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Note
- 내담자의 SNS 친구 신청이 갖는 임상적 의미와 이중 관계 방지를 위한 윤리적 가이드 제시
- 상황별 맞춤 거절 스크립트를 통해 상처 주지 않고 단호하게 경계를 설정하는 기술 전수
- 디지털 경계 문제를 치료적 통찰로 승화시키는 방법과 정확한 상담 기록의 필요성 강조
상담실의 불이 꺼지고 퇴근한 늦은 저녁, 스마트폰 알림이 울립니다. "000님이 회원님을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한 이름, 바로 오늘 오후에 만났던 내담자입니다. 순간 상담사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이걸 받아줘야 하나? 거절하면 내담자가 상처받지 않을까? 혹은 내가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라포(Rapport)가 깨지면 어떡하지?'
동료 상담사 여러분,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상담의 주축이 되면서, 상담실 밖 온라인 공간에서의 '디지털 경계(Digital Boundary)' 설정은 현대 상담사에게 피할 수 없는 윤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규정을 들어 "안 됩니다"라고 잘라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 과정에서 내담자가 느낄 수 있는 거절감이나 수치심을 다루는 것은 고도의 임상적 기술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내담자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친구 신청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윤리적 원칙을 지키면서도 치료적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1. 왜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을까요? : 임상적, 윤리적 관점의 재해석
내담자의 친구 신청은 단순한 호의의 표시일 수 있지만, 임상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전이(Transference)'의 표현이거나 '경계 시험(Boundary Testing)'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요청을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윤리 강령'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는 상담의 '안전한 틀(Frame)'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미국심리학회(APA)와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강령은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이중 관계(Dual Relationship)를 엄격히 경계합니다. SNS 친구가 되는 순간, 상담사는 내담자에게 더 이상 '투사할 수 있는 스크린'이 아닌, 사적인 욕망과 일상을 가진 '개인'으로 노출됩니다. 이는 내담자의 환상을 깨뜨리거나, 상담사의 사생활(가족, 휴가, 정치적 성향 등)이 치료적 개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위험이 큽니다.
상담 관계 vs 사회적 관계의 구조적 차이
내담자에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기 전, 상담사 스스로가 이 두 관계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를 통해 두 관계의 핵심적인 차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2. 상처 주지 않고 단호하게: 상황별 거절 메시지 스크립트
가장 좋은 방법은 상담 초기 구조화(Structuring) 단계에서 SNS 관련 정책을 미리 고지하는 것입니다. "저는 내담자의 사생활 보호와 비밀 유지를 위해 SNS 친구 맺기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미리 명시하면, 추후 발생할 거절의 어색함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요청이 들어왔다면, 다음 세션에서 이를 다루거나 정중한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다음은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스크립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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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이고 정중한 거절 (초기 구조화 상기)
"OO님, SNS 친구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친근감을 표현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해요. 하지만 제가 상담 첫 시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담자분의 사생활 보호와 윤리적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현재 상담 중인 분들과는 SNS 친구를 맺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OO님과의 상담 시간을 가장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저의 직업적 원칙이니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 상담 시간에 이와 관련해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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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거절 민감성이 높을 때 (관계 중심적 접근)
"OO님, 친구 신청 확인했어요. 저와 더 가까워지고 싶고,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셨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은 참 소중합니다. 다만, 상담사는 내담자의 비밀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 개인적인 SNS 공간에서는 연결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OO님을 개인적으로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담 관계를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함이라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서운한 마음이 드신다면 다음 회기에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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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션에서 구두로 다룰 때 (치료적 개입)
메시지로 거절하는 것보다, 요청을 '수락'하지 않은 상태로 두고 다음 세션에서 직접 다루는 것이 임상적으로 가장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상담실에서) "지난주에 인스타그램 친구 신청을 하셨더군요. 어떤 마음으로 신청 버튼을 누르셨는지 궁금해요. 저에 대해 더 알고 싶으셨나요, 아니면 상담실 밖에서도 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으셨나요?"
이 질문은 내담자의 애착 욕구나 경계 문제를 탐색하는 훌륭한 치료적 재료가 됩니다.
3. 디지털 경계를 넘어 치료적 통찰로: 마무리 및 제언
내담자의 SNS 친구 요청은 당황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상담 관계를 재정립하고 내담자의 대인관계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상담사가 확고하지만 따뜻한 태도로 경계를 지켜줄 때, 내담자는 비로소 '거절당해도 안전한 관계', '경계가 있어도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교정적 정서 체험(Corrective Emotional Experience)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묘한 상호작용을 상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또 다른 과제입니다. 내담자가 거절에 대해 보인 미세한 표정 변화, 상담사가 건넨 정확한 워딩,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역동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해야 추후 슈퍼비전이나 사례 연구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 중 발생한 '친구 요청 거절'과 관련된 대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해 주기 때문에, 상담사는 기록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내담자의 반응(비언어적 단서 포함)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계 설정과 같은 민감한 윤리적 이슈는 '내가 정확히 어떻게 말했는가'가 추후 윤리적 보호막이 되기도 합니다. AI가 정리해 주는 핵심 키워드와 대화 흐름 분석을 통해, 내담자의 패턴을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다음 회기를 준비해 보세요.
Action Plan for Counselors:
- 이번 주,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내담자 공개 범위를 재설정해 보세요.
- 상담 동의서(Informed Consent)에 SNS 및 디지털 매체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 점검하고 업데이트하세요.
- 민감한 대화 내용을 놓치지 않도록, 최신 AI 녹취 및 기록 보조 도구 도입을 검토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