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상담 스킬

재진술(Paraphrasing)의 효과: 내담자가 스스로 통찰하게 만드는 거울 기법

앵무새 같은 반복 대신 내담자의 마음을 비추는 '치료적 재진술'의 기술! 상담의 질을 높이는 3가지 핵심 전략과 실천 팁을 확인해 보세요.

January 14, 2026
blog-thumbnail-img
ic-note
Editor's Note
  • 단순한 단어 반복을 넘어 내담자의 핵심 감정과 의도를 포착하는 '치료적 재진술'의 본질 설명

  • 내담자의 통찰을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감정 명명화, 양가감정 통합 등 3가지 실무 전략 제시

  • 기록의 부담을 줄이고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에 몰입하기 위한 상담사의 자기 점검 및 기술 활용 제언

"선생님은 제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기만 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

상담사로서 우리는 수련생 시절부터 '재진술(Paraphrasing)'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습니다. 로저스(Carl Rogers)의 인간중심 치료에서 강조된 이 기법은 상담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초적인 이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내담자와의 라포(Rapport)를 깨뜨리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혹시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도중, 상담사의 반응에 "네, 그건 제가 방금 말했잖아요"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하거나, 미묘하게 눈을 피하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것은 우리가 재진술을 단순히 '말을 바꾸어 전달하는 기술'로만 접근했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상담사가 내담자의 말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때, 내담자는 '이해받았다'는 느낌보다는 '분석당하고 있다'거나 '영혼 없는 반응'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특히 복잡한 트라우마나 양가감정을 가진 내담자의 경우, 얕은 재진술은 치료 동맹을 약화시키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blog-content-img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의 언어가 내담자의 마음을 비추는 '깨끗한 거울'이 되어 그들 스스로 통찰(Insight)에 이르게 할 수 있을까요? 내담자의 모호한 감정을 명료화하고, 그들조차 깨닫지 못했던 핵심 신념을 건드려주는 '임상적 재진술'의 기술은 무엇일까요? 본 글에서는 단순한 경청을 넘어, 내담자의 인지적 재구조화를 돕는 강력한 치료 도구로서의 재진술 활용법과 실무 전략을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단순 반복(Parroting)과 치료적 재진술(Therapeutic Paraphrasing)의 결정적 차이

많은 초심 상담사가 범하는 오류는 재진술을 '요약'이나 '반복'과 혼동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치료적 재진술은 내담자가 던진 '내용(Content)'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Intent)'와 '정서(Affect)'를 포착하여 상담사의 언어로 되돌려주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제3자의 객관적인 목소리로 다시 듣게 함으로써,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임상적으로 효과적인 재진술과 기계적인 반복이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아래의 표를 통해 우리의 상담 반응이 어디에 더 가까운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구분</th> <th>기계적 반복 (Parroting)</th> <th>치료적 재진술 (Therapeutic Paraphrasing)</th> </tr> </thead> <tbody> <tr> <td><strong>초점</strong></td> <td>내담자가 사용한 단어와 문장 구조 그대로 유지</td> <td>내담자의 말 속에 내포된 <strong>핵심 의미와 감정</strong> 추출</td> </tr> <tr> <td><strong>상담사의 인지 과정</strong></td> <td>청각적 수동성 (듣고 바로 뱉음)</td> <td>적극적 경청 + 해석적 필터링 (듣고, 소화하고, 재구성함)</td> </tr> <tr> <td><strong>내담자의 반응</strong></td> <td>"네, 맞아요." (단답형, 대화의 종료)</td> <td>"음...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또는 "정확히는 이런 느낌이에요." (탐색의 확장)</td> </tr> <tr> <td><strong>치료적 효과</strong></td> <td>단순한 경청 확인 (Checking in)</td> <td><strong>자기 객관화, 통찰 촉진, 정서적 환기</strong></td> </tr> </tbody> </table> <figcaption>표 1. 기계적 반복과 치료적 재진술의 임상적 비교 분석</figcaption> </figure>
blog-content-img

위 표에서 알 수 있듯, 치료적 재진술은 내담자의 진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돌려주는 것입니다. 이는 상담사가 내담자의 내면세계에 깊이 접속해 있음을 증명하며, 신뢰 관계를 공고히 하는 핵심 기제입니다.

내담자의 통찰을 이끄는 3가지 핵심 재진술 전략

상담 실무에서 재진술을 통해 내담자의 '아하 모먼트(Aha moment)'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임상 심리학적 관점에서 권장되는 3가지 고도화된 재진술 기법입니다.

  1. 핵심 감정의 명명화 (Labeling the Core Affect)

    내담자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장황한 상황 설명 속에 숨깁니다. 이때 상담사는 상황(Fact)보다는 그 상황이 내담자에게 주는 주관적 의미와 감정을 포착하여 재진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또 화를 냈어요. 정말 제가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라고 말하는 내담자에게, "상사분이 화를 내셨군요(상황 반복)"라고 하기보다는 "상사분의 분노 앞에서 무력감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크게 느끼셨군요(핵심 감정 포착)"라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는 내담자가 회피하고 있던 감정의 실체를 직면하게 도와줍니다.

  2. 양가감정의 통합적 재진술 (Synthesizing Ambivalence)

    내담자가 갈등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상반된 두 가지 욕구를 하나의 문장으로 엮어주는 것은 매우 강력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동기강화상담(Motivational Interviewing)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이혼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절대 못 하겠어요."라는 내담자에게,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끝내고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동시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하시군요."라고 재진술합니다. '하지만(But)'을 '그리고/동시에(And)'로 바꾸어줌으로써, 내담자는 자신의 내적 갈등이 모순이 아닌 공존하는 두 가지 소중한 가치임을 깨닫게 됩니다.

  3. 가설 검증적 재진술 (Tentative Paraphrasing)

    상담사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대신, 내담자가 스스로 수정하거나 덧붙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가설 검증적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문장의 끝을 "~~라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한 느낌인데, 맞을까요?"와 같이 의문형으로 처리합니다. 이는 내담자에게 주도권(Autonomy)을 부여하며, 상담사의 재진술이 약간 빗나갔더라도 내담자가 "아니요, 그것보다는 이런 쪽에 가까워요"라고 정정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단계 (Step)</th> <th>프로세스 (Process)</th> <th>설명 (Description)</th> </tr> </thead> <tbody> <tr> <td>1</td> <td>듣기 (Listening)</td> <td>내담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 경청</td> </tr> <tr> <td>2</td> <td>해독 (Decoding)</td> <td>메시지 이면의 의도와 정서 파악</td> </tr> <tr> <td>3</td> <td>재구성 (Encoding)</td> <td>상담사의 언어로 핵심 요약 및 의미 재구성</td> </tr> <tr> <td>4</td> <td>전달 (Delivery)</td> <td>정제된 내용을 내담자에게 전달</td> </tr> <tr> <td>5</td> <td>통찰 (Insight)</td> <td>내담자의 자기 객관화 및 통찰 촉진</td> </tr> </tbody> </table> <figcaption>그림 1. 재진술의 인지적 프로세스 흐름도 (The Cognitive Process of Paraphrasing)</figcaption> </figure>
blog-content-img

성공적인 재진술을 위한 실천적 제언과 기술의 활용

재진술은 단순한 언어적 기술이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과 분석력이 요구되는 인지적 작업입니다. 상담 회기 내내 내담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를 놓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 재진술하는 것은 숙련된 전문가에게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록'과 '경청'의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내담자의 핵심 발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상담 노트를 열심히 적다 보면, 정작 내담자의 눈을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어내거나 적시에 재진술할 타이밍을 놓치기 쉽습니다. 반대로 경청에만 집중하면, 나중에 슈퍼비전을 받거나 사례 분석을 할 때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재진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담사가 '기록'이라는 인지적 부하에서 벗어나 온전히 '상호작용'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상담 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AI 기반 상담 축어록 및 분석 서비스는 상담사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텍스트화하고 화자를 분리해 주는 기술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재진술 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자기 점검(Self-Monitoring): 축어록을 통해 내가 실제로 사용한 재진술의 문장을 눈으로 확인하며, '앵무새 식 반복'이었는지 '통찰을 주는 거울'이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패턴 분석: 내가 특정 내담자에게 자주 사용하는 재진술 패턴(감정 중심 vs 사고 중심)을 파악하여 상담의 편향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 온전한 몰입: 기록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음으로써,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의 호흡과 감정선에 100% 집중하여 더 깊이 있는 공감적 재진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재진술은 내담자의 마음을 담는 그릇을 빚는 과정입니다. 오늘 상담에서는 펜을 잠시 내려놓고, 내담자의 눈을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을 비추는 가장 맑은 거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술의 도움으로 확보된 여유가 상담사의 직관과 만나 더 깊은 치유의 순간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

blog-content-img
상담사를 위한 AI 노트
지금 바로 시작해보세요
AI로 상담은 더욱 심도있게, 서류 작업은 더욱 빠르게
지금 시작하기
관련 추천 글

상담 스킬

의 다른 글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