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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적 동일시 다루기: 상담사가 갑자기 화가 나거나 무력해질 때

상담 중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화, 혹시 내담자의 무의식 아닐까요? 투사적 동일시를 이해하고 이를 치료적 힘으로 바꾸는 4단계 전략을 전해드립니다.

January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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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 투사적 동일시의 정의와 단순 투사와의 핵심적인 차이 분석

  • 상담 중 압도되는 감정을 치료적 도구로 전환하는 4단계 실전 대처 전략

  • 임상적 통찰을 높이기 위한 객관적 기록과 슈퍼비전의 중요성 강조

상담실 문을 닫고 난 후, 이유를 알 수 없는 극심한 피로감이나 내담자를 향한 설명하기 힘든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유독 특정 내담자와의 회기 중에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무력감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많은 상담사가 이러한 순간, 자신의 전문성을 의심하거나 소진(Burnout)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것은 당신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내담자의 무의식적 세계가 당신에게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임상적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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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의 과정은 단순히 언어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정동(Affect)을 교류하는 과정입니다. 특히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는 내담자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자기(Self)의 일부를 상담사에게 투사하고, 상담사가 그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게 유도하는 강력한 방어기제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역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료적인 도구로 전환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임상 전략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

투사적 동일시의 이해: 단순한 투사와 무엇이 다른가?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이 처음 제안하고 비온(W.R. Bion)이 확장시킨 '투사적 동일시'는 상담 현장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개념 중 하나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단순 투사(Projection)역전이(Countertransference) 사이에서 혼란을 겪곤 합니다. 핵심은 '상호작용의 유무'에 있습니다.

단순히 내담자가 상담사를 "화난 사람"으로 오해하는 것이 투사라면, 투사적 동일시는 상담사를 실제로 화나게 만들거나 무력하게 만드는 조종(Manipulation)이 포함됩니다. 내담자는 무의식적으로 상담사를 압박하여, 자신이 감당 못 할 내면의 드라마 속 '박해자'나 '무력한 희생자'의 역할을 상담사가 연기하도록 만듭니다. 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치료적 개입의 첫걸음입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구분</th> <th>투사 (Projection)</th> <th>투사적 동일시 (Projective Identification)</th> </tr> </thead> <tbody> <tr> <td><strong>핵심 메커니즘</strong></td> <td>내면의 감정을 외부에 있다고 믿음 (단방향)</td> <td>내면의 감정을 상대에게 심어놓고 반응을 유도함 (쌍방향)</td> </tr> <tr> <td><strong>상담사의 경험</strong></td> <td>"내담자가 나를 오해하고 있구나" (이질감)</td> <td>"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지?" (동일시 및 압도됨)</td> </tr> <tr> <td><strong>내담자의 목표</strong></td> <td>내적 불안의 회피</td> <td>자신의 감정을 타인을 통해 통제하거나 소통하려 함</td> </tr> <tr> <td><strong>임상적 대처</strong></td> <td>현실 검증 및 해석</td> <td>담아내기(Containing) 및 소화하여 돌려주기</td> </tr> </tbody> </table> <figcaption>표 1. 임상 현장에서의 투사 vs 투사적 동일시 구분</figcaption>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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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상담사가 느끼는 강렬한 감정은 '실패'가 아니라, 내담자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가장 핵심적인 정서 데이터입니다. 상담사가 느낀 그 무력감이 바로 내담자가 평생 느껴온 무력감일 수 있으며, 상담사가 느낀 분노가 내담자가 억압해온 공격성일 수 있습니다.

압도되는 감정을 치료적 힘으로 바꾸는 4단계 전략

그렇다면, 상담 회기 중 갑자기 심장이 뛰고 화가 치밀거나, 늪에 빠진 듯한 무력감이 들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은 임상 심리학적 관점에서 제안하는 실질적인 대처 방안입니다.

  1. 1단계: '일시 정지' 및 감정의 출처 확인 (Self-Monitoring)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즉각적인 반응을 멈추는 것입니다. 내담자의 도발이나 침묵에 반사적으로 대응(Acting out)하는 순간, 우리는 내담자의 무의식적 각본에 말려들게 됩니다. 심호흡과 함께 스스로에게 질문하세요.

    • "이 분노가 나의 개인적인 이슈(미해결 과제)에서 비롯된 것인가?"
    • "아니면, 이 내담자와 있을 때만 유독 낯선 감정이 드는가?"

    만약 후자라면, 이것은 역전이가 아닌 객관적 역전이(Objective Countertransference), 즉 투사적 동일시의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2. 2단계: 담아내기 (Containing) - 독을 약으로 바꾸는 시간

    비온(Bion)이 말한 '담아내기'는 내담자가 쏟아낸 소화되지 않은 감정(베타 요소)을 상담사가 받아들여,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알파 요소)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상담사는 내담자가 던진 '분노'라는 뜨거운 감자를 바로 던져버리거나(맞대응), 삼켜서 화상을 입지(소진) 않고, 잠시 손에 쥐고 그 온도를 느껴야 합니다. "내담자가 지금 나를 화나게 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혹은 얼마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인지 알리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속으로 되뇌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3. 3단계: 적절한 시점에서의 돌려주기 (Interpretation & Feedback)

    감정이 어느 정도 소화되었다면, 이를 내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때는 매우 조심스럽고 비난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 나쁜 예: "당신이 나를 화나게 만들고 있어요." (방어 유발)
    • 좋은 예: "방금 우리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마치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답답함과 화가 느껴지네요. 혹시 00님도 평소에 이런 기분을 자주 느끼시나요?"

    이러한 개입은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지 않고 스스로 직면하게 돕는 강력한 통찰의 순간을 제공합니다.

  4. 4단계: 슈퍼비전 및 축어록 분석을 통한 객관화

    현장에서는 감정에 압도되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역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기가 끝난 후 동료나 슈퍼바이저와의 논의는 필수적입니다. 특히 자신의 감정이 촉발된 정확한 지점(Trigger point)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정교한 기록이 만드는 임상적 통찰

투사적 동일시는 상담사를 힘들게 하지만, 동시에 내담자의 무의식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상담사가 자신의 감정을 '오염'이 아닌 '정보'로 활용할 때, 상담은 한 단계 더 깊어집니다. 내담자가 던진 감정의 파도를 타고 넘으려면, 상담사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과 냉철한 분석력을 동시에 갖춰야 합니다.

<figure> <table> <thead> <tr> <th>단계 1</th> <th>단계 2</th> <th>단계 3</th> <th>단계 4</th> </tr> </thead> <tbody> <tr> <td><strong>녹음</strong><br>상담 회기 데이터 수집</td> <td><strong>AI 전사</strong><br>텍스트 변환 및 기록</td> <td><strong>감정 분석</strong><br>키워드 및 패턴 식별</td> <td><strong>슈퍼비전</strong><br>객관적 역동 활용</td> </tr> </tbody> </table> <figcaption>그림 1. 상담 회기 분석 및 활용 흐름도</figcaption>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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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격정적인 상담 현장에서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미묘한 언어적, 비언어적 뉘앙스를 모두 기억하고 분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투사적 동일시가 일어난 순간, 상담사 역시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억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AI 기반 상담 기록 및 축어록 서비스가 임상 현장에서 중요한 보조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정확한 타이밍 포착: 감정이 고조되기 직전, 내담자가 사용한 특정 단어나 문장 패턴을 AI가 정확하게 기록하여 줍니다.
  • 객관적 데이터 제공: 상담사의 주관적 기억(Memory)이 아닌, 텍스트화된 데이터(Data)를 통해 내가 언제 방어적으로 반응했는지 복기할 수 있습니다.
  • 슈퍼비전 효율화: 투사적 동일시가 의심되는 구간을 빠르게 찾아 슈퍼바이저와 공유함으로써, 더 깊이 있는 사례 개념화가 가능합니다.

상담의 질은 상담사가 얼마나 깨어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소화되지 않은 감정을 안고 혼자 고민하기보다, 정교한 기록 도구와 슈퍼비전을 통해 여러분의 임상적 직관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보시길 권합니다. 당신의 감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해석되기를 기다리는 내담자의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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