 투사(Projection)되는 경우입니다. 엄마는 딸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나의 확장(Self-object)'으로 인식합니다. 딸은 엄마가 던진 부정적인 감정(예: "너 없으면 난 못 살아",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을 내면화하여(Introjection), 엄마의 불행을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게 됩니다. 이는 만성적인 죄책감과 낮은 자존감의 핵심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모녀 관계의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치료 계획 수립에 필수적입니다. 아래 표를 통해 내담자의 상태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2. 분리-개별화를 촉진하는 상담 개입 전략 3가지
유착된 모녀 관계를 다루는 상담은 '외과 수술'과도 같습니다. 너무 급격한 분리는 내담자에게 유기 불안을 일으켜 상담 드롭(Drop-out)으로 이어질 수 있고, 너무 느슨한 접근은 공모(Collusion)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사는 '버텨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을 제공하며 점진적인 분리를 유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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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나쁜 엄마'를 미워할 권리 허용하기 (탈동일시)
내담자는 엄마를 미워하는 감정 자체에 대해 극심한 죄책감을 느낍니다. 상담사는 내담자가 느끼는 분노가 타당함을 타당화(Validation) 해주어야 합니다. 엄마를 '절대적인 선'이나 '보호해야 할 약자'가 아닌, 결점이 있는 한 인간으로 객관화(Objectification) 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님의 마음속에서 '숨이 막힌다'고 느낀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와 같은 개입을 통해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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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죄책감 재해석 및 경계선 설정 연습
내담자가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거나 거절 의사를 밝혔을 때 느끼는 죄책감은 '나쁜 딸이 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건강하게 독립하고 있다는 성장통'임을 인지시켜야 합니다. 구체적인 행동 전략(Behavioral Activation)을 제안하세요.
- 하루에 전화 횟수 정하기 (예: 5번 → 1번)
-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 거부하기 ("엄마, 그 얘기는 내가 듣기 힘들어."라고 말하는 연습)
- 물리적/심리적 공간 확보하기 (자신만의 시간 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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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상담사와의 전이(Transference) 활용
모녀 관계의 패턴은 상담실 내에서도 반복됩니다. 내담자는 상담사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상담사의 반응에 예민하게 눈치를 볼 수 있습니다. 상담사는 이러한 전이(Transference)와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지금 저에게 느끼는 감정이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라고 질문함으로써, 내담자가 관계 패턴을 통찰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상담사가 엄마와 달리 내담자의 독립성을 지지하고 비판 없이 수용한다는 '교정적 정서 경험'이 핵심입니다.
3. 상담의 기록과 성찰: 복잡한 역동을 놓치지 않으려면
모녀 갈등 상담은 내담자의 진술이 매우 장황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어제는 이랬는데 오늘은 저랬어요"와 같은 반복적인 하소연 속에 숨겨진 핵심 정서(Core Affect)와 방어 기제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사는 내담자의 쏟아지는 말 속에서 '사실(Fact)'과 '내담자의 해석(Interpretation)'을 구분해야 하며, 미묘한 비언어적 단서까지 기록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내용을 수기로 받아 적느라 내담자와의 눈 맞춤(Eye contact)을 놓치거나, 중요한 역동의 순간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기 쉽습니다. 특히 대상관계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상담사에게 투사하는 감정을 실시간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많은 임상 전문가들이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대화를 텍스트로 바꾸는 것을 넘어, AI는 상담 세션에서 반복되는 키워드(예: "죄책감", "답답함")를 추출하고, 내담자의 발화 비율과 침묵 시간을 분석하여 상담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상담사는 기록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온전히 내담자의 고통스러운 내면세계에 '함께 머무르는(Being with)' 것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의 미묘한 뉘앙스와 숨소리까지 담아낸 정확한 축어록은 수퍼비전을 받을 때에도 객관적인 자료로서 상담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입니다.
모녀 관계의 회복과 분리는 긴 여정입니다. 내담자가 엄마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걸어 나와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설 수 있도록, 상담사 여러분이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시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