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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개념화 & 이론

사회불안장애(대인기피) 내담자를 위한 상담실 내 '역할극(Role-play)' 단계별 가이드

사회불안장애 내담자의 회피를 멈추는 강력한 도구, 역할극의 체계적인 4단계 가이드와 임상적 활용 팁을 공개합니다.

December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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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사회불안장애의 핵심인 안전 행동을 소거하기 위한 노출 치료로서 역할극의 원리와 임상적 근거 설명

  • 불안 위계 설정부터 실행, 피드백까지 성공적인 세션을 위한 체계적인 4단계 프로세스 제시

  • AI 기록 등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해 내담자의 인지적 왜곡을 효과적으로 교정하는 전략 제안

대화 그 이상의 치료: 사회불안장애 내담자를 위한 '역할극(Role-play)' 마스터 가이드 🎭

상담 현장에서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 내담자를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침묵의 벽'을 경험합니다. 내담자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상담사 앞에서도 긴장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힘겨워합니다. 여기서 우리 상담사들은 딜레마에 빠집니다. "공감적 경청만으로 이 내담자의 회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혹은 "무리하게 행동 치료를 시도하다가 라포(Rapport)가 깨지지는 않을까?"

최신 인지행동치료(CBT) 연구들에 따르면, 사회불안장애 치료의 핵심은 '회피 학습의 소거''부적응적 신념의 반증'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상담실은 단순한 대화의 장소를 넘어, 안전한 실험실이 되어야 합니다. 역할극(Role-play)은 바로 그 실험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많은 상담사들이 역할극을 단순히 '연기'를 시키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구조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하여 치료적 효과를 놓치곤 합니다. 내담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을 상담실 안으로 가져와, 뇌의 공포 회로를 재설계하는 정교한 역할극 기법은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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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지금 '역할극'인가? : 사회불안의 메커니즘과 치료적 근거

사회불안장애 내담자들은 '안전 행동(Safety Behaviors)'이라는 갑옷을 입고 있습니다. 눈 맞춤 피하기, 목소리 작게 내기, 미리 할 말 리허설하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단기적으로불안을 낮춰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가 안전 행동을 했기 때문에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강화합니다. 역할극은 상담사의 통제 하에 이러한 안전 행동을 제거하고(Drop safety behaviors), 불안을 직면하게 만드는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의 일환입니다.

단순히 상황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재앙화 사고(Catastrophizing)'를 검증하는 행동 실험(Behavioral Experiment)으로서 역할극을 설계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을 더듬으면 남들이 나를 바보로 볼 것이다"라는 가설을 상담실 내에서 직접 테스트해보는 과정입니다. 이때 상담사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내담자의 불안 수준을 조절하고 새로운 대처 방식을 코칭하는 '임상적 연출가'가 되어야 합니다.

<figure><figcaption><strong>[표] 사회불안장애 유지 모델 (Maintenance Model)</strong></figcaption><table><thead><tr><th>순서</th><th>단계</th><th>설명</th></tr></thead><tbody><tr><td>1</td><td>유발 상황 (Trigger)</td><td>발표, 대화 등 불안을 유발하는 사회적 상황 직면</td></tr><tr><td>2</td><td>부정적 사고 (Negative Thoughts)</td><td>'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거야', '실수하면 끝장이다'</td></tr><tr><td>3</td><td>불안 증상 (Anxiety Symptoms)</td><td>심장 두근거림, 얼굴 붉어짐, 자기 초점 주의(Self-focus)</td></tr><tr><td>4</td><td>안전 행동 (Safety Behaviors)</td><td>눈 피하기, 목소리 작게 하기 (일시적 불안 감소)</td></tr><tr><td>5</td><td>결과 (Consequence)</td><td>단기: 안도감 / 장기: '안전 행동 덕분에 살았다'는 믿음 강화 및 증상 유지</td></tr></tbody></table></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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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공적인 역할극을 위한 핵심 준비: 안전 행동 식별과 위계 설정

역할극을 시작하기 전, 내담자와의 충분한 협의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무작정 "연습해봅시다"라고 제안하는 것은 저항을 부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담자의 불안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그 상황에서 사용하는 미묘한 회피 전략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figure> <figcaption><strong>[표 1] 사회불안 내담자의 안전 행동 vs 적응적 행동 비교 분석</strong></figcaption> <table> <thead> <tr> <th>구분</th> <th>안전 행동 (Safety Behaviors) <br><em>치료적 제거 대상</em></th> <th>적응적 행동 (Adaptive Behaviors) <br><em>역할극 목표 행동</em></th> <th>임상적 개입 포인트</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시선 처리</strong></td> <td>바닥이나 천장을 봄, 상담사의 인중만 응시함</td> <td>상대방의 눈을 자연스럽게 맞춤, 시선을 고르게 분산</td> <td>"불안할 때 제 눈을 피하는지 확인해보세요."</td> </tr> <tr> <td><strong>언어적 표현</strong></td> <td>질문만 계속함, 짧은 단답형 대답, 목소리 톤을 낮춤</td> <td>자신의 의견을 말함, 침묵을 견딤, 적절한 볼륨 유지</td> <td>"침묵이 흘러도 괜찮다는 것을 경험해봅시다."</td> </tr> <tr> <td><strong>신체 반응</strong></td> <td>손을 꽉 쥐거나 주머니에 넣음, 경직된 자세</td> <td>열린 자세(Open posture), 자연스러운 제스처 사용</td> <td>신체적 긴장 이완과 행동 억제 풀기</td> </tr> <tr> <td><strong>정신적 태도</strong></td> <td>자신의 수행을 감시함 (Self-monitoring)</td> <td>상대방의 반응과 대화 내용에 집중함 (Task-focus)</td> <td>주의(Attention)를 내부에서 외부로 전환 훈련</td> </tr> </tbody> </table>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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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위계 목록(Anxiety Hierarchy) 작성하기

안전 행동을 파악했다면, 내담자가 느끼는 주관적 고통 단위(SUDS, 0-100)를 기준으로 상황의 위계를 정해야 합니다.

  1. 낮은 불안 (SUDS 30-40): 편의점 직원에게 인사하기, 길 물어보기. (초기 역할극 소재)
  2. 중간 불안 (SUDS 50-70): 직장 동료와 스몰토크 하기, 회의 중 짧은 의견 제시.
  3. 높은 불안 (SUDS 80-100): 권위자(상사/교수)에게 반대 의견 말하기, 발표 도중 실수 대처하기.

이 위계표는 역할극의 시나리오가 됩니다. 처음부터 높은 불안 상황을 다루기보다, 성공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단계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야 합니다.

3. 실전 가이드: 4단계 역할극 프로세스 (The 4-Step Role-play Process)

체계적인 역할극은 준비-실행-피드백-재실행의 구조를 가집니다. 각 단계에서 상담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Step 1: 시나리오 구체화 및 예측 (Preparation)

"직장 상사와 대화하는 상황"처럼 모호하게 설정하지 마세요. "오후 2시, 탕비실에서, 평소 까다로운 김 부장님을 마주쳤을 때, 주말 계획에 대해 질문받는 상황"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담자에게 묻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예: 목소리가 떨릴 것이다)" 그리고 "만약 목소리가 떨린다면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요? (예: 나를 한심하게 볼 것이다)" 이 예측을 기록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Step 2: 역할극 실행 및 불안 유발 (Exposure)

상담사는 상대방(김 부장) 역할을 맡고, 내담자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때 상담사는 내담자의 불안을 적절히 자극해야 합니다. 너무 친절하게만 반응하면 노출 효과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약간의 침묵을 만들거나, 무표정한 반응을 보여 내담자의 불안을 유발하고, 그 불안 속에서도 안전 행동(눈 피하기 등)을 하지 않고 버티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 Tip: 실제 상황과 유사하게 의자 배치를 바꾸거나, 기립하여 진행하는 등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세요.

Step 3: 객관적 피드백 및 인지 재구성 (Review)

역할극이 끝난 후 즉시 내담자의 느낌을 묻습니다. "방금 목소리가 얼마나 떨렸다고 느꼈나요?" 그 후 상담사의 관찰 결과를 피드백합니다. "내담자님은 80만큼 떨렸다고 느꼈지만, 제가 보기엔 20 정도였고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의 '수행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교정합니다. 가능하다면 역할극 장면을 녹화하여 함께 보며 제3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관찰하게 하는 '비디오 피드백'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Step 4: 반복 및 난이도 조절 (Repetition)

한 번의 성공은 우연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하되, 이번에는 상담사가 조금 더 까다롭게 반응하거나, 내담자가 일부러 실수를 저지르는(예: 컵을 쏟거나 말을 더듬어보기) '실수하기 연습(Mishap exposure)'을 도입하여 내성을 기릅니다.

상담의 밀도를 높이는 기술: 기록과 분석의 자동화

역할극은 상담실 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순간입니다. 내담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 떨리는 목소리 톤, 그리고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에 오가는 빠른 대화의 뉘앙스를 포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순간에 상담사가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면 어떨까요? 상담사의 시선이 노트로 향하는 순간, 내담자는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다시 안전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중요한 임상적 단서를 놓칠 수 있습니다.

역할극 세션에서야말로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의 활용이 빛을 발합니다. 상담사는 필기 도구를 내려놓고 온전히 내담자의 눈을 바라보며 연기와 코칭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AI는 역할극 중 오고 간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텍스트로 변환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어떤 단어를 사용할 때 주저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침묵이 발생했는지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역할극 후 '피드백' 단계에서 AI가 기록한 정확한 대화 내용을 내담자와 함께 확인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치료적 개입이 됩니다. "아까 제가 횡설수설했다고 했죠? 여기 기록된 내용을 같이 볼까요? 실제로는 아주 논리적으로 대답하셨네요."라고 말하며 내담자의 인지적 왜곡을 팩트(Fact) 기반으로 교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번거로운 타이핑과 기억의 의존에서 벗어나, AI라는 보조 치료사를 활용하여 내담자의 변화를 이끄는 본질적인 치료 행위에 더욱 몰입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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