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역전이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이를 내담자 이해를 위한 치료적 도구로 활용하는 현대적 관점 제시
- 건강한 공감과 주의가 필요한 역전이 반응의 차이점을 분석하여 상담사의 자기 인식 지원
- 신체 감각 인지 및 객관적 기록을 통해 감정적 융합을 방지하고 전문성을 유지하는 실전 전략 안내
상담이 끝난 후에도 가슴이 먹먹하다면? 역전이(Countertransference)의 늪에서 현명하게 빠져나오는 법
선생님, 오늘 마지막 세션은 어떠셨나요? 혹시 상담실 문을 닫고 퇴근하는 길에도 내담자가 쏟아낸 깊은 슬픔이나 분노가 선생님의 가슴 한구석에 무겁게 남아있지는 않으신가요? 😟 "내가 내담자의 고통에 너무 깊이 몰입한 걸까?" 혹은 "전문가로서 거리를 두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자책이 든다면, 이 글은 바로 선생님을 위한 것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는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반드시 마주해야 할 '강력한 치료적 도구'이자 '위험한 함정'이라는 양면성을 가집니다. 과거 고전적 정신분석에서는 역전이를 치료사의 미해결된 과제로 치부하여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지만, 현대 관계 정신분석과 대인관계 심리치료에서는 이를 내담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나침반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실전에서 내담자의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져 일상생활까지 침해받는다면 이는 명백한 '소진(Burnout)'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복잡한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속에서 어떻게 하면 전문가로서의 객관성을 잃지 않고, 동시에 풍부한 공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임상 현장에서 흔히 겪는 역전이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건강하게 분리하고 조절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해 드리려 합니다.
역전이의 두 얼굴: 공감적 몰입인가, 경계의 붕괴인가?
내담자의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이것이 '일치적 역전이(Concordant Countertransference)'인지, 아니면 나의 미해결된 이슈가 건드려진 '주관적 역전이'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라커(Racker)가 제시한 개념에 따르면, 일치적 역전이는 내담자의 감정을 상담사가 거울처럼 느끼는 것이지만, 이것이 과도해져 상담사의 자아(Ego)가 내담자의 정동에 잠식당하면 치료적 중립성은 무너지고 맙니다.
특히 경계선 성격장애(BPD) 내담자나 트라우마 생존자와 작업할 때, 상담사는 종종 알 수 없는 무력감, 강렬한 분노, 혹은 깊은 수치심을 경험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러지?"라며 자신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감정이 어디서 왔는가?"를 데이터로써 분석하는 태도입니다. 감정의 주인을 명확히 하고 경계를 재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상담의 효과성은 떨어지고 상담사의 정신적 피로도는 극에 달하게 됩니다. 아래 표를 통해 건강한 공감과 주의해야 할 역전이 반응을 명확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감정의 홍수에서 중심을 잡는 실전 전략 3가지
그렇다면, 밀려오는 파도 같은 감정 속에서 어떻게 전문가로서의 '나'를 지키고 이를 치료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다음은 임상 심리 전문가들이 슈퍼비전에서 권장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입니다.
신체적 감각(Somatic Marker)을 신호등으로 활용하라
역전이는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옵니다. 세션 중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거나, 졸음이 쏟아지거나, 어깨가 경직된다면 이는 감정 전이의 신호입니다. 이때 "지금 내 몸이 반응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Awareness)만으로도 감정과의 즉각적인 융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상담 도중 잠깐 심호흡을 하거나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있음을 느끼는 '그라운딩(Grounding)' 기법을 통해, 내담자의 감정 소용돌이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관찰자의 위치를 회복하세요.
감정을 '데이터'로 라벨링(Labeling)하고 분석하라
느껴지는 감정을 내 것으로 소유하지 말고, 임상적 데이터로 객관화하세요. 예를 들어, 갑자기 내담자에게 화가 난다면 "나는 화가 났다"가 아니라, "이 내담자는 타인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구나, 이것이 투사적 동일시인가?"라고 질문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상담사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닌, 감정을 담아내고 정화하여 돌려주는 '컨테이너(Container)'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습니다.
객관적 기록을 통한 '제3의 시각' 확보 (Verbatim & Notes)
역전이가 심한 사례일수록 상담 기억이 왜곡되기 쉽습니다. 내담자의 특정 정서에 압도되어 세션의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기 때문입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담 내용을 축어록(Verbatim)이나 상세한 요약 기록으로 남겨 복기하는 것입니다. 텍스트로 변환된 대화는 감정의 온도를 낮추고 이성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내가 어디서 말문이 막혔는지, 어떤 지점에서 과도하게 개입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분리와 조절의 핵심입니다.
지속 가능한 상담을 위한 제언: 기술을 통한 임상적 통찰 확보
역전이는 상담사가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상담사의 정신 건강은 물론 내담자의 치료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모니터링하고(Self-monitoring), 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치환하며, 동료 슈퍼비전을 통해 검증받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감정의 늪'이 아닌 '단단한 치료적 대지' 위에 설 수 있습니다.
특히, 상담 직후의 감정적 소용돌이 속에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AI 기반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을 기억에만 의존하여 정리하다 보면, 역전이 된 감정에 의해 기억이 편향(Bias)될 수 있습니다.
최근의 AI 기술은 상담 대화의 뉘앙스를 정확히 텍스트화하고, 내담자의 핵심 호소 문제와 상담사의 개입 패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줍니다. 이는 상담사가 자신의 역전이 반응을 '제3자의 시선'에서 차분하게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번거로운 타이핑 업무에서 해방되어, 오롯이 내담자와 나 사이의 역동(Dynamics)을 분석하는 데 에너지를 쏟으십시오. 기술의 도움으로 확보된 여유는 곧 상담사의 심리적 안정과 임상적 통찰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Action Item: 이번 주,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세션 하나를 골라보세요. 그리고 그 세션의 대화를 AI 도구 등을 활용해 텍스트로 변환해 보거나 상세히 기록한 뒤, 붉은 펜으로 '내 감정이 개입된 지점'을 체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작은 시도가 전문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