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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개념화 & 이론

해결중심치료(SFBT)의 '예외 질문'이 안 먹힐 때 대처법: "예외가 없어요"라고 말한다면?

해결중심치료 중 예외 질문이 막혔을 때 당황하지 않고 내담자의 미세한 변화와 생존력을 이끌어내는 전문적인 상담 전략을 확인해 보세요.

January 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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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내담자가 예외가 없다고 답할 때의 심리적 메커니즘과 임상적 의미 분석

  • 시간, 강도, 맥락의 세분화를 통한 미시적 예외 탐색 전략 제시

  • 예외 질문이 막혔을 때 대처 질문으로 전환하여 내담자의 생존력을 인정하는 법

해결중심 단기치료(SFBT)를 진행하는 상담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바로 상담의 핵심 기법인 '예외 질문(Exception Question)'을 야심 차게 던졌을 때, 내담자가 무기력한 표정으로 "아니요, 선생님. 저는 항상 우울했어요. 단 한 번도 괜찮았던 적이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순간입니다.

이 침묵의 순간, 상담사의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내가 라포(Rapport) 형성을 제대로 못 했나?', '이 내담자에게 SFBT가 맞지 않는 걸까?', '이제 어떤 질문으로 넘어가야 하지?' 수많은 고민이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초심 상담사일수록 내담자의 단호한 부정을 '저항'으로 받아들이고 당황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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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상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예외가 없다"는 대답은 상담의 실패가 아니라, 매우 중요한 '임상적 정보'입니다. 이는 내담자가 현재 문제에 얼마나 깊이 압도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성공'이나 '괜찮음'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내담자의 "No"를 "Yes"로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견고한 벽 틈새에서 새로운 치유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구체적인 임상 전략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1. '예외 없음'의 심층 분석: 내담자는 왜 없다고 말하는가?

대처법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내담자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예외가 없다"고 말할 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들의 현상학적 장(Phenomenological Field) 안에서는 그것이 진실입니다.

  1. 정동적 터널 시야 (Affective Tunnel Vision): 우울이나 불안 수준이 높은 내담자는 '기분 일치 효과(Mood Congruence Effect)'로 인해 부정적인 기억만 인출하고,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기억은 차단하는 인지적 편향을 보입니다.
  2. '예외' 기준의 불일치: 상담사는 '잠시 덜 힘들었던 순간'을 묻지만, 내담자는 '완벽하게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기준점이 너무 높으면 사소한 예외들은 모두 기각됩니다.
  3. 문제 포화 상태 (Problem-Saturated): 이야기 치료(Narrative Therapy)의 관점에서 내담자는 문제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어, 문제 없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깁니다.

2. 전략 1: 예외의 해상도를 높여라 (Micro-Analysis)

내담자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없다"고 한다면, 상담사는 현미경을 들이대야 합니다. '예외'의 정의를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문제가 아주 조금이라도 덜했던 순간'으로 재정의해 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 시간, 강도, 맥락의 세분화

내담자의 "항상(Always)"이라는 단어를 해체해야 합니다. 24시간 내내, 1분 1초도 빠짐없이 100%의 강도로 우울한 사람은 임상적으로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이 질문의 뉘앙스를 바꿔보세요.

  • 강도(Intensity) 초점: "완전히 괜찮았던 적은 없으셨군요. 그렇다면, 우울함이 100점 만점에 99점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아주 미세하게라도 '숨 쉴 구멍'이 느껴졌던 찰나를 찾아보고 싶어요."
  • 시간(Duration) 초점: "지난 일주일 동안 잠을 자고 있었던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시간 중 가장 덜 괴로웠던 10분은 언제였나요?"
<figure><figcaption>예외 질문의 수준별 접근 전략 흐름도</figcaption><table><thead><tr><th>단계</th><th>전략</th><th>설명</th></tr></thead><tbody><tr><td>1단계</td><td>거시적 질문</td><td>"언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요?" (일반적 탐색)</td></tr><tr><td>결과</td><td>실패</td><td>내담자 반응: "그런 적 없는데요." (예외 없음)</td></tr><tr><td>2단계</td><td>미시적 질문</td><td>강도, 시간, 맥락을 세분화하여 질문 ("100점 중 99점인 순간은?")</td></tr><tr><td>3단계</td><td>대처 질문</td><td>최후의 수단: 생존과 버팀을 인정 ("어떻게 견디고 계신가요?")</td></tr></tbody></table></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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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략 2: 시각적 비교를 통한 질문의 전환 (Reframing)

내담자가 "예외"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우리는 다른 도구를 꺼내야 합니다. 바로 '대처 질문(Coping Question)'으로의 신속한 태세 전환입니다. 이는 SFBT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역설적인 개입 방법입니다.

<figure> <figcaption><strong>[표 1] 예외 질문 vs. 대처 질문: 내담자 반응에 따른 전략 비교</strong></figcaption> <table> <thead> <tr> <th>구분</th> <th>예외 질문 (Exception Q)</th> <th>대처 질문 (Coping Q)</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적용 상황</strong></td> <td>성공 경험이나 자원이 조금이라도 보일 때</td> <td><strong>"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다"며 절망할 때</strong></td> </tr> <tr> <td><strong>상담사의 태도</strong></td> <td>호기심, 발견, 탐색</td> <td><strong>경이로움, 존경, 인정</strong></td> </tr> <tr> <td><strong>핵심 메시지</strong></td> <td>"당신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습니다."</td> <td><strong>"그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당신은 버텨내고 있군요."</strong></td> </tr> <tr> <td><strong>질문 예시</strong></td> <td>"언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요?"</td> <td><strong>"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아침에 눈을 뜨고 여기까지 오셨나요?"</strong></td> </tr> </tbody> </table>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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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가 "하나도 나아진 게 없어요"라고 할 때, 상담사는 이렇게 반응해야 합니다.

"듣고 보니 정말 상황이 절망적이네요. 저라면 견디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00님은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오늘 이 상담실까지 걸어오실 수 있었나요? 무엇이 당신을 지탱하게 했나요?"

이 질문은 내담자의 '고통'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 고통을 견디고 있는 '생존의 힘'을 예외적 상황으로 격상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생존형 예외(Survival Exception)'입니다.

4. 전략 3: 관계적 예외 찾기와 외부화하기

과거의 기억에서 예외를 찾을 수 없다면, '지금-여기(Here and Now)'의 상담 장면을 예외로 활용해야 합니다.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상호작용 자체가 예외적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 상담실을 실험실로 만들기

  • "지금 저에게 그 힘든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계세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평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 "방금 그 말씀을 하실 때, 잠깐 눈빛이 달라지셨어요. 지금 이 순간, 상담실 안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편안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또한, 문제를 내담자와 분리시키는 '외재화(Externalization)' 기법을 병행하면 효과적입니다. "우울이 당신을 덮치지 못하게 막았던 순간"을 묻는 대신, "우울이 당신에게 거짓말을 덜 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라고 물어봄으로써, 내담자가 문제와 싸우는 주체임을 상기시켜야 합니다.

결론: 예외는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내담자가 "예외가 없다"고 말할 때, 상담사는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함께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 신호이자, "더 작은 단위로, 더 깊은 공감으로 다가와 달라"는 요청입니다. 상담사의 역할은 거창한 성공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같은 작은 빛을 함께 찾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내담자의 쏟아지는 부정적 언어 속에서 '찰나의 긍정 단서'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상담이 끝난 후 축어록을 풀면서 "아! 이때 내담자가 스치듯 말한 이 부분이 예외의 단서였구나!"라고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임상 통찰력을 높이는 AI 활용 전략

이러한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최근 많은 임상가들이 AI 기반 상담 기록 및 분석 서비스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록 시간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임상적 통찰력을 보완하는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 미세 정서 포착: 상담 중 놓쳤던 내담자의 긍정적 언어 뉘앙스나, "그나마 화요일은 좀 나았는데..."와 같은 스쳐 지나가는 발언을 AI가 정확하게 텍스트로 포착해 냅니다.
  • 패턴 분석: 내담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부정어'와 '절대어(항상, 절대, 모두)'의 빈도를 분석하여 인지적 왜곡 패턴을 객관적 데이터로 보여줍니다.
  • 슈퍼비전 자료의 질 향상: 정확한 축어록을 기반으로 동료 슈퍼비전을 진행할 때, "예외가 없다고 했을 때 상담사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복기하고 더 나은 질문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의 "No" 뒤에 숨겨진 "Yes"의 가능성, 이제는 정교한 질문 기술과 스마트한 분석 도구를 통해 더 선명하게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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