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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에서 한쪽 편만 들게 될 때(편파성): 중립을 지키며 싸움을 중재하는 기술

부부 상담의 편파성 문제를 다루고, 모든 내담자의 편이 되는 '다자간 편파성'으로 균형 잡힌 치료를 이끄는 핵심 전략을 소개합니다.

Novembe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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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부부 상담 시 상담사가 무의식적으로 한쪽 편을 들거나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편파성'은 치료적 동맹을 해치고 상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나 상담사의 미해결된 과제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계적 중립성' 대신 모든 구성원의 입장에 번갈아 가며 깊이 공감하는 '다자간 편파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균형 잡힌 치료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상담 태도입니다.

  • 다자간 편파성을 실현하기 위해 순환적 질문, 투명한 편들기 예고, 내면의 감정 통역과 같은 실천 전략을 활용할 수 있으며, AI 기반 상담 축어록 서비스를 통해 화자별 발화 점유율 및 감정 키워드를 분석하여 상담의 객관적인 균형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부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상담사로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내담자 중 한 명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배우자를 향해 이렇게 말할 때입니다. "거봐, 선생님도 내 말이 맞다잖아!" 이 순간, 우리는 상담의 치료적 동맹이 깨질 위기에 처했음을 직감합니다. 부부 상담은 개인 상담보다 훨씬 복잡한 역동을 가집니다.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상담사는 심판관이 되기를 강요받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피해자'로 보이는 쪽에게 마음이 기울기도 합니다.

상담 실무자에게 중립성(Neutrality)은 생명과도 같지만, 격한 감정이 오가는 부부 상담 현장에서는 이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한쪽 배우자가 가정 폭력, 외도, 혹은 심각한 정서적 학대의 피해자로 보일 때, 상담사의 '구원 환상(Rescue Fantasy)'이 자극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담사가 한쪽 편을 드는 순간, 다른 배우자는 소외감을 느끼고 저항하거나 상담을 중단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담자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는 균형 잡힌 시각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부부 상담의 가장 큰 난제인 '편파성(Bias)'을 다루고, 이를 임상적으로 활용하는 다자간 편파성(Multi-directed Partiality)의 기술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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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특정 내담자에게 더 마음이 기울까? : 편파성의 심리적 메커니즘

상담사도 인간이기에 모든 내담자에게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기계적 중립은 내담자들에게 "선생님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라는 냉담함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편파성은 상담사의 미해결된 과제나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에 휘말릴 때 발생합니다.

  1. 투사적 동일시의 함정: 부부 갈등이 심할 때, 한 배우자는 자신의 수치심이나 공격성을 배우자에게 투사하여 상대를 '가해자'로 만들고 자신을 '무력한 피해자'로 위치시킵니다. 상담사가 이 무의식적 유도에 넘어가면, 피해자 역할을 하는 내담자를 보호하려는 강력한 역전이가 발생합니다.
  2. 개인적 가치관과 역전이: 상담사 자신의 원가족 이슈나 결혼관이 특정 배우자의 행동을 판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상담사는 권위적인 남편 내담자에게 더 큰 반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3. 치료적 동맹의 불균형 (Split Alliance): 연구에 따르면, 부부 상담 초기 탈락의 가장 큰 원인은 '내가 상담사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다'는 느낌, 혹은 '상담사가 배우자 편이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단순히 상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상담사가 시스템의 순환적 인과관계(Circular Causality)를 놓치고 선형적 인과론에 빠졌을 때 발생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편을 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편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를 가족 치료의 대가 보조르메니 나지(Boszormenyi-Nagy)는 다자간 편파성(Multi-directed Partiality)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한 사람의 입장에 깊이 공감한 후, 다시 다른 사람의 입장으로 건너가 똑같이 깊이 공감해 주는 능동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figure><figcaption><strong>[표 1] 상담 태도에 따른 치료적 개입 비교</strong></figcaption><table border="1" cellspacing="0" cellpadding="10"><thead><tr><th>구분</th><th>기계적 중립성 (지양해야 할 태도)</th><th>다자간 편파성 (지향해야 할 태도)</th></tr></thead><tbody><tr><td><strong>기본 전제</strong></td><td>"나는 누구의 편도 들어서는 안 된다."</td><td>"나는 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편이다."</td></tr><tr><td><strong>개입 방식</strong></td><td>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며 객관적 사실 확인에 주력함.</td><td>한 배우자의 고통에 충분히 공감(Join)한 뒤, 다른 배우자의 고통으로 이동하여 공감함.</td></tr><tr><td><strong>내담자의 반응</strong></td><td>냉정하다고 느끼거나, 자신을 방어하지 않는 상담사에게 실망함.</td><td>"내 입장을 알아줬다"는 안도감과 함께, 배우자의 입장도 들을 여유가 생김.</td></tr><tr><td><strong>갈등 상황</strong></td><td>싸움을 말리는 중재자 역할에 그침.</td><td>갈등 이면의 욕구를 연결해 주는 통역사 역할을 수행.</td></tr></tbody></table></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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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적 비교: 기계적 중립 vs 다자간 편파성

많은 초심 상담사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중립성을 '침묵'이나 '심판관적 태도'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부부 상담에서의 중립은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상태여야 합니다. 아래 표를 통해 두 개념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상담 스타일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인 실천 전략: 중립을 지키며 싸움을 중재하는 3가지 기술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더라도, 막상 상담실에서 고성이 오가면 상담사는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법들을 제안합니다.

  1. 순환적 질문(Circular Questioning) 활용하기:
    "남편분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선형적 질문 대신, 관계의 패턴을 묻는 질문을 던지십시오.
    예: "아내분이 그렇게 화를 내실 때, 남편분은 어떤 감정이 드시나요? 그리고 그 감정이 들 때 남편분은 어떻게 반응하게 되나요?"
    이는 문제를 개인의 탓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상호작용의 고리로 보게 만듭니다.
  2. 투명한 편들기 예고 (Transparency):
    한쪽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해야 할 때, 상담사는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밝혀 오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예: "지금은 아내분의 입장이 너무 고통스러워 보여서 제가 잠시 아내분의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가 끝나면, 남편분의 입장에서 아까 그 상황이 얼마나 답답했는지도 꼭 들어보겠습니다."
    이러한 예고는 소외될 수 있는 배우자에게 '내 차례도 올 것'이라는 안심을 줍니다.
  3. 내면의 감정(Soft Emotion) 통역하기:
    비난과 공격(Hard Emotion)이 오갈 때, 그 아래 숨겨진 두려움과 외로움을 상담사가 대신 언어화해 주는 것입니다.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양쪽 모두의 핵심 정서를 건드려 줄 수 있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예: "남편분이 소리를 지르셨지만, 사실은 아내분이 떠나갈까 봐 두려운 마음이 크셨던 것 같네요. 그리고 아내분은 그 소리에 무시당한다고 느껴서 더 차갑게 대하신 것 같고요."

상담의 균형, 객관적인 데이터로 점검하세요

부부 상담은 상담사에게 고도의 정서적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내가 공평하게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했더라도, 실제로는 특정 내담자의 말에만 고개를 끄덕였거나, 반대편 내담자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끊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한 편파성은 상담사의 기억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슈퍼비전을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매 회기 슈퍼비전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때 AI 기반 상담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신 AI 기술은 상담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것을 넘어, 화자별 발화 점유율을 분석하고 주요 감정 키워드를 추출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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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상담 기록을 분석해 보았더니 남편의 발화량이 70%이고 아내의 발화량이 20%였다면, 상담사는 다음 회기에 의도적으로 아내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내담자의 특정 발언에 대해 어떤 뉘앙스로 반응했는지 텍스트를 통해 객관적으로 복기함으로써 역전이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부부 상담의 핵심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고통에 기여하고 있는가'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상담사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의 균형 감각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오늘 당신의 상담실에서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공평하게 울려 퍼졌나요? 기술과 통찰을 결합하여 더 건강한 상담 관계를 만들어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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