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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개념화 & 이론

도식 치료(Schema Therapy): 18가지 부적응 도식 중 '유기 불안' 다루는 법

유기 불안을 겪는 내담자를 위한 도식 치료 핵심 전략과 임상가로서 꼭 알아야 할 한계 설정 재양육 및 구체적인 개입 방법을 공개합니다.

December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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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유기/불안정 도식의 세 가지 대처 양식(굴복, 회피, 과잉 보상)에 대한 임상적 이해

  • 치료의 핵심인 '한계 설정 재양육'을 통해 내담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재건하는 전략

  • 이미지 재각본 등 정서적 기법과 AI 기술을 접목한 효율적인 도식 수정 방법 제시

상담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소진감을 경험하곤 합니다. 내담자에게 최선을 다해 공감하고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실수나 휴가 일정 변경, 혹은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에도 "선생님은 저를 버릴 거예요", "이제 제가 지겨우신 거죠?"라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내담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내담자의 모습은 상담사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강력한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심리 도식(Schema) 중 가장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유기/불안정(Abandonment/Instability)' 도식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프리 영(Jeffrey Young)의 도식 치료 이론에 따르면, 이는 생애 초기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불안정하거나 믿을 수 없어 결국 떠나갈 것"이라는 뿌리 깊은 믿음입니다. 이들은 관계에 대한 갈망이 크면서도, 동시에 관계가 끝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상가로서 우리가 이들의 폭풍 같은 내담자 내면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료적 관계 안에서 안정감을 재건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전략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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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기 불안 도식의 세 가지 얼굴: 굴복, 회피, 과잉 보상

유기 도식을 가진 내담자가 모두 "가지 마세요"라고 매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 현장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모습은 내담자가 채택한 대처 방식(Coping Style)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내담자는 상담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만, 어떤 내담자는 아예 관계 맺기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내담자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도식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대처 양식을 구분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내담자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대처 방식에 따라 상담사의 접근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아래 표는 유기 도식이 발현되는 세 가지 주요 양상을 비교한 것입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대처 방식 (Coping Style)</th> <th>임상적 특징 및 행동 양상</th> <th>상담 내에서의 전형적 반응</th> </tr> </thead> <tbody> <tr> <td><strong>도식 굴복 (Surrender)</strong></td> <td> <ul> <li>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상대에게 집착하고 매달림</li> <li>파트너의 부당한 대우를 참으며 관계 유지에만 몰두</li> </ul> </td> <td> <ul> <li>"선생님 없으면 저는 못 살아요."</li> <li>잦은 전화, 문자, 시간 연장 요구</li> </ul> </td> </tr> <tr> <td><strong>도식 회피 (Avoidance)</strong></td> <td> <ul> <li>상처받지 않기 위해 친밀한 관계 자체를 맺지 않음</li> <li>'고독한 늑대'처럼 지내며 정서적 연결 차단</li> </ul> </td> <td> <ul> <li>상담 중 깊은 감정 노출을 꺼림</li> <li>피상적인 대화만 하거나 갑작스럽게 상담 중단 (Drop-out)</li> </ul> </td> </tr> <tr> <td><strong>과잉 보상 (Overcompensation)</strong></td> <td> <ul> <li>"네가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버리겠어"라는 태도</li> <li>상대를 통제하거나 먼저 거절하여 우위를 점함</li> </ul> </td> <td> <ul> <li>상담사의 작은 실수를 맹비난</li> <li>상담사를 무능하다고 깎아내리거나 공격적인 태도</li> </ul> </td> </tr> </tbody> </table> <figcaption>유기/불안정 도식의 대처 방식별 임상 양상 비교</figcaption>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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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보호막' 뚫고 들어가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행동이 '상처받은 아이(Vulnerable Child)'를 보호하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기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과잉 보상을 하는 내담자가 상담사에게 화를 낼 때, 그 이면에는 "제발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안심시켜 줘"라고 외치는 겁에 질린 아이가 있습니다. 임상가는 내담자의 공격이나 회피 뒤에 숨겨진 이 취약한 욕구를 포착하고, 이를 언어화해주어야 합니다.

2. 치료적 개입의 핵심: 한계 설정 재양육 (Limited Reparenting)

유기 도식을 치료하는 가장 강력한 기법은 한계 설정 재양육(Limited Reparenting)입니다. 이는 상담사가 내담자의 충족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욕구(안정감, 돌봄, 신뢰)를 치료적 관계의 한계 내에서 채워주는 과정입니다. 유기 불안을 가진 내담자에게 상담사는 '떠나지 않는 안정적인 대상'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일관성(Consistency)이 최고의 치료제입니다

  1. 예측 가능성 확보: 상담 시간, 장소, 비용 등 구조적인 틀을 엄격하게 유지하는 것보다, '예측 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휴가나 결석이 예정되어 있다면, 평소보다 훨씬 일찍, 반복적으로 고지하여 내담자가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2. 과도기적 대상(Transitional Object) 활용: 상담 회기 사이에 불안을 느끼는 내담자를 위해 상담실의 작은 물건을 빌려주거나, 상담 내용을 녹음하여 듣게 하는 것(Flashcard)이 도움이 됩니다. 이는 대상 영속성(Object Constancy)을 키우는 데 기여합니다.
  3. 진실한 감정의 노출: 상담사가 기계적인 반응을 보일 때 내담자는 더 큰 불안을 느낍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제가 좀 당황스럽네요"와 같이 상담사의 감정을 적절히 개방하되, "그래도 저는 당신을 돕기 위해 여기 있을 겁니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야 합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치료 진행 단계 (Therapy Phase)</th> <th>불안 수준 (Anxiety Level)</th> <th>신뢰도 (Trust Level)</th> </tr> </thead> <tbody> <tr> <td>초기 단계 (Early Phase)</td> <td>매우 높음 (압도적 공포)</td> <td>매우 낮음 (의심 및 경계)</td> </tr> <tr> <td>중기 단계 (재양육 과정)</td> <td>일시적 감소 및 변동 (Testing)</td> <td>점진적 상승 (교차점 발생)</td> </tr> <tr> <td>후기 단계 (안정화)</td> <td>안정적 수준 유지</td> <td>높음 (대상 영속성 확보)</td> </tr> </tbody> </table> <figcaption>치료 회기 진행에 따른 내담자의 신뢰도와 불안 수준의 변화 양상</figcaption>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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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지적 및 체험적 기법을 통한 도식 수정

재양육을 통해 치료적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이제는 내담자가 가진 왜곡된 사고와 정서를 직접 다루어야 합니다. 유기 도식은 매우 원초적인 감정이므로 단순히 말로 하는 상담만으로는 변화가 더딜 수 있습니다. 정서적 체험을 동반한 기법이 필수적입니다.

이미지 재각본(Imagery Rescripting)

내담자를 눈을 감게 하고, 과거에 버림받았다고 느꼈던(또는 혼자 남겨졌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그 장면 속으로 '건강한 성인(Healthy Adult)'으로서의 내담자 혹은 상담사가 개입합니다. 과거의 외로운 아이에게 다가가 "이제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야"라고 위로하고 보호하는 경험을 상상 속에서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은 뇌의 정서적 회로를 재배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도식 일지(Schema Diary) 작성

일상생활에서 유기 도식이 발동되는 순간을 포착하게 합니다. "남자친구가 전화를 안 받아서(촉발 사건) ->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떠날 것이다(도식 사고) -> 계속 전화를 걸었다(대처 행동)"의 패턴을 기록하게 하고, 이에 대한 건강한 성인의 목소리로 반박하는 연습을 시킵니다. "그는 바쁠 수도 있어. 나를 떠나는 게 아니야"라는 합리적인 대안 사고를 강화합니다.

결론: 끝까지 견뎌주는 힘, 그리고 기술의 활용

유기 도식을 가진 내담자와의 여정은 롤러코스터와 같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상담사를 시험하고, 밀어내고, 다시 매달릴 것입니다. 임상가로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폭풍 속에서도 닻을 내리고 '견뎌주는(Holding)' 것입니다. 상담사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굳건히 버텨줄 때, 내담자는 비로소 "세상은 안전한 곳일 수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믿음을 싹틔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 또한 역전이로 인해 방향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내담자의 반복되는 패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는 훌륭한 수퍼바이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하고 분석해 주는 기술을 활용하면, 내담자가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유기 관련 키워드'나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담사가 무의식적으로 내담자의 불안에 말려들어 과도하게 방어적이거나 헌신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Action Items for Therapists:

  • 이번 주, 유독 관계에서 불안정해 보이는 내담자가 있다면 위에서 제시한 '3가지 대처 방식'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분류해 보세요.
  • 내담자의 '유기 불안'이 자극될 때, 나(상담사)에게 일어나는 역전이 감정(화, 무력감, 구원 환상 등)을 기록해 보세요.
  • 반복되는 상담 패턴을 놓치지 않기 위해, AI 축어록 서비스를 활용하여 내담자의 핵심 호소 문장을 시각적으로 검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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