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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 해석 상담: 수치만 읊지 않고 내담자 언어로 전달하는 법

"제가 비정상인가요?"라는 질문에 당황한 상담사를 위해, 심리검사 수치를 치유의 언어로 바꾸는 치료적 평가 전략과 구체적인 상담 기법을 전해드립니다.

January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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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단순한 수치 전달을 넘어 내담자의 삶과 연결하는 '치료적 평가' 모델의 중요성 강조

  • 전문 용어 대신 일상적 현상과 은유를 활용해 내담자의 심리적 방어를 낮추는 전략 제시

  • 강점 기반의 샌드위치 기법과 내담자 주도의 해석을 통한 상담 효과 극대화 방법 요약

상담실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심리검사(Full Battery, MMPI-2, TCI 등) 결과를 내담자에게 전달하는 해석 상담 시간일 것입니다. 우리 상담 전문가들은 내담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척도와 T-점수, 그리고 상승 척도 쌍(Code type)을 분석하며 밤을 지샙니다. 하지만 정작 상담실에서 내담자가 "그래서 점수가 몇 점인가요? 제가 많이 심각한가요?"라고 물을 때, 전문 용어와 수치만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단순히 "우울 척도가 75점으로 높게 나왔습니다"라는 말은 내담자에게 "당신은 환자입니다"라는 낙인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임상 심리학자 스티븐 핀(Stephen Finn)이 주창한 치료적 평가(Therapeutic Assessment) 모델은 심리검사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치료적 개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검사 결과가 단순한 '진단명 통보'가 아니라,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변화의 동기를 얻는 '통찰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담사는 '평가자'가 아닌, 내담자와 함께 지도를 읽어나가는 '공동 탐험가'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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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적 수치를 '내담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3단계 전략

심리검사 결과지의 차가운 숫자를 내담자의 살아있는 경험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번역'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쉬운 단어를 쓰는 것을 넘어, 내담자의 고유한 서사(Narrative)와 검사 결과를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효과적인 해석 상담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수치(Data)가 아닌 현상(Phenomenon)을 묘사하십시오

    내담자에게 "MMPI 2번 척도가 70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불안만 조성합니다. 대신 그 점수가 의미하는 내담자의 실생활 경험을 묘사해야 합니다. 수치를 내담자가 매일 겪는 구체적인 감각으로 치환하여 질문 형태로 던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우울 척도가 상승한 내담자에게 다음과 같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지양해야 할 표현: "검사 결과 우울증 수치가 임상적 유의 범위에 있습니다."
    • 권장하는 표현: "이 그래프를 보면, 최근 아침에 눈을 뜰 때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지거나, 예전에 즐거웠던 일들이 더 이상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실제 경험은 어떠신가요?"

    이렇게 수치를 현상으로 풀어 설명할 때, 내담자는 "맞아요, 제가 딱 그래요!"라며 검사 결과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반증적 접근(Collaborative Empiricism)의 시작입니다.

  2. 정보 전달 모델과 치료적 평가 모델의 차이 인식하기

    우리는 종종 '정확한 정보 전달'에만 몰두하여 '치료적 관계'를 놓치곤 합니다. 전통적인 정보 중심 모델과 내담자 중심의 치료적 평가 모델이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구분하고 접근 방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figure> <table border="1" cellspacing="0" cellpadding="10"> <thead> <tr> <th>구분</th> <th>전통적 정보 전달 모델 (Information-Gathering)</th> <th>치료적 평가 모델 (Therapeutic Assessment)</th> </tr> </thead> <tbody> <tr> <td><strong>목표</strong></td> <td>정확한 진단 및 데이터 수집</td> <td>새로운 이해와 변화 동기 부여</td> </tr> <tr> <td><strong>상담사 역할</strong></td> <td>권위 있는 전문가, 판사</td> <td>참여적 관찰자, 공동 탐색자</td> </tr> <tr> <td><strong>검사 결과</strong></td> <td>객관적이고 불변하는 사실(Fact)</td> <td>가설을 검증하고 대화를 여는 도구</td> </tr> <tr> <td><strong>내담자 반응</strong></td> <td>수동적 수용 또는 방어</td> <td>능동적 참여 및 정서적 통찰</td> </tr> </tbody> </table> <figcaption>표 1. 전통적 해석 방식과 치료적 평가 모델의 비교</figcaption>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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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유(Metaphor)와 시각화를 활용하여 방어를 낮추십시오

    TCI(기질 및 성격 검사)나 투사 검사 결과를 설명할 때, 직설적인 표현은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극 추구(NS)가 높고 위험 회피(HA)도 높은 갈등적인 기질을 가진 내담자의 경우, "충동적이면서도 겁이 많다"라고 표현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자동차의 은유를 활용해 보세요. "선생님의 기질은 성능 좋은 스포츠카의 엑셀(자극 추구)과 아주 예민한 브레이크(위험 회피)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면 차가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면서 엔진만 과열되겠죠. 선생님이 최근 느끼는 피로감이 이런 내적 마찰 때문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면, 내담자는 자신의 모순적인 행동을 비난받는 것이 아니라 이해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 <figure> <table border="1"> <thead> <tr> <th>기질 요소</th> <th>기능 (자동차 은유)</th> <th>특징</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자극 추구 (Novelty Seeking)</strong></td> <td>엑셀 (Accelerator)</td> <td>새로운 자극과 흥분을 추구, 충동성, 전진</td> </tr> <tr> <td><strong>위험 회피 (Harm Avoidance)</strong></td> <td>브레이크 (Brake)</td> <td>위험을 감지하고 회피, 신중함, 정지</td> </tr> <tr> <td><strong>상충 상황 (High NS + High HA)</strong></td> <td>엑셀과 브레이크 동시 작동</td> <td>내적 갈등, 과도한 에너지 소모, 엔진 과열(심리적 소진), 행동 억제</td> </tr> </tbody> </table> <figcaption>표 2. TCI 기질 검사 자동차 은유: 자극 추구와 위험 회피의 상충</figcaption>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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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용어의 장벽을 넘어 관계의 깊이를 더하기

    해석 상담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이면서도 수용적인 태도로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해야 합니다.

    1. 강점 기반의 샌드위치 기법 활용

      아무리 치료적 의도라 해도 부정적인 결과(예: 낮은 자아탄력성, 높은 신경증 등)를 직면하는 것은 내담자에게 고통스럽습니다. 이때는 강점-취약점-강점 순서로 정보를 배치하는 샌드위치 기법이 유효합니다. 단순히 좋은 말을 섞는 것이 아니라, 취약점이 발현되는 맥락을 강점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타인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감지하는 레이더(강점)를 가지고 계세요. 그런데 이 레이더가 너무 성능이 좋다 보니, 남들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작은 표정 변화에도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어 쉽게 지치시는 것(취약점) 같습니다. 이 섬세함이 선생님을 힘들게도 하지만, 동시에 깊은 공감 능력의 원천(재확인)이기도 합니다."

    2. 해석의 주도권을 내담자에게 넘기기

      상담사가 일방적으로 결과를 읊어주는 대신, 내담자가 스스로 그래프를 보고 느끼는 점을 먼저 말하게 하십시오. "이 그래프의 높낮이를 보셨을 때, 본인의 평소 모습과 어떤 부분이 가장 비슷하다고 느껴지시나요?"라고 물어보세요. 내담자가 스스로 발견한 통찰은 상담사가 주입한 지식보다 훨씬 오래 기억되고, 치료적 효과도 강력합니다.

    결론: 정확한 진단을 넘어 치유적인 공감으로

    심리검사 결과지는 내담자라는 복잡한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지도일 뿐입니다. 지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상담사)가 여행자(내담자)의 보폭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면 여행은 고단해집니다. 수치 뒤에 숨겨진 내담자의 고유한 서사를 읽어내고, 그것을 '사람의 언어'로 전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치료적 변화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상담 회기 중에 복잡한 수치를 분석하며 동시에 내담자의 반응을 살피고, 적절한 은유를 떠올리는 것은 숙련된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멀티태스킹입니다. 내가 해석 상담 과정에서 너무 전문 용어를 남발하지는 않았는지, 내담자의 미묘한 반응을 놓치고 일방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점검을 위해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하고 분석해 주는 기술을 활용하면, 상담사는 기록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온전히 내담자의 눈빛과 반응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축어록을 복기하며 "아, 이 부분에서는 수치보다는 감정을 먼저 읽어줬어야 했구나"와 같은 디테일한 피드백을 스스로에게 제공함으로써 해석 상담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다음 해석 상담에서는 결과지라는 종이보다 내담자의 눈을 더 오래 바라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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