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놀이치료사가 부모 상담을 어려워하는 심리적 기제와 구조적 원인 분석
- 부모를 치료 방해꾼이 아닌 든든한 파트너로 만드는 3가지 핵심 전략
- 상담의 전문성을 높이는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소통 및 효율적 실무 팁
"아이보다 부모님이 더 어려워요": 놀이치료실의 숨은 난관 극복하기
놀이치료 임상 현장에서 수련생이나 초심 상담사들이 슈퍼비전 시간에 가장 빈번하게 호소하는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이나 침묵이 아닙니다. 바로 "부모 상담 시간이 두렵다"는 고백입니다. 놀이치료실 문이 닫히고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는 유능감을 느끼다가도, 상담이 끝나고 부모님과 마주하는 10분~15분의 면담 시간이 되면 심장이 쿵쿵 뛴다는 상담사분들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아이를 치료하러 들어갔는데, 부모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걸까요? 부모는 내담자(아동)의 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자원이자 환경이지만, 동시에 치료의 진행을 가로막는 저항의 주체가 되기도 합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집에서는 여전히 똑같아요.", "놀기만 하는데 정말 치료가 되나요?"라는 부모님의 날카로운 질문은 상담사의 전문성을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 상담의 실패는 곧 조기 종결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놀이치료사가 부모 상담을 힘들어하는 심리적,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까다로운 부모를 치료의 방해꾼이 아닌 든든한 치료 동맹(Therapeutic Alliance)으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왜 놀이치료사는 부모 상담을 유독 힘들어할까요?
부모 상담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상담사의 경험 부족 때문만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복잡한 심리적 기제와 구조적 딜레마가 숨어 있습니다. 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불안감을 낮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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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관계의 딜레마와 역할 혼란
성인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사 간의 1:1 관계가 명확합니다. 하지만 놀이치료는 '아동'이 내담자이지만, 치료 비용을 지불하고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모'입니다. 상담사는 아동의 대변인(Advocate)이 되어야 하는 동시에, 부모에게는 교육자이자 권위자가 되어야 하는 이중적인 역할을 요구받습니다. 아동의 비밀을 보장하면서 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줄타기 속에서 상담사는 필연적으로 긴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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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투사된 죄책감과 방어기제
치료실을 찾는 부모의 내면 깊은 곳에는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웠나?"라는 죄책감이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죄책감은 종종 방어기제로 작동하여 상담사에 대한 공격이나 의심으로 표출됩니다(Projection). 상담사가 아이의 문제를 지적할 때, 부모는 이를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상담사는 부모의 날 선 반응이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그들의 불안과 죄책감의 표현임을 임상적으로 분리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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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속도에 대한 기대 불일치
부모는 '행동의 즉각적인 교정'을 원하지만, 놀이치료사는 '내면의 정서적 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이 간극은 상담 초기에 가장 큰 갈등 요인입니다. 부모는 가시적인 성과(예: 학교 가기, 때리지 않기)를 요구하는데, 상담사는 "아이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때 부모는 실망감을 느낍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통역가로서의 역할이 상담사에게 과중한 부담을 줍니다.
2. 부모를 '감시자'에서 '치료 파트너'로 전환하는 핵심 전략
부모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담사의 태도 변화와 구조화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넘어, 전문적인 '부모 교육 상담(Filial Therapy적 접근)'의 관점을 도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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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딩(Holding)'의 대상을 부모까지 확장하라
위니코트(Winnicott)가 말한 '안아주기(Holding)'는 아동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부모 상담 시간의 50%는 아이 이야기 대신 부모의 힘듦을 들어주는 시간으로 할애하세요. "어머니, 아이가 그렇게 행동할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 화가 나셨을까요?"라는 공감 한마디가 부모의 방어벽을 허뭅니다. 부모가 상담사에게서 정서적 지지를 경험해야, 그들도 아이를 지지할 여유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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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의미를 '통역'해 주어라
부모 상담의 핵심은 '놀이 통역'입니다. 단순히 "오늘 병원 놀이를 했어요"라고 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가 의사 역할을 하며 주사를 놓은 것은, 자신이 겪었던 두려움을 통제하고 이겨내려는 시도입니다."라고 놀이 행동 뒤에 숨겨진 심리적 기제와 긍정적 의도를 해석해 주어야 합니다. 이는 상담사의 전문성을 드러내고 부모가 놀이치료의 필요성을 납득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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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데이터(관찰 기록)를 기반으로 소통하라
불안한 부모일수록 모호한 말보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원합니다. "아이가 좋아졌어요"라는 말보다, 상담 회기 중에 기록한 구체적인 발화, 행동 빈도, 놀이 주제의 변화 추이를 데이터로 제시하세요. "지난달에는 좌절 상황에서 물건을 3회 던졌는데, 이번 회기에는 '화가 나요'라고 말로 표현했습니다."라는 식의 피드백은 부모에게 강력한 신뢰를 줍니다.
3. 효율적인 부모 상담을 위한 실무 팁과 윤리적 고려
부모 상담은 정해진 시간(보통 10분 내외) 안에 이루어져야 하므로 고도의 효율성이 요구됩니다. 시간이 길어진다고 좋은 상담이 아닙니다. 오히려 경계(Boundary)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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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화된 부모 상담 양식 활용
매 회기마다 즉흥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오늘의 주요 놀이 주제 / 아동의 정서 상태 / 가정 내 지도 팁 / 부모님의 관찰 내용] 등이 포함된 간략한 피드백 양식을 마음속에(혹은 실제로) 그려두고 진행하세요. 이는 상담사가 횡설수설하지 않고 핵심을 전달하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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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보장의 한계 명시 (윤리적 측면)
아동과의 신뢰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초기 구조화 시간에 "아이가 저에게 털어놓은 비밀은 아이의 허락 없이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단,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라고 명확히 선언하세요. 이는 나중에 부모가 "왜 그 이야기 안 해줬어요?"라고 따질 때 상담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됩니다.
결론: 부모 상담의 질을 높이는 기술적 지원
결국 성공적인 놀이치료는 아동, 부모, 상담사라는 세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가능합니다. 부모 상담을 '숙제'가 아닌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상담사의 전문성을 신뢰할 때, 아이의 치료 효과는 배가됩니다.
이러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상담 기록'입니다. 상담사가 회기 내에 있었던 아이의 핵심적인 발화나 상호작용의 미세한 변화를 정확히 기억하고 부모에게 전달할 때, 부모는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정말 깊이 있게 보고 계시는구나"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놀이치료 현장은 역동적이라 모든 내용을 필기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AI 기반 상담 축어록 및 분석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하고, 아이가 자주 사용한 감정 단어나 놀이 주제의 빈도를 데이터로 시각화해 주는 도구들은 상담사가 기억에 의존하는 부담을 줄여줍니다.
[Action Item]
- 이번 주 부모 상담에서는 아이의 문제 행동보다 '부모님의 힘듦'을 먼저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 상담 후, 모호한 느낌 대신 '구체적인 에피소드 1가지'를 선정하여 그 의미를 해석해 주는 연습을 해보세요.
- 상담 기록의 정확성을 높이고 부모에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AI 음성 기록 기술 도입을 검토하여 행정 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임상적 통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